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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소기업청에 따르면 올 상반기 신규 벤처펀드 조성액은 1조6682억원으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지난해 엔젤투자 규모도 1399억원으로 2004년 이후 처음으로 1000억원을 돌파했다. 외형적으로는 스타트업계가 고공행진을 달리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는 게 유 대표의 진단이다.
가장 큰 문제는 회수되지 않는 벤처펀드다. 벤처캐피탈협회에 따르면 내년부터 매해 1조원 이상, 2023년까지 총 20조원에 달하는 벤처펀드 만기 물량이 나올 예정이다. 하지만 이중 상당수 물량은 비상장 단계에 머물러있어 자칫하단 또 다른 의미의 ‘깡통펀드’가 양산될 가능성도 있다는 게 유 대표의 지적이다.
◇벤처펀드 회수 낮은 이유…M&A 시장 비 활성화
유 대표는 “창업기업이 IPO(기업공개)까지 10년이 넘는 시간이 소요된다”며 “이 방법으로는 현실적으로 자금회수가 어려운 게 우리 앞에 놓인 과제다”고 답했다. 이어 그는 “그렇다면 대안은 M&A(인수·합병)뿐인데 국내 스타트업 생태계에서 인수합병 시장은 시장이라 부르기 민망한 규모다”고 토로했다.
그는 실리콘밸리와 우리 상황을 비교했다. 유 대표는 “실리콘밸리는 스타트업이 당장 실패해도 M&A 시장이 활성화돼 있어 자금회수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이어 “하지만 우리였다면 우선 회계법인이 평가를 안 해줄 것”이라며 “피인수 기업의 적자가 심화되면 배임죄에 걸릴 소지도 있다”고 국내 현실을 전했다.
유 대표는 실제 구글의 M&A로 국내 상황을 비유했다. 그는 “세르게이(구글 창업자)가 지금까지 인수한 기업 200개 중 150개가 실패했다”며 “만약 한국이었으면 최악의 경우 배임죄로 철창신세를 면치 못했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그나마 다행인 건 M&A에 대한 인식이 점차 달라지고 있다는 것이다. 유 대표는 “인수기업과 스타트업 간 인수금액에 대한 관점도 시간이 흐르며 점차 좁혀지고 있다”며 “리스크를 완화할 수 있는 거래방법도 나오는 추세”라고 전했다.
◇크라우드펀딩 “제도도 문제지만 일반인 투자할지 의문”
올해 정부는 야심차게 증권형 크라우드 펀딩과 코넥스의 전 단계인 KSM(한국거래소 스타트업 마켓)을 열었다. 하지만 유 대표는 이 역시 역부족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일반인도 주식(코스피·코스닥) 투자를 겁내가며 하는데 성공 확률 10%도 안되는 스타트업에 배팅을 할 것이라는 기대는 넌센스”라고 답했다.
유 대표는 크라우드펀딩 투자액 제한(기업당 연간 200만원·연간 총 500만원)도 선후가 뒤바뀐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는 “펀딩을 악용한다면 그 사기꾼을 일벌백계하면 된다”며 “피해 사례가 나올까 봐 투자액을 제한하는 것은 시장 성장을 가로막는 길”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정책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창업 붐의 부작용도 경고했다. 유 대표는 “정부가 그간 창업 정책에서 집중한 것은 ‘탄생’”이라며 “연유야 어찌 됐건 과실(IPO)을 맺을 때까지 10년이 넘는 기나긴 시간이 걸린다는 걸 미리 알려줬을지는 의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어느 순간 창업 붐의 실패자가 쏟아져 나오면 사회문제로 발전할 가능성 또한 배제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벤처캐피털업체 대표로서 그는 올해도 수많은 청년을 만났다. 유 대표는 “만나본 청년창업자 절반(50%)은 이미 나왔던 아이템을 가지고 온다”며 “나머지의 절반(25%)은 ‘어렵겠다’, 그 절반(12.5%)은 ‘될 것 같긴 한데 고생이 많겠다’는 생각이 든다”고 답했다. 이어 “남은 12.5% 중 실제 성공할 확률은 10%도 채 안 되는 게 엄연한 현실이라는 것 또한 청년들이 인식했으면 좋겠다”고 조언했다.
◇유석호 대표는…
대학 졸업 후 중국으로 넘어가 여행사·컨설팅사·볼링공 제조업 등 다양한 사업을 경험했다. 한국으로 돌아와 테니스 라켓·인터넷 사업 등을 통해 거래소 상장도 성공했다. 국내에 스타트업 문화가 싹을 피우던 2011년 엔젤투자회사를 시작했다. 2013년 미국 실리콘밸리 문화를 접하며 본격적으로 벤처캐피털 전문가 길로 들어섰다. 현재 페녹스벤처캐피탈 한국지사 대표 겸 한국M&A센터 대표를 맡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