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13초당 1대 선풍기 생산하는 신일산업 천안공장을 가다

채상우 기자I 2016.06.01 08:22:06

빨라진 무더위에 올해 전년比 20% 증가한 155만대 생산
올해 매출 선풍기 호황에 전년比 22% 증가한 1350억원 목표
중동·동남아 고소득 고객 공략한 프리미엄 선풍기 개발 박차

[천안=이데일리 채상우 기자] 컨베이어 벨트를 타고 밀려오는 선풍기 부품을 조립하는 직원들의 손놀림이 분주하다. 목장갑을 낀 손으로 땀을 닦아내면서 일을 하는 직원들이 여기저기 보인다.

낮 최고기온 33도를 기록한 30일 국내 선풍기시장 1위를 차지하고 있는 신일산업(002700) 천안공장을 찾았다. 올해 유난히 무더위가 빨리 찾아온 탓에 선풍기를 찾는 이들이 많아지면서 선풍기를 제조하는 공장도 분주하게 돌아가고 있다.

충남 천안시 서북구에 위치한 신일산업 천안공장은 부지면적 3만6363㎡(1만1000평) 규모로 약 150명의 직원들이 근무하고 있다. 이 공장에서 연간 국내 선풍기 생산량의 32.5%인 130만대의 선풍기가 생산되고 있다.

공장 생산라인에 들어서자 30여명의 직원들이 선풍기 제조라인에 달라붙어 선풍기를 만들고 있는 모습이 맨 먼저 눈에 들어왔다. 선풍기 제조 과정은 생각보다 사람 손이 많이 필요했다. 60개에서 많게는 100개에 달하는 부품을 일일이 손으로 조립해 선풍기를 만들어 냈다. 우선 몸통을 조립한 후 모터가 들어가는 헤드 부분을 따로 만들어 완성된 선풍기를 만들어 냈다. 포장 직전에는 모든 기능이 제대로 돌아가는지 하나하나 확인하며 점검한다.

완성된 선풍기는 그 자리에서 포장돼 물류창고로 옮겨진다. 물류창고에는 각 지역으로 운반될 선풍기가 천정에 닿을 듯 쌓여 있었다. 밖에는 길게 줄을 선 5t 화물트럭이 물건을 실으려고 대기 중이었다.

신일산업은 올해는 무더위가 빨리 찾아옴에 따라 평년보다 20% 가량 증가한 155만대의 선풍기를 생산할 목표를 가지고 있다. 이 공장에서는 요즘 하루 최대 선풍기 6000대를 생산하고 있다. 13초당 1대 꼴로 선풍기가 생산되는 셈이다.

30일 신일산업 천안공장 물류센터에서 생산된 선풍기를 5t 트럭에 싣고 있다. 사진=채상우 기자
선풍기 생산을 담당하고 있는 이병기 생산관리 팀장은 “올해 신일산업의 전체 매출은 선풍기 호황에 따라 약 지난해보다 22% 증가한 1350억원을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며 “매년 여름이 길어지는 만큼 선풍기 산업의 장기적인 성장을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신일산업의 선풍기에는 재미있는 뒷이야기가 숨어 있다. 1959년 소형모터 제조업체로 신일산업을 설립한 고(故) 김덕현 명예회장은 시장상인들의 부탁으로 선풍기를 조금씩 만들어 주다 ‘이거 사업이 되겠다’ 싶어 1964년 국내에서 처음으로 선풍기를 대량생산하기 시작했다. 이전까지는 선풍기를 사용하기 위해서는 일본이나 미국제품을 수입해 사용해야 했는데 너무 고가였기에 일반 서민에게는 부담일 수밖에 없었다. 신일산업이 선풍기를 대량생산하면서 서민들도 저렴한 가격으로 선풍기를 구입해 여름을 시원하게 보낼 수 있게 됐다고 한다.

신일산업 천안공장 쇼룸에 전시된 79년에 생산된 선풍기. 사진=채상우 기자
1980년대 가정마다 하나쯤 있던 파란색 팬을 가진 선풍기는 신일산업을 대변하는 아이콘으로 자리 잡았다. 신일산업 관계자는 “아직도 이 선풍기를 수리해 달라는 전화가 걸려오고 있다”며 “많은 사람들의 추억이 담긴 제품”이라고 소개했다.

최근에는 아이들의 안전과 건강을 생각하는 제품이 인기를 끌고 있다. 신일산업이 지난해 출시한 ‘스마트 터치 안전선풍기’는 아이가 손가락을 선풍기 망에 갖다 대면 일시적으로 3초간 멈추고 경고음이 들린다. 이후에도 10초간 손가락을 떼지 않으면 선풍기 전원이 자동으로 꺼진다. 아울러 ‘초초미풍’ 기능을 추가해 너무 센 바람에 거부감을 느끼는 아이들에게 자연에서 부는 것같은 가벼운 바람을 선사한다.

신일산업 선풍기의 가장 큰 강점은 모터에 있다. 소형모터 제조업체로 시작한 신일산업의 오랜 노하우가 축적된 ‘볼베어링 모터’는 타사 제품에 비해 소음이 적고 열이 적게 방출돼 선풍기용 모터로 탁월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신일산업 천안공장 전경. 사진=신일산업
신일산업은 이런 경쟁력을 바탕으로 해외 시장 진출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현재 신일산업은 중국과 미국, 동남아, 중동 등 전 세계 11개 국가에 선풍기를 수출하고 있다. 매출 비중은 미국이 35%로 가장 크며, 중국이 30%, 기타 국가가 35%를 차지하고 있다.

아직 신일산업의 해외 매출비중은 전체 매출의 10%에 불과하지만 앞으로는 동남아와 중동시장을 중심으로 매출을 확대할 방침이다. 신일산업 관계자는 “한국 가전에 대한 선호도가 높은 베트남, 인도네시아 등 동남아와 중동지역 소비자를 대상으로 판매를 확대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해외시장 공략을 위해 신일산업은 ‘프리미엄 전략’을 선택했다. 저가 시장은 중국제품이 꽉 잡고 있는 만큼 고급화 전략으로 승부를 보겠다는 것이다. 관계자는 “베어링 모터보다 한 단계 높은 기술인 DC모터를 설치해 소음을 최소화하고 다양한 IoT(사물가전) 기술이 융복합된 제품으로 중동의 고소득 소비자들을 공략하겠다”고 전했다.

아울러 한국에서는 선풍기의 일종인 에어 서큘레이터 수요가 증가하고 있는 만큼 해당 제품의 라인업을 확대할 계획이다. 에어 서큘레이터는 기존 선풍기보다 바람을 3배 정도 멀리 보낼 수 있고 공기를 순환시키는 기능이 갖춰져 있다. 신일산업은 올해 신일산업의 에어서큘레이터 매출액은 지난해보다 40%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 팀장은 “어려운 상황을 극복하고 신일산업이 안정기에 들어서고 있는 만큼 선풍기를 발판삼아 다시 재도약하는 신일산업을 만드는 데 일조하고 싶다”며 “50년이 넘는 시간동안 신일산업의 선풍기를 꾸준히 찾아준 소비자들 모두에게 감사를 드린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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