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날 채널A가 공개한 녹음 파일에 따르면 성남도시개발공사 개발사업본부장이었던 유한기씨는 지난 2015년 2월 6일 오후 3시 30분께 황 전 사장의 집무실을 찾아 사직서를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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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유씨는 황 전 사장에게 “사직서를 쓰라”라고 말했다. 이에 황 전 사장은 “어쨌거나 하여튼 내가 유동규를 한 번 만날게” “그거 써주는 게 중요한 거야 지금?”이라며 반감을 드러냈다.
그러자 유씨는 “왜 아무것도 아닌 걸 못써 주십니까”라고도 했다. 황 전 사장은 “내가 (사직서를) 써서 줘도 (이재명 당시) 시장한테 갖다 써서 주지 당신한테는 못 주겠다”라고 거부했다.
이에 유씨는 황 전 사장에게 “아닙니다. 오늘 해야 합니다. 오늘 아니면 사장님이나 저나 다 박살 납니다”라고 말했다. 이어 “제가 다시 타이프를 쳐올까요. 오늘 해야 합니다” “오늘 때를 놓치면”이라고 말하며 재차 사직서를 요구했다.
유씨가 황 전 사장에게 사직서 제출을 요구한 이날은 성남도시개발공사가 대장동 개발 사업의 민산 사업자 공모를 공고하기 일주일 전이자 화천대유가 설립된 날이었다.
유씨의 계속된 사퇴 요구에 황 전 사장은 “정 실장과 유 전 본부장이 당신에게 (사직서 제출 요청을) 떠미는 것이냐”고 물었고, 유씨는 “그러고 있어요. 그러니까 양쪽 다”라고 대답했다.
대화 내용에서 ‘정 실장’은 정진상 당시 성남시 정책실장이자 현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의 경선캠프 비서실 부실장을 의미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40분 분량의 녹음 파일에서 유씨는 황 전 사장에게 사직서 제출을 14차례 요구했다. 또 유 전 본부장과 ‘정 실장’을 각각 12번, 8번 언급하기도 했다.
결국 황 전 사장의 사직서는 약 한 달 뒤인 2015년 3월 11일 처리됐다. 이후 대장동 개발 사업의 우선협상대상자는 3월 27일에 선정됐다.
이와 관련, 황 전 사장은 이날 참고인 조사를 받기 위해 서울중앙지검에 출석하면서 이 후보의 개입 여부를 묻는 취재진의 질문에 “나중에 다 밝힐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지난 17일 경기남부경찰청에 참고인 신분으로 조사를 받으면서 그는 “대장동 개발은 유 전 본부장이 주도했고 그가 실세였다”는 취지의 말을 남겼다.
녹취록에 언급된 정 실장은 이 후보의 핵심 측근으로 2019년 2월 성남시 대장동 개발지구 내 전용면적 84㎡(공급면적 34평형) 아파트 1채를 분양받아 거주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그는 녹취록 관련 다수의 언론을 통해 “이런 일에는 항상 저를 파는 사람들 있다. 누구와도 황 전 사장의 거취 문제를 의논하지 않았다”라고 의혹을 부인했다. 이어 “당시 성남시 실국 10여 개 산하기관의 공약 사업에 관여했지만, 세부적 내용에 전혀 개입하지 않았다”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