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vs 中, 전기차 두고 2라운드…보호무역 확산 우려

이명철 기자I 2024.03.03 11:56:06

바이든 “국가안보 위해 중국 커넥티드카 조사 수행”
전기차 1위로 부상한 중국, 미국 내 정보 침해 우려
中 “전기차 성장에 불안감 느껴…위협 이론 과장해”

[베이징=이데일리 이명철 특파원] 미국의 바이든 행정부가 전기차 수출국 1위로 부상한 중국 견제에 나섰다. 국가 안보를 이유로 전기차 등 커넥티드카(스마트카)에 대한 조사를 예고했는데 부품 사용 제한 등 제재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다. 미국 의회에서는 중국산 자동차 관세를 지금보다 4배 이상으로 높이는 법안도 나왔다. 중국이 미국측 움직임에 반발하면서 다시 보호무역이 강화될 수 있다는 관측이다.

지난 1월 중국 산둥성 옌타이항에서 중국 제조사 BYD의 전기차가 수출을 위해 대기하고 있다. (사진=AFP)


◇美공화당 상원, 중국에 관세 125% 부과 법안 발의

3일 외신 보도를 종합하면 조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달 말 성명을 통해 “중국과 같은 ‘우려 국가’의 자동차들이 미국 도로에서 국가 안보를 훼손하지 않도록 하기 위한 전례 없는 조치를 발표한다”며 “우려 국가 기술이 적용된 커넥티드카 조사를 수행하고 위험에 대응하는 조치를 취하도록 지시했다”고 밝혔다.

미국이 중국산 스마트카, 즉 전기차에 대한 조사를 실시하는 이유는 국가 안보 때문이다. 지나 러몬도 미국 상무부 장관은 최근 “중국 커넥티드카가 베이징 누군가에 의해 즉각적으로 동시에 무력화될 수 있는데, 이를 생각만 해도 무섭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커넥티드카가 엄청난 양의 민감한 데이터를 수집할 수 있다며 사생활 침해와 해외 정보 유출 문제도 제기했다.

중국의 전기차 산업이 급속도로 성장하면서 미국의 견제는 심해지고 있다. 중국자동차공업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 자동차 수출량은 전년대비 57.9% 증가한 491만대로 일본을 제치고 1위를 차지했다. 신에너지차(전기차)는 1년새 77.6% 급증한 120만대를 기록했다. 중국 전기차 제조사 비야디(BYD)는 지난해 4분기 테슬라를 제치고 세계 전기차 판매 1위를 차지했다. 최근에는 멕시코에 제조공장 설립을 추진하고 있다는 소문이 나와 미국을 긴장시키기도 했다.

이에 바이든 행정부는 올해부터 전기차 구매자에게 보조금 7500달러를 지원하는 제도를 개편하면서 중국을 포함한 ‘외국 우려 기관’의 배터리나 배터리 광물을 사용하는 자동차는 지급을 거부한 바 있다. 지난달 28일에는 조시 홀리 미 공화당 상원의원이 중국산 자동차 관세를 현재 27.5%에서 125%로 올리는 내용을 담은 법안을 발의하기도 했다.

로이터통신은 중국 전기차에 대한 미국 조치를 두고 재선에 도전하고 있는 바이든 대통령의 정치적 노림수라고 분석했다. 대선 경쟁자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미국이 중국과 전기차 경쟁에서 밀려 일자리를 잃고 있다고 비판하고 있는데 이에 대응하는 정책을 펼치는 것이다.

◇中 “바이든, 트럼프 견제용으로 악용”

미국의 조치에 대해 중국은 반발하고 나섰다. 주미국 중국대사관은 “바이든이 경쟁을 억제하기 위해 중국 위협 이론을 과장하고 있다”며 비판했다.

리하이둥 중국 외교대 교수는 중국 관영 환구시보(글로벌타임스·GT)에 “중국 전기차는 미국 판매가 제한적이지만 전세계적으로 판매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며 “국제 시장에서 중국 전기차의 강력한 부상은 필연적으로 미국과 서구에 불안을 가져왔다”고 지적했다.

전기차를 둘러싼 미국과 중국의 갈등은 보호무역 확산으로 번질 수 있다. 이미 반도체와 관련해 미국이 중국에 대한 수출 제한 등 규제를 실시하자 중국은 갈륨·게르마늄 등 반도체 재료 수출을 통제한 바 있다.

미국 워싱턴 전략 및 국제 연구 센터의 중국 전문가 스콧 케네디는 로이터에 “미국은 (커넥티드카) 조사가 합리적이라고 말했지만 과장된 국가 안보 우려에 기반한 보호무역주의를 부추길 수 있다”며 “이는 글로벌 공급망을 뒤흔들고 미국 생산에 타격을 줄 수 있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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