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 최고기온 33도를 기록한 30일 국내 선풍기시장 1위를 차지하고 있는 신일산업(002700) 천안공장을 찾았다. 올해 유난히 무더위가 빨리 찾아온 탓에 선풍기를 찾는 이들이 많아지면서 선풍기를 제조하는 공장도 분주하게 돌아가고 있다.
충남 천안시 서북구에 위치한 신일산업 천안공장은 부지면적 3만6363㎡(1만1000평) 규모로 약 150명의 직원들이 근무하고 있다. 이 공장에서 연간 국내 선풍기 생산량의 32.5%인 130만대의 선풍기가 생산되고 있다.
완성된 선풍기는 그 자리에서 포장돼 물류창고로 옮겨진다. 물류창고에는 각 지역으로 운반될 선풍기가 천정에 닿을 듯 쌓여 있었다. 밖에는 길게 줄을 선 5t 화물트럭이 물건을 실으려고 대기 중이었다.
신일산업은 올해는 무더위가 빨리 찾아옴에 따라 평년보다 20% 가량 증가한 155만대의 선풍기를 생산할 목표를 가지고 있다. 이 공장에서는 요즘 하루 최대 선풍기 6000대를 생산하고 있다. 13초당 1대 꼴로 선풍기가 생산되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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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일산업의 선풍기에는 재미있는 뒷이야기가 숨어 있다. 1959년 소형모터 제조업체로 신일산업을 설립한 고(故) 김덕현 명예회장은 시장상인들의 부탁으로 선풍기를 조금씩 만들어 주다 ‘이거 사업이 되겠다’ 싶어 1964년 국내에서 처음으로 선풍기를 대량생산하기 시작했다. 이전까지는 선풍기를 사용하기 위해서는 일본이나 미국제품을 수입해 사용해야 했는데 너무 고가였기에 일반 서민에게는 부담일 수밖에 없었다. 신일산업이 선풍기를 대량생산하면서 서민들도 저렴한 가격으로 선풍기를 구입해 여름을 시원하게 보낼 수 있게 됐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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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는 아이들의 안전과 건강을 생각하는 제품이 인기를 끌고 있다. 신일산업이 지난해 출시한 ‘스마트 터치 안전선풍기’는 아이가 손가락을 선풍기 망에 갖다 대면 일시적으로 3초간 멈추고 경고음이 들린다. 이후에도 10초간 손가락을 떼지 않으면 선풍기 전원이 자동으로 꺼진다. 아울러 ‘초초미풍’ 기능을 추가해 너무 센 바람에 거부감을 느끼는 아이들에게 자연에서 부는 것같은 가벼운 바람을 선사한다.
신일산업 선풍기의 가장 큰 강점은 모터에 있다. 소형모터 제조업체로 시작한 신일산업의 오랜 노하우가 축적된 ‘볼베어링 모터’는 타사 제품에 비해 소음이 적고 열이 적게 방출돼 선풍기용 모터로 탁월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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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신일산업의 해외 매출비중은 전체 매출의 10%에 불과하지만 앞으로는 동남아와 중동시장을 중심으로 매출을 확대할 방침이다. 신일산업 관계자는 “한국 가전에 대한 선호도가 높은 베트남, 인도네시아 등 동남아와 중동지역 소비자를 대상으로 판매를 확대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해외시장 공략을 위해 신일산업은 ‘프리미엄 전략’을 선택했다. 저가 시장은 중국제품이 꽉 잡고 있는 만큼 고급화 전략으로 승부를 보겠다는 것이다. 관계자는 “베어링 모터보다 한 단계 높은 기술인 DC모터를 설치해 소음을 최소화하고 다양한 IoT(사물가전) 기술이 융복합된 제품으로 중동의 고소득 소비자들을 공략하겠다”고 전했다.
아울러 한국에서는 선풍기의 일종인 에어 서큘레이터 수요가 증가하고 있는 만큼 해당 제품의 라인업을 확대할 계획이다. 에어 서큘레이터는 기존 선풍기보다 바람을 3배 정도 멀리 보낼 수 있고 공기를 순환시키는 기능이 갖춰져 있다. 신일산업은 올해 신일산업의 에어서큘레이터 매출액은 지난해보다 40%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 팀장은 “어려운 상황을 극복하고 신일산업이 안정기에 들어서고 있는 만큼 선풍기를 발판삼아 다시 재도약하는 신일산업을 만드는 데 일조하고 싶다”며 “50년이 넘는 시간동안 신일산업의 선풍기를 꾸준히 찾아준 소비자들 모두에게 감사를 드린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