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능한 CEO가 부족해"..글로벌 기업 쟁탈전

김경인 기자I 2006.01.26 09:30:00
[이데일리 김경인기자] 세계 최대 검색엔진 구글이 마이크로소프트(MS)의 한 경영진을 영입, 중국 법인 사장으로 앉혔다. MS는 즉각 소송을 걸었고, 지리한 법정 공방을 벌인 결과 구글 내에서의 그의 업무 범위를 제한하는데 성공했다.

노텔 네트웍스는 전 모토로라 경영진을 신임 사장을 선임했고, 모토로라는 이에 대해 법정 투쟁을 선포했다. 야후는 한 소규모 소프트웨어 업체의 컴퓨터 엔지니어팀 전체를 스카웃 했으며, 이 회사는 즉각적으로 소송을 제기했다.


능력 있는 경영 인력을 확보하기 위한 세계 주요 기업들 간의 경쟁이 심화되고 있다. `경영진 빼내기`가 상대적으로 적었던 IT 업계마저 최근 인력 경쟁에 `올인`하는 모습이다. `지킬 수 없더라도 최소한 빼앗기진 않겠다`며 소송도 불사하는 적극적인 자세다.

공급이 늘면 가격은 떨어지는 것이 시장의 법칙이다. 그러나 중국과 러시아, 인도의 인재들이 세계 경제에 뛰어들고 해마다 폭발적인 수의 MBA 졸업생들이 시장에 쏟아져 나오는데도, 능력있는 경영자들의 몸 값이 오히려 더 오르는 이유는 무엇일까?

CNN머니는 24일(현지시간) 전세계에 능력있는 인재들이 넘쳐나지만, 그 중 경영자로서의 자질을 갖춘 사람들은 많지 않다고 지적한다. 심지어 수 백만명 중 원하는 인재를 채용할 수 있는 중국에도 쓸만한 경영자급 인재를 찾는 것은 결코 쉽지 않다.

최근 기업들은 `직원들에게 동기를 부여하는 능력`을 경영자의 첫째 조건으로 꼽는다. 라이트 매니지먼트 컨설턴트의 최근 조사에 따르면, 기업들은 CEO가 갖춰야할 첫번째 기술로 `동기를 부여하고 직원들을 참가시키는 능력`을 꼽았다. 2위는 `커뮤니케이션 기술`이 차지했다.

경영진 전문 리쿠르터인 스펜서스튜어트 헤드헌터의 톰 네크는 "기업이 원하는 CEO의 스타일은 과거와 확연히 달라졌다"며 "명령을 내리는 사람보다는 문제를 제시하고 직원들이 스스로 답을 찾게 유도하는 스타일을 선호한다"고 설명한다.

그러나 한 해 10만명 이상의 MBA 졸업생들이 쏟아져 나오는 현실에서도 이런 능력을 갖춘 CEO 감을 찾는 것은 결코 쉽지 않다. 최근 수 많은 기업들이 기업 내부에서 후계자를 키우는 일에 골몰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다만 대부분의 기업들이 제대로 된 리더십 훈련 프로그램을 갖고 있지 못하다는 것이 문제다. 미시간대 MBA 교수인 노엘 타치는 "보잉과 HP, 사라 리, 3M과 같이 외부에서 CEO를 고용하는 기업들을 잘 살펴보라. 그 회사들은 리더십 조달라인이 깨져있다"고 지적했다.

라이트의 설문에서도 응답 기업의 77%는 `기업 내에 만족할 만한 경영 후계자가 없다`고 응답했다. 한 때 미 기업들의 `CEO 공장` 역할을 해 온 제너럴 일렉트릭(GE)이나 프록터 앤 갬블러(P&G), 펩시 등도 사정이 다르지 않다.

CNN머니는 CEO 부족 현상의 가장 큰 이유는 CEO와 직원들이 리더십 훈련을 자신의 업무로 생각치 않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성공하는 회사들은 차기 CEO를 육성하는 것이 모든 매니저들의 임무임을 인식하고 있으며, 특히 경영자의 지원이 가장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주요 뉴스

ⓒ종합 경제정보 미디어 이데일리 - 상업적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