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률 우려 높아지는데…한은, 금리 어디까지 내릴까

장영은 기자I 2024.11.03 12:00:00

한은, 'BOK 경제연구, 한국의 중립금리 추정' 발간
"1분기 기준 실질 중립금리 -0.2~1.3%…팬데믹 이후↑"
"중립금리 장기적 관점에서 추정"…현 상황 큰 변화 없어
내년 경제전망 중요…美대선 등 지정학 리스크도 고려

[이데일리 장영은 기자] 한국은행이 지난달 기준금리 인하를 시작하면서 통화정책 관련 관심은 속도와 폭에 쏠리고 있다. 금리 인하기에 들어선 상황에서 얼마나 빨리, 어디까지 내릴 것인지가 관건이 된 것이다.

각국은 전 세계를 강타한 코로나19 대유행(팬데믹) 이후 경기 부양을 위한 양적 완화를 실시했고, 이후 급등한 물가를 잡기 위해 긴축적인 통화정책을 펼쳐왔다. 이제 정상화 단계를 밟아 가는 상황에서 현 우리나라 경제상황에 맞는 ‘중립금리’가 어느 정도 수준인지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이는 결국 한은이 이번 금리 인하기를 어디서 종료할지에 대한 답과도 맞닿아 있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지난달 11일 기준금리를 연 3.5%에서 3.25%로 인하하면서, 38개월만에 ‘피벗’(통화정책 전화)을 단행했다. 사진은 금통위 회의 이후 기자회견에서 답하는 이창용 한은 총재. (사진= 한국은행)


◇“韓 중립금리, 1.8~3.3% 추정”…팬데믹 이후 상승

한은은 3일 발간한 ‘한국의 중립금리 추정’ 보고서를 통해 올해 1분기 기준 우리나라 중립금리를 -0.2~1.3%로 추정했다. 현재 물가 목표치 2%를 더하면 명목 중립금리 범위는 1.8~3.3%가 된다. 현 기준금리는 연 3.25%다. 이번 보고서는 지난 5월 30~31일 진행된 ‘2024년 BOK 국제 컨퍼런스’에서 발표된 내용이다.

중립금리는 한 나라의 경제가 과열되거나 침체되지 않고 잠재성장률을 달성할 수 있는 이론적인 금리 수준이다. 실질금리(기준금리에서 물가상승률 또는 물가목표치를 제거한 금리)의 중립 수준을 의미한다. 실질금리가 중립금리보다 높으면 물가가 떨어지면서 경기가 위축되고, 반대의 경우엔 경기가 확장하면서 물가는 오를 가능성이 크다.

이번 중립금리 추정은 중장기 시계에서 이뤄지는 통화정책 관점에 더 부합하는 장기 중립금리를 추정했으며, 준구조 모형 2개와 시계열 모형 2개 등 총 4개 모형을 활용해 도출했다.

도경탁 한은 통화정책국 과장은 “우리나라의 중립금리는 팬데믹 이전 2000년 1분기 1.4~3.1% 수준에서 2020년 1분기 -1.1~0.5% 수준까지 장기간 지속적으로 하락하는 모습을 보였으나, 팬데믹 후에는 다시 상승했다”고 말했다.

한은 보고서에 따르면 인공지능(AI) 등 기술 진보에 따른 생산성 증가, 기후변화 대응 등이 중립금리의 상방요인이 될 것으로 보이는 반면, 저출생·고령화와 소득불평등 심화 등은 하방요인으로 작용한다. 중립금리가 잠재성장률을 포함하는 개념이어서다.

(자료= 한국은행)


◇금리인하 시작한 한은, 어디까지 내릴까

중립금리는 이론적 개념이라는 등의 한계점에도 이번 금리인하기 최종금리를 암시한다는 점에서 향후 통화정책을 예측할 수 있는 중요한 지표로 여겨진다. 특히 올해 3분기 성장률이 전망치를 크게 밑돌고, 수출과 내수 모두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는 상황에서 우리 경제가 잠재성장률 이상을 유지할 수 있을지와도 밀접하게 연결돼 있다.

이와 관련,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지난 14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내년 2%대 성장을 위한 추가 금리 인하가 필요한 시점에서 금융 안정을 고려한 중립금리 수준에 대한 질문에는 “현재 실질금리는 저희가 생각하는 중립금리 상단을 조금 넘는 수준”이라고 답했다.

앞서 이 총재는 지난 5월 컨퍼런스 당시 “한은의 정책목표는 물가안정과 금융안정이기 때문에 금융안정까지 고려한 중립금리를 채택하려고 시도하고 있다”며 “이는 물가안정을 고려한 중립금리보다 더 높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대부분의 국내 전문가들은 향후 우리나라 성장률에 하방 압력이 커지고 있다는 분석에도 한은이 기준금리를 빠르게 큰 폭으로 내리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했다. 이유는 크게 세 가지다. △한은이 견조한 수출과 완만한 내수 회복세 전망을 유지하고 있고 △미국 기준금리 인하가 점진적으로 진행될 것으로 보이며 △미 대선과 중동 긴장 등 지정학적 리스크가 커지고 있다는 점 등이다.

특히 미국의 금리 인하 속도는 한미 기준금리가 역전돼 있는 현 상황에서 중요한 고려사항이 될 것이란 전망이다. 주요 투자은행(IB)들은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정책금리 상단으로 올해 연말 기준 4.25~4.5%를, 내년 3분기엔 3.25~3.75%를 제시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기준금리 전망은 올해는 3.0~3.25%, 내년은 2~2.75% 범위다.

도 과장은 “한국의 중립금리 변동에는 잠재성장률 등 대내요인뿐 아니라 대외요인도 상당한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미국의 정책금리에 상당 부분 연동되는 경향이 있다”고 했다. 미국의 정책 금리가 높아지면 우리 중립금리 추정치도 높아진다는 의미다.

한은은 중립금리 추정치의 불확실성이 높다고 덧붙였다. 중립금리가 팬데믹 이후 상승 전환했을지 여부는 앞으로 데이터가 충분히 쌓인 뒤 재평가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다만, 중립금리 추정치 자체가 장기 시계에서 분석한 결과인 만큼, 최근 3분기 성장률의 전망치 하회 등은 상대적으로 일시적 요인으로 볼 수 있다는 설명이다. 내년 이후 수출과 내수의 성장 경로가 향후 한은의 통화정책 방향은 물론 중립금리 추정에도 중요할 것으로 예상된다.

(자료= 국제금융센터)


주요 뉴스

ⓒ종합 경제정보 미디어 이데일리 - 상업적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