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불안에 떠는 것은 이씨뿐이 아니었다. 서울 은평구에 사는 직장인 성모(29)씨는 이사를 계획하면서 어려움이 상당하다고 했다. 성씨는 “전세사기 뉴스가 계속 나오니까 나도 당하는 건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든다”며 “괜찮은 집인지 확인해야 하는데 공인중개사에 의한 사기도 있어서 믿기 어렵고 집주인의 경제사정이나 집 정보는 얻기 어렵다”고 토로했다.
부동산시장 내 공포는 지난해 전·월세 계약에서도 드러났다. 대법원 등기정보광장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에서 확정일자를 받은 주택 임대 계약 중 월세 계약의 비중은 확정일자 정보가 취합되기 시작한 2014년(39.5%) 이후 가장 많은 57.7%를 차지했다. 전세사기 사태 이후 전세 계약을 피하는 세입자들이 월세로 눈을 돌린 영향으로 해석된다.
이 같은 세입자의 걱정은 기우가 아니었다. 전세사기 매물을 다시 시장에 내놓은 사례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지난 1월 동작구에서 전세사기를 당한 강다영(28)씨는 피해 건물이 월세 매물로 나온 것을 보고 놀랐다. 강씨는 “포털 사이트에 사기 매물이 광고되고 있어서 신고했다”며 “피해자가 임차권 등기를 걸고 나간 사이에 빈집을 다시 월세 매물로 내놨는데 신고를 안했다면 누군가 또 피해를 볼 수 있었던 셈”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전세사기 피해자를 구제해온 전세사기특별법마저 일몰을 앞두고 있다는 점이다. 국회는 전세사기 피해자들에게 금융 지원을 확대하고, 정부가 경·공매 대행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전세사기특별법을 본회의에서 처리했다. 2023년 6월 1일부터 시행된 이 법은 2년 한시법으로 제정돼 오는 5월 말 일몰을 앞두고 있다. 박용갑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포함해 다수의 국회의원들이 법의 시행기간을 연장하는 개정안을 올해 발의했다. 하지만 탄핵 정국 속에서 논의가 더디게 진행되면서 법안은 국회에 계류돼 있다.
전문가들은 특별법의 기간을 연장하면서 근본적인 원인을 해소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현석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전세사기는 억울한 피해자가 많아 정부가 나서야 한다는 공감대가 모여 있다”며 “특별법은 기한을 연장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다만 “정말 피해를 줄이려면 문제가 주로 발생하는 빌라나 동네에 대한 정보 불균형이 해소되도록 행정관청이 나서고, 공인중개사의 정보 안내 책임을 강화해야 한다”고 제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