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랜더는 27일(한국시간) 미국 미시간주 디트로이트 코메리카파크에서 열린 피츠버그 파이리츠와의 홈경기에 선발 등판해 5⅓이닝 동안 5피안타(2피홈런) 1볼넷 6탈삼진 2실점을 기록했다. 현역 마지막 등판에서 공 91개를 던졌다. 디트로이트는 벌랜더의 역투를 발판 삼아 4-3 끝내기 승리를 거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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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 마운드에 오른 이는 AJ 힌치 감독이 아니었다. 1루쪽 더그아웃 인근 출입구에서 딸 제너비브가 뛰어나왔다. 딸은 곧장 마운드로 달려가 아버지를 끌어안았다. 벌랜더는 몸을 숙여 딸을 안고 눈물을 흘렸다. 관중석에서는 그의 이름 머리글자를 딴 “제이브이(JV)”라는 함성이 터졌다.
이 장면은 힌치 감독과 벌랜더의 아내이자 배우 겸 모델인 케이트 업턴이 준비한 깜짝 선물이었다. 힌치 감독은 며칠 전 업턴에게 연락해 작별 인사를 나눌 방법을 의논했다. 벌랜더는 딸의 등장을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업턴은 “남편에게 가장 소중한 것들이 한 자리에 모여 있었다”며 “그래서 더욱 특별했다”고 말했다.
벌랜더는 2005년 빅리그 데뷔 후 최고의 투수로 군림했다. 통산 세 차례나 사이영상을 받았고 월드시리즈 우승도 두 차례나 경험했다. 올스타에 10번이나 뽑혔고 노히트노런도 세 차례나 기록했다. 2011년에는 24승 5패 평규자책점 2.40에 250탈삼진을 기록, 다승·평균자책점·탈삼진 1위를 모두 쓸어담았다. 그해 MVP와 사이영상을 독식했다.
이날 마지막 등판에 오르기까지는 우여곡절이 있었다. 올 시즌 9년 만에 친정팀 디트로이트에 돌아온 벌랜더는 엉덩이 부위와 햄스트링 부상에 시달렸다. 이날 전까지 선발 등판은 3월 말 한 차례뿐이었다. 최근 한 달여 동안 불펜 피칭에서 21개 이상 던진 적이 없었다.
하지만 마지막 마운드에서는 힘을 냈다. 1회초를 삼자범퇴로 막았고, 3회초에는 시속 95마일(약 153㎞) 직구로 헨리 데이비스를 삼진 처리했다. 4회초로, 5회초 제이컵 곤살레스에게 각각 솔로 홈런을 맞았지만 쉽게 물러서지 않았다.
5회초에는 수비 도움도 받았다. 라이언 오헌에게 우전 안타를 허용했으나 우익수 잭 매킨스트리가 3루로 정확하게 송구해 선행 주자를 잡았다. 비디오 판독에서도 아웃 판정이 유지됐다. 벌랜더는 마운드에서 포효했다.
벌랜더는 0-2로 뒤진 상황에서 마운드를 내려와 승패를 기록하지 않았다. 이날 투구로 통산 성적은 557경기 등판 266승 159패 평균자책점 3.33이 됐다. 총 3576⅔이닝을 던져 3560탈삼진을 잡았다. 명예의 전당 헌액은 이미 예약한 것이나 다름없다.
힌치 감독은 6회초 첫 타자를 잡은 뒤 벌랜더를 교체한 이유에 대해 “모든 것이 완벽하게 끝나길 바랐다”며 “마지막 아웃만큼은 좋은 장면이었으면 했다”고 설명했다.
벌랜더는 경기 후 인터뷰에서 “마운드에서 공을 잡을 때마다 감독이 공을 가져갈 때까지 모든 힘을 쏟았다”며 “사람들이 나를 기억한다면, 매번 최선을 다했다는 점을 기억해줬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가족은 오랜 선수 생활 동안 그의 버팀목이었다. 벌랜더는 “아버지가 된 뒤 분노 대신 사랑에서도 힘을 얻을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면서 “가족 덕분에 나는 다른 사람이 됐다”고 밝혔다. 전날에는 딸 제너비브가 시구자로 나섰고, 벌랜더가 직접 딸의 공을 받았다.
통산 300승에는 닿지 못했지만 마지막까지 마운드를 지켰다. 경기를 마친 벌랜더는 동료들과 인사를 나눈 뒤 아내와 한 살 아들 벨라미를 안았다. 가족과 함께 더그아웃 계단을 내려간 그는 “이제 잃어버린 시간을 만회할 기회가 생겼다”며 가족과 더 많은 시간을 보낼 것임을 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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