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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공異야기]하상헌 하이즈항공 대표 "해외 먹거리 넘쳐난다"

이명철 기자I 2017.08.22 06:12:47

보잉 항공기 주력으로 하는 부품업체…품질 신뢰로 상장 일궈
부산 제3공장 및 중국 톈진 공장으로 국내외 수요 증가에 대응
항공산업 우려 높지만 성장성 부인 못해…저변 확대에 노력

하상헌(오른쪽) 하이즈항공 대표이사는 20일 이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중국과 일본 고객사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공장을 준비 중으로 해외시장에서 먹거리를 찾겠다”고 강조했다.(사진=하이즈항공 제공)
[이데일리 이명철 기자] “가장 중요한 경영전략은 고객이 필요로 하는 곳에 거점을 마련하고 고객이 원하는 모든 공정을 커버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글로벌 항공기 종합부품기업으로 도약하는 하이즈항공(221840)의 하상헌 대표이사는 인터뷰 도중 수차례 고객과의 신뢰를 사업 철칙으로 강조했다. 고객사를 가까이 두고 요구 사항을 충족해야 좋은 관계를 유지한다는 것이다. “항공에는 국경이 없다”고 말하는 그는 중국의 성장을 향유하기 위해 현지 법인을 설립하고 부산 공장을 지어 일본 수요에 대응하는 등 고객사 접점을 넓히기 위해 노력 중이다. 아직 글로벌 항공시장 점유율이 극히 낮은 만큼 할 일도 많다는 그의 말에서 해외시장 진출 확대에 대한 확고한 의지도 엿볼 수 있었다.

◇낱개 부품서 시작…보잉 주요 협력사 자리매김

하이즈항공은 2001년 설립한 항공기용 부품 제조업체로 2015년 11월 코스닥시장에 상장했다. 처음 회사를 세웠을 때만 해도 부담은 컸다. 하 대표는 “항공사업을 시작한다고 하면 다 날린다고 할 정도로 부가가치가 없는 분야였다”며 “항공을 좋아하는 사람끼리 모여 협력하다보니 비즈니스 모델이 생기고 회사가 성장하게 됐다”고 술회했다. 한국항공우주(KAI)와 대한항공 출신의 항공 전문가들이 모여 항공기 주익(Main Wings) 조립사업으로 시작해 항공기 기체조립과 부품 핵심영역을 모두 수행하는 위치에 올랐다.

현재 글로벌 항공사인 보잉의 787·737 날개 구조물·부품과 767 후방동체 등을 직접 또는 1차 협력사에 납품하고 있다. 보잉이 항공정비사업(MEO)으로 패러다임의 변화를 추구하면서 새로운 기업을 찾는 과정에서 기회를 얻어 처음 소수 품목 공급을 통해 인연을 맺었다.

보잉과의 지속 협력관계 구축에 대해 양사간 신뢰를 가장 큰 이유로 들었다. 그는 “사람이 먹는 음식을 갖고 장난치면 안된다는 말이 있듯이 사람이 타는 비행기 또한 신뢰성에서 출발한다”며 “돈이나 기술만 있다고 되는 것이 아니라 품질 신뢰를 인정받았기 때문에 꾸준히 관계를 이어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보잉과의 관계를 통해 주요 항공시장으로 급성장하는 중국에서의 사업 기반도 마련하고 있다. 중국은 코맥(COMAC·중국상용항공기)처럼 규모가 큰 항공기업들이 있지만 이를 뒷받침하는 부품기업 경쟁력이 상대적으로 취약하기 때문에 한국 업체의 성공 가능성이 높다는 판단이다.

현재 보잉의 중국 자회사와 코맥 합작법인의 물량 수주를 위해 톈진 지역에 법인 설립 신청을 해놓은 상태다. 임대공장은 오는 11월부터 가동에 들어갈 예정이다. 하 대표는 “향후 20년간 중국에서 필요한 항공기가 6800대로 일이 많은 것은 뻔히 아는 상황인데 지금부터 준비하면 이미 늦었다”며 “코맥의 항공기 양산을 위한 초도비행에도 초청 받는 등 중국과 관계도 잘 유지하고 있다”고 자신했다. 일본과 국내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지은 부산 제3공장은 현재 테스트를 진행 중이다. 그는 “진주 본사와 사천 공장에서 차례대로 이전해 내년 6~7월이 되면 본격 가동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단기성과 급급하지 않는 ‘뚜벅이’ 경영철학

하 대표는 회사 설립부터 코스닥 상장까지 회사를 이끌어오는 동안 ‘직원이 일하는 데 돈에 시달리지 않는 것’을 기업가의 가장 큰 덕목으로 삼았다. 직원이 돈 때문에 시달리면 결국 업무에도 지장을 미치게 된다는 이유에서다. 그는 “만약 이번달 수금을 못해서 월급을 주지 못하게 된다고 할 경우 회사의 모든 주안점은 당장 수금에만 쏠릴 테고 이 같은 사실을 알게 된 결국 직원들은 떠나가게 될 것”이라며 “당장 일이 하나도 없어도 1년 동안은 직원이 월급을 받을 수 있는 회사를 만들겠다는 신조를 지키고 있다”고 역설했다.

직원이 돈에 시달리지 않을수록 납품하는 협력사와 관계 또한 개선돼 결국 상생하게 된다는 지론이다. 그는 “일부 대기업처럼 하청업체 납품가만 후려치면 결국 산업 저변은 악화된다”며 “항공분야 먹거리가 무궁무진한 만큼 전사적으로 50원을 아끼려고 노력하는 시간에 나가서 500원어치를 벌어오자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상당 부분의 현금을 보유하고 있는 것도 이 같은 이유에서다. 그는 “상장 직전까지만 해도 150억원 가량의 현금을 보유하고 있었다”고 그는 귀띔했다.

기업 경영철학 자체도 방향성이 같다. 단기 성과나 주가 부양에 급급해하지 말고 안전성을 기반으로 더 큰 시장을 노려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지금도 공모자금의 3분의 1 가량을 갖고 있다”며 “주주들이 믿고 투자한 돈을 허투루 쓰지 않고 상장할 때 제시한 목표에 맞춰 사용하면서 한걸음씩 뚜벅뚜벅 걸어가는 모습을 보여줄 것”이라고 말했다. 장기 안목으로 기업을 경영하기 때문에 당장 주식을 팔 계획도 없다. 오히려 상장 후 안정적 경영권을 유지하기 위해 60억원 규모 자사주를 취득, 50% 이상의 우호 지분을 갖고 있다.

전문인력 양성 또한 장기 성장을 위한 필수 조건이다. 세계 시장을 노리는 산업 특성상 인재 또한 세계화돼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보잉과 직거래한지 7년이 된 회사 직원이라면 영어는 물론 환리스크 같은 부분도 알아야 한다”는 게 그의 지론이다. 영어로 자유로운 대화를 하는 실무·임원면접을 실시하는가 하면 교육도 철저하다. 항공과를 졸업한 사원도 입사 후 재교육을 실시한다. 생산직의 경우 빠르면 3개월 정도에 작업에 대한 자격을 부여한다. 엔지니어라면 입사 후 6개월간 사내교육을 거쳐 부서에 배치하고 이후에도 지속 교육을 진행한다. 하 대표는 “회사 성장과 상장 후 인지도 제고를 통해 지금은 우수한 인재를 갖추게 됐다”며 “인력 이동을 통해 연관 기업으로도 퍼지면서 항공업계의 아카데미 역할을 하고 있다”고 전했다.

하이즈항공 부산공장 전경.(사진=하이즈항공 제공)
◇“항공은 미래 산업…해외시장 먹거리 무궁무진해”

하 대표가 장기 비전을 갖고 회사를 운영하는 이유는 분명하다. 한국에서 항공은 ‘꼭 키워야 하는’ 산업이기 때문이다. 그는 “항공은 시장이 일정하게 성장하는 추세고 다양한 분야에서 일자리를 창출하는데다 높은 기술력을 요구하는 분야여서 전략적으로도 한국과 딱 맞다”며 “기술력을 갖춘 일본과 자금이 풍부한 중국 사이에서 융통성을 발휘하면 일거리를 많이 갖고 올 수 있다”고 기대했다. 해외 일감이 풍부하기 때문에 국내 업체와 경쟁도 불필요하다는 판단이다. 그는 “한국이 항공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1%도 되지 않고 하이즈항공은 0.01% 수준에 불과하다”며 “바꿔 말하면 어마어마한 먹거리가 있다는 말로 이것을 찾아내 후배들에게 전달하는 게 우리가 해야 할 일”이라고 지적했다.

현재 회사가 영위하는 날개 부품·조립뿐 아니라 다양한 분야의 M&A 시장을 눈여겨보는 것도 산업 성장에 대응하기 위한 포석이다. 그는 “전세계에는 아직 알 수 없는 경쟁자가 존재할 수 있기 때문에 항공 내 우리가 하지 않은 영역에도 방점을 찍어놓자는 것”이라며 “처음부터 새 사업을 시작하면 쉽지 않겠지만 규모가 크지 않은 기업을 인수해 우리 노하우를 접목하면 수월하게 시장에 진입할 수 있다”고 제언했다.

최근 한국항공우주를 둘러싼 논란으로 항공산업에 대한 투자심리가 위축되기도 했지만 큰 걱정을 하지 않는 것도 시장 성장세는 계속된다는 확신에서다. 하 대표는 “최근 이슈가 산업 자체에 대한 것인지 구성원 때문인지를 두고 볼 때 산업보다는 일부 구성원, 기업에 대한 의구심이라고 볼 수 있다”며 “이번 논란을 통해 생태계가 더 맑아지는 기회가 될 수도 있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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