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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근면의 사람이야기]타다…사람이 빠진 제로섬 혁신

최은영 기자I 2019.07.04 08:23:23
[이근면 초대 인사혁신처장·강원대 초빙교수]택시업계와 승차공유 플랫폼 타다의 분쟁이 안개 속이다. 갈등의 골이 점점 깊어지며 택시 기사가 스스로 목숨을 끊는 일까지 생겼다. 혼란은 점차 격화하는데 중재해야 할 정부와 국회는 이렇다 할 대안을 제시하지 못한 채 여론의 눈치만 살핀다는 비판도 받고 있다. 과연 타다는 혁신일까? 택시의 고급화일까?

◇빛나는 혁신에 가려진 그림자

분쟁이 길어짐에 따라 국민의 혼란과 택시업계의 두려움은 깊어지고 있다. 진짜 문제는 공유경제 혹은 4차 산업혁명, 혁신 등의 이름을 달고 등장하는 신규사업자와 기존사업자인 택시업계의 싸움이 앞으로도 반복될 가능성이 매우 크다는 데 있다. 이미 풀러스, 카카오 카풀 등과 택시업계의 갈등이 있었고 그 전엔 우버가 강한 반발에 부딪혀 한국시장 진출을 포기한 바 있다.

문제가 지속된다는 것은 기술발전과 사업 환경 변화로 인해 이전까지 지속해온 사업양태를 유지하기 힘든 구조적 압력이 우리 앞에 놓여 있음을 의미한다. 정보통신기술(ICT)에 기반 한 모빌리티 사업의 확대와 정착은 불가피한데 정부의 정책은 이에 대한 대비가 전혀 되어 있지 않다 보니 기존사업자와 신규사업자의 이전투구가 이름만 바뀌며 계속되고 있는 것이다.

혁신은 불가피하며 기득권과의 조정은 필수다. 다만 혁신으로 말미암아 발생하는 ‘변화’의 DNA를 기존 시장에 어떻게 적용할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 진정한 공유경제는 기존 시장 참여자들을 어떻게 변화의 주체로 이끌어 낼지를 고민해야지 뺏고 뺏기는 기득권의 충돌이 되어서는 안 된다. 하지만 ‘타다식 공유경제’는 ‘혁신을 위한 진통’이라기보다 ‘주인 없는 길목에서 요금 받기’에 가깝다.

◇창조적 모방과 발명적 혁신

공유경제, 좋다. 하지만 따라 하기 식이 아닌 본질적 혁신이 필요하다. 더불어 대한민국화(化) 된 ‘창조적 모방’이 필요하다. 미국의 경우 대한민국의 100배에 달하는 땅덩이를 가진데 반해 대중교통 인프라는 턱없이 부족하다. 그 덕에 우버나 카풀이 성공적으로 안착했다. 하지만 드라이버도 이용자도 윈윈(win-win)일까? 이미 세계 수준의 ‘대중교통 공유형 인프라’를 보유한 우리나라에서도 효과를 낼 수 있을까 생각해봐야 한다.

어떤 혁신이건 기존 시장과 신규 시장의 조화가 먼저다. 언론에서는 택시업계와 타다의 갈등이 낡은 기득권과 참신한 신규 사업자의 이권다툼처럼 그려지고 있지만 문제는 그리 간단치 않다. 타다가 소비자들의 열광적인 지지를 받는 이유는 기존 택시업계에 누적된 불만들을 영리하게 파고들었기 때문이다. 타다는 난폭운전, 실내흡연, 승차거부, 불필요한 대화를 하지 않았을 뿐이다. 타다가 택시와 완전히 결을 달리하는 새로운 사업이 아니라는 것이다.

그렇기에 유상운송사업에 관한 규정의 빈틈을 이용해 국가 면허 취득 없는 새로운 사업자가 공유경제라는 명목으로 우후죽순 난립하도록 방관할 것이 아니라 택시의 서비스 수준을 타다 수준으로 끌어올리는 방안을 강구하는 것이 먼저다. 요금을 타다 수준으로 올리되 기사들이 손님을 골라 태우지 않고 난폭운전을 하지 않아도 되도록 고질적인 사납금 제도를 손봐야 한다. 나아가 소비자가 더욱 다양한 선택을 할 수 있도록 일반, 모범으로 이루어진 택시 서비스 체계를 더욱 다양한 가격대와 품질로 다변화 할 필요가 있다. 타다의 성공은 소비자들이 조금 더 돈을 지불하더라도 안전한 택시, 승차거부 없는 택시를 선택할 의향이 충분히 있다는 점을 보여준 사례다.

◇일자리, 사람, 아름다운 혁신

타다의 등장으로 서울시 개인택시 면허권 가격은 지난해 9000만원 내외에서 최근 6000만원대까지 떨어졌다. 16만 개인택시 종사자의 소중한 자산 4조 8000억원. 이 돈은 공중으로 사라진 것일까? 누군가 가져간 것일까?

유휴자원의 공유를 통해 사회전체의 이익을 증진한다는 공유경제가 뜨거운 화두가 되었지만 정작 특정 업체가 공유경제를 통해 발생한 이익을 독식한다고 비판 받는 현 상황은 곱씹어볼 필요가 있다. 우버가 미국에서 엄청난 성공을 거두었지만 그 과정에서 기존 택시기사들은 택시면허 가격 폭락으로 생계에 심각한 타격을 받았고 우버는 불안정한 일자리를 더 많이 양산할 뿐이었다.

최근 이용객의 급격한 증가로 타다 드라이버 역시 과중한 업무에 시달리고 있다. 우버 드라이버의 부업은 노동력 관점에서 얼마나 가치가 있을까. 이들은 몇 시간 일하고 있을까? 52시간은 지켜질까? 또 다른 형태의 노동력 착취는 아닐까? 일의 질과 안정성 측면에서는 또 다른 문제를 지닌 택시업계일 뿐이다.

혁신은 결국 사람의 먹고 사는 문제와 직접적으로 결부되어 있고 그 혁신의 주체와 혜택을 보는 객체가 모두 사람임을 전제로 해야 한다. 혁신은 사회 전체의 파이를 키우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누군가는 고통을 받게 되며 혁신을 향한 시도가 반드시 성공하리라는 보장도 없다. 혁신을 둘러싼 과정이 누군가 하나를 얻으면 누군가는 반드시 하나를 잃는 제로섬 게임이 아니기 위해서는 이 모든 과정에 결부되어 있는 이해 당사자들을 세심히 살피고 관계를 조정해야 한다. 택시업계가 서비스 수준을 향상시키기 위한 노력을 게을리 했다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한 것은 사실이나 그것이 신규 모빌리티 업체가 택시 기사들의 생계를 위협하는 것을 정당화 하진 못한다. 택시 기사들의 일방적 희생 위에 세워진 타다의 성공을 온전히 혁신의 과실이라 보기 힘든 이유다.

일하는 사람에 대한 이해와 배려가 없는 혁신은 저항에 부딪히게 된다. 어떤 혁신이라도 생존권을 위협하게 되면 혁신이 아니다. 모두가 작은 기득권을 내려놓고 더 큰 결실을 나누어 가질 수 있는 혁신이 필요하다. 이끌어 가서 결과를 보여주면 사람의 마음을 얻게 될 것이고 그것은 사회적 아름다운 혁신의 성공에 아주 중요한 요소다. 거짓말을 해서는 안 된다. 시간이 걸리더라도 마음을 얻어야 한다. 심판인 정부와 소비주체인 사회의 합리적 조정이란 바탕이 4차 산업혁명과 공유경제의 성공을 위한 밑거름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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