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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바, WD 정식 우선협상대상자 선정키로…본계약은 9월 전망

김형욱 기자I 2017.08.30 08:38:10

매각 방식 대체 합의…경영 개입 시점 등 막판 조율
中 독점금지법 절차 최소 반년…상폐 위기는 여전

AFP


[이데일리 김형욱 기자] 도시바가 지난 29일 반도체 자회사 도시바메모리 매각과 관련해 미국 웨스턴디지털(WD) 진영에 독점교섭권을 부여키로 했다고 30일 일본경제신문(닛케이)이 보도했다. 오는 31일 이사회에서 이에 대해 의결할 계획이다.

애초 8월 중 맺으려 했던 본계약은 약간 미뤄진 9월 중 최종 계약하게 될 전망이다. 매각액 약 2조엔(약 20조원)이라는 덴 합의를 마쳤으나 WD의 출자 방법 등 나머지 조건에 대한 협의가 아직 진행 중이기 때문이다. WD 진영엔 WD와 미국 헤지펀드 KKR, 일본 정부측 산업혁신기구와 일본정책투자은행 등이 참여해 일정액을 투자해 지분을 확보할 계획이다. WD는 그러나 반도체 동종업계인 만큼 직접 지분 매입에 참여한다면 중국이나 미국, 유럽 등지의 독점금지법에 걸려 인수 자체가 무산될 우려가 있다.

도시바는 최근 반년 반도체 부문 매각을 둘러싸고 혼돈을 겪었다. 이 회사는 2015년 회계부정에 이어 지난해 12월 미국 원자력발전 자회사 웨스팅하우스(WH)의 7조원대 부실이 드러나며 최악의 자금난을 맞았고 결국 낸드 플래시 부문 세계 2위인 반도체 부문을 매각기로 했다. 업계 5위권인 SK하이닉스(000660)와 대만의 큰손 훙하이정밀공업 등이 참여하며 인수전 자체는 흥행하는 듯했다. 도시바도 지난 6월 말 조건이 가장 좋은 SK하이닉스 진영을 우선협상대상자로 내정하며 본협상을 진행하려 했다. 그러나 WD가 일본 요카이치 반도체 공장을 공동 운영하는 협력기업이란 이유로 매각을 반대하며 매각중단 가처분소송을 내는 등 법적 대응에 나서며 발목을 잡혔다. 도시바는 그 사이 도쿄증권거래소 1부에서 2부로 강등되고 상장 폐지 위기에 내몰리는 등 자금난 악화가 더 심화했고 시간에 쫓기게 됐다. 결국 분쟁 우려가 없는 WD로 매각 대상을 뒤바꾸며 6개월에 걸친 인수전을 사실상 마무리하게 됐다.

추가적인 반전은 없을 전망이다. 양측의 인수합병(M&A) 합의는 막바지 단계에 이르렀다. 스티브 밀리건 WD 최고경영자(CEO)도 쓰나카와 사토시(綱川智) 도시바 사장과 만나기 위해 일본 도쿄를 찾았다. 최대 쟁점인 WD의 경영권 참여와 관련해서도 WD는 인수 후 당장은 도시바메모리 사내이사를 파견하지 않는 데까지는 합의했다. 지분 구성도 대체로 합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일본 정부측 자본이 2조엔의 절반인 1조엔을 출자하고 나머지 7000억엔은 주거래은행들이 융자 형태로 갹출키로 했다. WD는 의결권이 없는 신주인수권부사채(CB) 등 형태로 1500억엔을 낸다. 신주 전환 땐 지분율이 15% 가량 될 전망이다. 도시바 역시 신생 도시바메모리에 일부 출자키로 했다. WD는 우선협상대상자 의결이 되는대로 매각중단을 위한 각종 법적 조치를 철회키로 했다.

WD가 언제쯤 실질적으로 경영권을 행사하느냐가 남은 쟁점이다. WD는 이후 출자비율을 33.3%까지 늘릴 계획인데 그 시점에 대해선 도시바측과 이견이 있다고 닛케이는 전했다. WD는 수년 후 도시바메모리 기업공개(IPO)한 직후 지분 비율을 늘려가며 경영 관여를 시작할 계획이지만 도시바는 독점금지법을 이유로 10년 동안은 지분 비율을 15% 이내로 억제해 달라고 요청하고 있다. 일본 정부 측 자본도 이를 주장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본계약 후엔 각국 독점금지법 심사를 기다려야 한다. 빨라야 반년 전후가 걸리는 만큼 시간이 촉박하다. 도시바는 채무초과에 따른 상장폐지를 피하기 위해선 2017년 회계연도가 끝나는 2018년 3월 말까진 매각 절차를 모두 마무리하고 현금을 메워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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