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클리 핫북]흉상 이전 논란 속 `홍범도 책` 역주행

김미경 기자I 2023.09.03 13:07:54
[이데일리 김미경 기자] 지난 3월 펴낸 홍범도 장군 평전 ‘민족의 장군 홍범도’(한길사)가 주요 온라인서점에서 역주행 중이다. 흉상 이전 논란에 홍범도 장군의 생애를 다룬 책들이 다시금 주목받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3일 주요 온라인서점에 따르면 이 책은 역사 부문 알라딘 주간(8월 27일~9월 2일) 집계에서 6위, 같은 기간 교보문고에서는 4위를 기록하고 있다. 예스24 역사 부문 베스트셀러 순위에서도 6위다.

출판사 한길사에 따르면, 최근 며칠 전부터 하루에 100부 이상 팔리고 있다. 각종 사료를 수록한 책은 전체 분량이 800여쪽에 이른다. 홍범도 장군에 대한 가장 최신 버전의 평전이고, 지금 논란이 되는 자유시 참변에 대해서도 상세히 서술하고 있어 독자들에게 읽히고 있다는 풀이다.

책을 쓴 이동순(73) 영남대 명예교수는 40년 넘게 홍범도 연구에 매달려 왔다. 굶주린 조선 민중들이 국경을 넘고 홍경래가 난을 일으키는 시점부터 홍범도의 출생, 그가 성장하고 결의를 다지며 첫 봉기를 일으킨 일, 아내와 두 아들을 잃는 이야기 등을 소설처럼 풀어쓴 평전이다.

이 교수는 흉상 철거 논란이 시작된 후에는 각종 미디어에 출연하며 이전 추진을 강하게 비판하고 있다. 이 교수는 지난 2월 말 열린 출간 기자 간담회에서도 “홍 장군의 후반 삶과 관련해 공산주의자라는 오해가 있다며 바로 잡아야 할 게 여전히 남았다”고 말했다.

그는 “홍범도가 (자유시 참변 당시) 독립군 무장 해제를 요구한 소련 공산당 편을 들었다, 그러니 빨갱이다, 배신자다, 이런 관점이 국내에 있다”면서 “하지만 홍범도는 소련 땅에 왔으니 당분간은 소련의 지시를 따르고 소련의 힘을 빌려 우리 힘을 키우자는 중도 노선을 선택한 것이었다. 무엇보다 동족 간의 싸움을 막기 위해 노력했고, 참변 후 남아서 뒷정리를 다 했다”고 강조했다.

이 교수가 발표한 시 ‘홍범도 장군의 절규’도 홍범도 장군 흉상 논란과 맞물려 화제다. 이 시를 두고 페이스북 측이 지난 2일 ‘혐오 발언’으로 규정, 삭제 조치를 내린 사실이 알려지자 누리꾼들 사이에서 해당 시를 퍼 나르는 캠페인까지 벌어지고 있다.

이 교수가 홍범도 장군을 1인칭 시점으로 쓴 이 시에서 ‘야 이놈들아/ 내가 언제 내 동상 세워달라 했었나/ 왜 너희들 마음대로 세워놓고/ 또 그걸 철거한다고 이 난리인가”라며 “내가 오지 말았어야 할 곳을 왔네/ 나, 지금 당장 보내주게/ 원래 묻혔던 곳으로 돌려보내주게/ 나, 어서 되돌아가고 싶네”라며 현 사태를 성토한다.

아울러 독립기념관장을 지낸 김삼웅이 2019년 쓴 ‘대한독립군 총사령관 홍범도 장군 평전’(레드우드)도 예스24 역사 부문 주간 집계 17위에 올랐다.

한편 농민의 아들로 태어난 홍범도 장군은 1920년 일본군에 대항한 봉오동전투와 청산리대첩을 승리로 이끈 인물이다. 일제 억압으로 러시아 연해주로 넘어갔다가 스탈린의 강제 이주 정책에 의해 카자흐스탄 크질오르다로 옮겨 갔다. 76세로 숨진 후 그곳 공동묘지에 묻혔다. 홍 장군의 유해는 순국 78주년인 문재인 정부 시절인 2021년 광복절 고국으로 돌아와 현재 국립대전현충원에 안치돼 있다.

시인 이동순 영남대 명예교수가 지난 2월28일 평전 ‘민족의 장군 홍범도’ 출간 기자간담회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민족의 장군 홍범도’은 홍범도 장군 순국 80주기를 맞아 독립운동가의 자손으로서 홍범도 장군을 42년간 연구해온 이 교수가 홍범도 장군의 생애를 문학적으로 재조명한 평전이다(사진=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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