존 그레이켄 회장은 이로써 출국정지 조치가 풀렸으며 사실상 수사는 잠정 중단상태가 됐다.
이에 앞서 서울 남부지검은 `허본좌`라는 별칭으로 불리는 허경영 경제공화당 전 대선후보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으며 영장이 발부되자마자 그를 곧바로 구속 수감했다.
두 사건은 언뜻 보아서는 특별한 연관성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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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 두 사건을 보면 검찰의 수사기법, 특히 인권을 해칠 수 있는 구속수사 여부가 너무 가볍게 다뤄지는 게 아닌지 의구심이 든다. 또 수년간의 수사 끝에 그레이켄을 소환하고도 날카로운 수사를 펴지 못한 것은 문제라는 지적도 나온다.
헌법과 형사소송법상 모든 형사피고인은 무죄로 추정되며 불구속수사를 받는 것이 원칙이다. 다만, 형사소송법은 범죄를 의심할 사유가 있고 증거인멸과 도주의 우려가 있을 때 예외적으로 구속 수사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허씨는 박근혜 한나라당 전 대표와의 허위 결혼설을 유포했다는 명예훼손 혐의를 받고 있다. 그러나 허씨는 인멸할 `증거`랄 것이 거의 없다. 그의 황당한 결혼 희망을 실현가능성이 있다고 믿는 국민도 없다.
전국에 얼굴이 알려진 허씨가 도주할래야 도주할 곳도 없다. 굳이 필요하다면 검찰의 출국금지조치 정도면 충분하다. 박 전 대표의 명예를 훼손한 허씨에 대해선 검찰이 신속한 수사를 벌여 형법 제307조(명예훼손)에 따라 5년 이하의 징역이나 1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면 될 일이다.
검찰은 같은 날 존 그레이켄 론스타 회장에 대해선 `사법처리 유보`란 어정쩡한 결론을 발표했다. ☞「검찰, 론스타 회장 사법처리 유보(1월23일 오후 7시30분)」
`잠정적인 수사중단`이라지만 뜯어보면 `기약없는 무기한 수사중지`다. 매일 12시간씩 의욕적으로 진행했던 10일간의 고강도 수사는 빛이 바랬다.
검찰이 그레이켄 회장을 언젠가 다시 입국시켜 조사하겠다는 방침도 구체적인 일정과 계획, 강제성 등이 없어 공허하다. 검찰은 그러면서도 "수사는 아직 안 끝났다"고 한다.
늦은 저녁시간 무언가에 쫓기듯 수사를 중단하겠다고 밝힌 점도 씁쓸하다.
국내외 언론과 금융권, 독자들이 초미의 관심을 두고 있는 사안임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이를 너무 가볍게 여겨서 일까. 아니면 다른 이유가 있어서 일까.
급히 브리핑에 참석한 기자들은 거듭 `수사중단의 이유가 뭐냐`고 질문했지만 돌아온 답은 "제대로 말할 수 없는 검찰의 입장을 이해해달라"란 알 수 없는 설명이었다.
허씨에 대해선 `국격(國格)을 떨어뜨렸다`고 준엄하게 꾸짖으며 구속영장을 청구한 검찰. 그런 검찰이 그레이켄 회장의 외환은행 헐값매입 로비혐의, 외환카드 주가조작혐의 등을 시원스레 밝히지 못한 점, 또 수사를 중단하면서 납득할만한 설명없이 결정·발표한 점은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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