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CC 오해와 진실]항공사 마일리지는 무료 서비스다?

이소현 기자I 2019.11.30 12:00:00

항공 마일리지 ‘서비스 vs 재산권’ 시각차
‘마일리지’ 서비스라더니…유상 판매해 수익
LCC 차별화..복합결제 가능·친구에게 양도

[이데일리 이소현 기자] 항공사 마일리지 소멸이 한 달 앞으로 다가왔다. 2009년 적립한 항공사 마일리지는 2020년 1월1일에 소멸한다.

마일리지 소멸 논란은 지난 10년간 공정거래위원회 문턱을 넘나들었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은 2008년 항공약관을 변경, 항공 마일리지 10년 유효기간 제도를 도입했다. 갈등이 촉발된 것은 올해 1월 1일부터 항공 마일리지 소멸이 본격화됐기 때문이다.

◇항공 마일리지 ‘서비스 vs 재산권’

무엇보다 항공사와 소비자 간에 항공 마일리지를 바라보는 시각차이가 크다. 항공사는 서비스로 소비자는 재산권으로 인식한다.

실제 항공사는 마일리지는 고객에게 지급하는 일종의 우대 정책으로 여긴다. 대한항공은 스카이팀, 아시아나항공은 스타얼라이언스 등 항공 동맹체를 이루고 있는데 자사 항공기뿐만 아니라 각각 항공 동맹체 소속 항공사를 이용한 마일리지 적립을 통해 충성 고객을 확보하는 마케팅 용도로 활용한다.

항공사는 미리 보너스 항공권을 구매하면 된다고 강조한다. 성수기에는 일반항공권도 구하기가 어려우니 비성수기 등을 적절히 활용하면 된다는 것이다. 그러나 소비자는 항공사가 열어 놓은 5% 안팎의 마일리지 항공권을 구매하는 것 자체가 어렵다고 지적한다.

실제 마일리지를 제 가격에 가장 잘 활용하는 방법은 보너스 좌석 구매다. 아시아나항공 기준으로 국내선 보너스 항공권을 구매하려면 1만 마일리지가 필요하다. 이는 인천~이스탄불 마일리지 적립이 편도기준 5185마일로 왕복 120만원가량을 써야 얻을 수 있다. 적립한 1만370마일 중 1만마일을 국내선 보너스 항공권 구매에 사용했더라도 소량으로 남은 370마일은 유효기간이 임박해도 사실상 사용할 수 없는 게 문제다.

항공사는 영화관과 할인마트 등으로 마일리지 사용처를 확대해서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지만, 소비자는 비항공권 부문에는 마일리지 차감률이 과다하게 책정돼 손해라는 입장이다.

◇‘마일리지’ 서비스라더니…유상 판매해 수익

특히 항공사의 주장과 달리 항공 마일리지가 무상 서비스가 아닌 이유가 있다. 항공사들이 은행과 카드사와 제휴해 마일리지를 판매해 이득을 얻고 있어서다.

은행·카드사에 제휴 마일리지 판매가 엄연한 항공사의 수입원인 것으로 드러났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고용진 의원(더불어민주당, 서울 노원갑)이 최근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를 보면 2016년부터 2019년 8월까지 3개 은행을 대상으로 항공 마일리지를 판매해 대한항공은 15억1601만원, 아시아나항공은 6억4690만원의 수입을 거뒀다. 국적 저비용항공사(LCC) 1위인 제주항공도 2017년 하나은행과 제주항공 마일리지 제도인 리프레시포인트 적금 출시해 1646만6000원 이득을 봤다.

항공사가 마일리지 판매로 금전적인 매출을 올리는 데 이어 마일리지 소멸로 항공사가 이득 보는 점이 또 있다. 부채를 탕감할 수 있는 것. 항공사 마일리지는 적립 비율만큼 재무제표에 부채로 기록한다. 항공사가 현금으로 당장 갚아야 할 빚은 아니지만, 마일리지 유효기간 동안 회계상 부채로 잡힌다. 결국, 마일리지 소멸은 항공사에게 부채 감소의 이점을 가져다준다. 2020년 1월 1일부터 마일리지 유효기간 10년 만료로 2009년에 쌓은 마일리지가 소멸하면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부채 비율도 줄게 되는 것이다. 올해 3분기 누적 기준으로 마일리지에 따른 부채가 대한항공은 2조3111억원, 아시아나항공은 7238억원이다.

항공 마일리지 소멸 논란은 현재진행형이다. 소비자주권시민회의는 “마일리지 소멸은 소비자 재산권을 침해하는 불법행위”라며 지난 1월 마일리지가 소멸한 7명을 원고로 서울남부지법에 소멸 마일리지 지급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공정위는 마일리지 제도 개선을 추진 중이고 항공사는 복합결제 허용 계획을 거론하고 있다.

◇복합결제 가능하고 친구에게 양도 가능…LCC 마일리지

기내식, 위탁수하물 등 서비스는 대형항공사(FSC)가 크지만, 마일리지에서만큼은 저비용항공사(LCC)가 소비자에게 주는 혜택이 더 크다. 제주항공은 ‘리프레시 포인트’, 진에어는 ‘나비 포인트’ 에어부산은 ‘스탬프’ 라는 이름으로 마일리지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특히 제주항공은 항공권 구매시 모자란 리프레시 포인트를 현금으로 구매할 수 있어 사실상 복합결제 시스템을 갖췄다.

2016년 ‘리프레시 포인트’를 도입한 제주항공은 현재 총 450만명 이상이 회원으로 가입했다.

기존 마일리지 제도는 좌석 예매가격에 따라 다른 수준의 마일리지를 적립하는 등 복잡하지만, 리프레시 포인트는 적립률이 1000원당 50포인트로 단순하다. 즉 1포인트당 1원의 가치다. 유류 할증료와 공항시설 사용료 등을 제외한 항공운임을 기준으로 5%를 적립할 수 있다. 리프레시 포인트 유효기간은 3년이다.

이렇게 적립한 포인트는 현금처럼 곧바로 사용해 포인트 항공권을 구매할 수 있다. 미국의 델타항공과 유나이티드, 아메리칸 에어라인, 젯블루 등이 같은 방식으로 포인트를 적립해주고 있다. 우선 ‘포인트 항공권’을 구매할 수 있다. 또 사전 좌석 이용이나 사전 수하물 구매, 사전 주문 기내식 등 유료 부가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기존 마일리지 제도보다 리프레시 포인트의 가장 좋은 점은 양도가 자유롭다는 것이다. 대형사 항공 마일리지 합산제도는 최대 8인 가족까지 제한하고 가족관계 증명서 등을 제출해야 하는 등 과정이 번거롭다. 반면 리프레시 포인트는 복잡한 서류 없이 제주항공 회원이면 가족은 물론 친구 등 타인에게도 최대 30만점까지 양도할 수 있다.

항공 마일리지에 대한 논란은 지속 중이지만, 당장 해결책은 뾰족하지 않다. 소비자가 손해 보지 않으려면 일단 부지런해야한다. 당장 항공사 홈페이지에 들어가서 연말에 소멸하는 마일리지를 확인해보자. 내 마일리지가 부족하다면 가족의 숨겨져 있던 마일리지를 찾아 합산해보자. 12월 31일 전에만 항공권을 구매하면 되니 내년 여행계획을 미리 세워 손품을 팔아보는 수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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