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재로 가는 터키]③`십자군 동맹` EU와의 작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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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훈 기자I 2017.04.15 09:09:41

모술 수복 명분으로 독자행동 강행…IS 격퇴 꼬일수도
EU 가입 포기로 유럽 이민위기 부추길 수도



[이데일리 이정훈 기자] 현행 의원내각제를 대통령 중심제로 전환하자는 이번 터키 개헌안은 결국에는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63) 대통령이 모든 권력을 손에 쥐겠다는 뜻이다. 이처럼 터키가 독재국가로의 전환을 모색하고 있다는 사실은 주변국들에게도 불안요인이 되고 있다.

실제 터키는 글로벌 정치지형에서는 상당한 의미를 가지는 나라 중 하나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동맹국 가운데 단 둘 뿐인 이슬람 국가라는 상징성이 큰데다 미국과 러시아 사이에서 균형을 맞추는 역할을 하고 있다. 특히 시리아, 이라크와 인접해 있어 이슬람국가(IS)와 서방 연합군간의 전쟁에서도 핵심적인 역할을 담당하고 있으며 유럽에서의 이민 위기 문제에도 직접 관련돼 있다. 이런 점에서 터키는 민주주의가 정치적 이슬람주의와 화해하고 공존할 수 있는지를 가늠할 수 있는 리트머스 시험지 같은 국가로 꼽힌다.

우선 IS 격퇴전에서 터키는 `국제동맹군의 일원으로서 참여하는 게 당연하다`는 명분을 내세우지만 일각에서는 에르도안 대통령이 이웃 국가의 혼란을 교묘히 이용해 지역 패권을 노리고 있다는 분석을 내놓는다. 에르도안 대통령이 과거 수 백년간 오스만제국 영토였던 모술 수복을 앞세워 민족주의를 자극하고 있고 이라크 정부의 철군 요구에도 독자적인 행동을 강행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는 점이 이를 의심케 하는 대목이다. 개헌안이 통과되면 상황은 더 악화될 수 있다.

유럽연합(EU)과 터키의 난민송환협정이 번복될 가능성도 높아진다. EU와 터키는 지난해 3월 그리스에 도착한 불법 난민을 터키로 송환하는 대신 EU의 터키 경제 지원을 늘리고 터키 국민의 EU 무비자 여행 보장, 터키의 EU 가입 협상 신속 진행 등을 골자로 하는 협정을 맺었다. 협정은 이틀 뒤 발효돼 터키를 거쳐 그리스로 유입되는 중동 출신 난민수를 낮추는데 기여했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지난해말 유럽의회가 터키와 EU 가입 협상을 중단한다는 결의안을 내자 곧바로 “터키는 300만~350만명이나 되는 난민을 먹이고 있다”며 “(불가리아와 터키 사이인) 카프쿨레 국경에 5만명의 난민이 모여들자 유럽은 비명을 지르며 터키가 국경을 열면 어떻게 할지 걱정하기 시작했다”고 경고한 바 있다.

실제 터키는 이번 개헌을 계기로 EU 가입을 재검토할 수도 있다. 최근 에르도안 대통령은 “EU는 십자군 동맹”이라고 지적하면서 “터키는 기독교 국가가 아니어서 절대 EU에 가입하지 못할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특히 이번 개헌안에는 터키가 지난 2004년 폐지한 사형제를 부활하는 안이 포함됐는데 EU는 사형제도를 금지하고 있다. 이 때문에 개헌안이 통과되면 터키의 EU 가입은 물 건너간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최근 연설에서도 개헌에 성공할 경우 곧바로 사형제를 부활하겠다는 의지를 밝히기도 했다.

터키의 거침없는 행보에 서방은 우려의 시선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미국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터키가 이란의 ‘수니파 버전’으로 변화하는 것은 중동과 터키의 나토 동맥국에 위협이 된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에르도안 대통령은 수년간 민주주의 원칙을 존중하는 이슬람 리더를 자처했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그의 개헌 드라이브는 서방의 많은 국가가 이슬람과 민주주의가 양립 불가하다는 불행한 결론을 내리게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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