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6년09월07일 23시20분에 마켓인 프리미엄 콘텐츠로 선공개 되었습니다.
[이데일리 마켓in 허지은 지영의 기자] “세상 어디에도 금융을 모아두지 않고 찢어두는 곳은 없다. 표를 위해 금융기관을 분산 배치한다면 심각한 금융 경쟁력 훼손이 일어나고 인재 유치에도 큰 어려움을 겪을 것이다.”
금융권 종사자 2368명이 정부의 2차 공공기관 지방 이전 논의에 강한 우려를 쏟아냈다. 지방 이전의 청구서가 단순한 청사 이전비용에 그치지 않고, 핵심 인력 이탈과 시장 네트워크 단절에 따른 업무 비효율, 퇴사·이직과 수도권 잔류를 둘러싼 조직 내부 갈등까지 키울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전이 거론되는 금융기관 구성원들은 지역균형발전이라는 명분만 앞세워 금융업의 업무 특성과 인력·정주 현실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을 경우 기관 경쟁력 자체가 흔들릴 수 있다고 경고했다. 특히 2차 이전 거론 기관 응답자 2325명의 91.5%가 추가 지방 이전이 금융산업과 기관 경쟁력을 훼손할 것으로 봤고, 88.2%(2050명)가 퇴사·민간 이직 또는 수도권 부서 이동을 추진할 것이라고 답했다.
이데일리가 지난 8월 26일부터 31일까지 국내 금융기관 종사자 2642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 결과(유효응답자 2368명 중 1차 이전 완료 기관 종사자 43명, 2차 이전 거론 기관 종사자 2325명) 구성원들은 추가 지방 이전에 따른 금융산업과 기관 경쟁력 훼손 가능성에 강한 우려를 표했다. 전체 유효 응답자의 90.4%(2140명)가 추가 지방 이전이 금융산업과 기관 경쟁력을 훼손할 것이라고 답했다.
이번 조사는 지방 이전의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 구성원들이 예상하는 업무 차질과 인력 이탈 위험, 정책 수용성을 파악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2차 이전 거론 기관은 인력 이탈과 업무망 단절 등 불확실성을 앞두고 있어 설문 응답률이 더 높게 나타난 것으로 보인다.
2차 이전 거론 기관 응답자 가운데 91.5%(2127명)가 경쟁력 훼손을 선택했다. 매우 또는 일정 부분 기여할 것이라는 긍정 응답은 3.3%(76명), 별다른 영향이 없을 것이라는 응답은 5.2%(122명)였다.
반면 이미 이전을 경험한 1차 기관의 응답은 상대적으로 엇갈렸다. 경쟁력 훼손은 30.2%(13명), 긍정 응답은 46.5%(20명), 별다른 영향이 없을 것이라는 응답은 23.3%(10명)였다. 추가 이전에 대한 불신이 이전 거론 기관 구성원들에게 유독 강하게 나타난 셈이다.
|
“아내는 서울 근무, 아기는 신생아…정부가 이산가족 양산”
이전 현실화 시 예상되는 대응에서는 낮은 정책 수용성이 더욱 선명하게 드러났다. 2차 이전 거론 기관 응답자의 74.5%(1731명)는 본인 또는 주변 동료가 즉시 또는 1~2년 이내 퇴사하거나 민간 이직을 적극 추진할 것으로 내다봤다. 서울·수도권 잔류 부서로 전보나 보직 이동을 신청할 것이라는 응답도 13.7%(319명)였다. 두 응답을 합산하면 88.2%(2050명)가 퇴사·민간 이직 또는 수도권 부서 이동을 예상한 것이다.
일단 이전한 뒤 상황을 보며 이직 여부를 결정하겠다는 응답은 8.6%(201명)였고, 지방 근무를 수용하겠다는 응답은 3.2%(74명)에 그쳤다. 지방 이전에 대한 반발이 정책 추진 과정의 갈등을 넘어 숙련 인력 유출과 수도권 잔류 부서 쏠림으로 이어지며 충돌이 지속될 가능성이 엿보이는 대목이다.
주관식 응답에서는 맞벌이와 육아, 부모 봉양 등 현실적인 고충이 쏟아졌다. 한 응답자는 “지방 출신이지만 이제야 힘들게 자리 잡은 서울에서 늦은 나이에 또 다른 지방으로 가야 한다고 하니 앞이 막막하다”며 “결혼과 출산을 해야 하는 입장에서 미래가 그려지지 않는다”고 토로했다.
또 다른 응답자는 “아내는 서울에서 근무하고 있고 아기는 이제 갓 태어난 신생아인데, 나는 지방으로 내려가라고 한다”며 “날더러 어떻게 하라는 것이냐, 아내의 경력 단절을 강요해야 하느냐”고 반문했다. 다른 응답자는 지방 이전으로 이산가족이 될 처지라며 “가족을 위해 퇴사할 수밖에 없을 것 같다”고 적었다.
핵심 인력 이탈 84.9%…“금융은 집적산업”
개인의 정주 여건을 넘어 업무 역량 저하에 대한 우려도 짙었다. 지방 이전 시 예상되는 업무 차질을 묻는 복수응답 문항에서 ‘핵심 인력 이탈 및 신입·경력직 우수 인재 유치 불가’가 84.9%(1973명)로 가장 높았다. ‘시장 네트워크 단절’도 67.7%(1573명)에 달했다. 국내외 기관투자가(LP)와 주요 고객 접근성 저하는 24.4%(567명), 정부·국회·감독당국과의 소통 차질은 16.0%(373명), 시장정보 접근성 약화는 14.5%(336명)였다.
금융업은 거래 상대방과 감독당국, 법무법인·회계법인 등 전문기관이 밀집한 곳에서 정보와 의사결정이 빠르게 오가는 집적산업이다. 개별 기관만 떼어 지방으로 옮길 경우 대면 협업을 출장으로 대체해야 하고, 그만큼 시간과 비용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게 응답자들의 우려다.
구체적인 업무 차질에 대한 문제 제기도 쏟아졌다. IT 업무 담당자는 “계약으로 묶여 있는 업체가 모두 서울에 있다”며 “금융기관에 장애가 발생하거나 큰 이슈에 대응해야 할 때 경쟁력이 명확하게 낮아질 것”이라고 답했다. 금융 공동검사 차질과 서울 출장비 증가, 민원인 접근성 저하, 전산장애 대응력 약화 등도 거론됐다.
금융사가 몰려있는 서울을 떠나 금융감독기능이 훼손될 것을 우려하는 응답도 다수였다. 한 응답자는 “감독 기능은 현장과 밀접해야 실효성이 있다”며 “금감원이 왜 여의도에 있겠느냐. 금융사가 몰려 있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수출금융기관 응답자는 “글로벌 은행·로펌과 국내 법무법인·컨설팅회사 등과 긴밀하게 협업해야 한다”며 금융허브와 물리적으로 멀어질 경우 업무 효율이 떨어지고 수주·수출 경쟁력도 약화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응답자들은 지역균형발전이라는 명제에만 집중해 금융기관의 설립 목적과 업무 특성을 고려하지 않은 획일적인 이전 방식에 문제를 제기했다. 한 공제회 응답자는 회원 자금 운용에는 대면 협상과 지속적인 모니터링이 필요하다며 “적시에 투자하기 어려운 환경이 조성되면 경쟁력 유지에 난항을 겪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또 다른 응답자는 “지역균형발전이라는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기관별 규모와 설립 목적을 고려한 차별화된 접근이 필요하다”고 했다.
![[본 이미지는 AI 기술을 활용해 제작되었습니다.]](https://image.edaily.co.kr/images/photo/files/NP/S/2026/09/PS26090800035.1280x.0.jp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