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들고양이가 어떻게 길들여져 오늘날의 집고양이가 됐는지 밝혀 주는 5천300년 전의 증거가 최근 중국 농촌에서 발견됐다고 사이언스 데일리가 2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미국 세인트루이스 워싱턴대학(WUSL) 과학자들은 중국 북부 콴후쿤 부근에서 발견된 고양이와 개, 사슴, 기타 야생동물들의 뼈를 분석한 중국 과학자들의 연구를 토대로 한때 야생동물이었던 고양이가 어떻게 농경 사회에서 발붙이고 살게 됐는지 알 수 있게 됐다고 미국립과학원회보(PNAS)에 발표했다.
고양이 화석은 매우 희귀해 이들이 어떻게 길들여졌는지 알기가 어렵지만 학자들은 약 4천년 전 이집트에서 고양이를 키웠다는 증거를 발견해 그 기원을 고대 이집트로 추측했다.
그러나 최근 키프로스에서 사람과 함께 매장된 들고양이 화석이 발견된 것을 비롯, 고양이와 사람의 관계가 이보다 훨씬 오래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는 연구들이 나오고 있다.
학자들은 고양이가 초기 농경 부락에서 곡식을 훔쳐 먹고 살았던 설치류 등을 따라 인간사회에 접근했을 것이라고 막연히 추측했지만 이를 뒷받침할 증거는 거의 없었다.
그러나 중국 과학원 연구진이 콴후쿤에서 발견한 최소 두 마리의 고양이 뼈를 분석한 결과 당시 이 마을의 설치류와 집 개, 돼지들은 기장(수수·좁쌀)을 먹고 살았으며 사슴은 이를 먹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탄소 및 질소 동위원소 분석 결과 고양이들은 농사지은 기장을 먹은 동물, 아마도 설치류를 잡아먹은 것으로 밝혀졌고 곡식 저장용 구덩이로 파고들어간 고대 설치류의 땅굴과 설치류의 침입을 막도록 만들어진 곡식 저장용 항아리 등은 당시 농민들이 설치류 때문에 골치를 썩였음을 보여줬다.
WUSL 연구진은 이 지역의 먹이사슬 연구 결과 고양이와 인간의 관계가 점점 더 가까워지기 시작했음을 발견했다.
한 고양이는 나이가 많아 이 마을에서 오래 살았음을 보여줬고 다른 고양이는 예상보다 동물을 적게 먹고 기장을 더 많이 먹은 것으로 밝혀져 이들이 사람의 음식을 훔쳐 먹었거나 사람으로부터 먹이를 받아먹었던 것으로 보인다.
최근에 나온 DNA 연구는 현재 세계 각지에서 살고 있는 집고양이 6억마리 중 대부분이 ‘근동(近東) 들고양이’의 가장 가까운 직계 후손일 것임을 시사하고 있다.
근동 들고양이는 아직도 구세계 부근에서 발견되는 5개의 아프리카 들고양이 아종(Felis sylvestris lybica) 가운데 하나이다.
WUSL 연구진은 콴후쿤에서 발견된 고양이들이 근동들고양이의 후손이라는 DNA 증거는 없지만 그런 증거가 나온다면 이들이 다른 지역에서 길들여져 훗날 콴후쿤에 유입됐음을 시사할 것이라고 말했다.
연구진은 “고양이가 근동 지역에서 중국으로 유입됐는지, 이들이 중국의 들고양이종과 이종간교배를 했는지, 또는 중국의 고양이들이 길들여지기 과정에서 아직까지 밝혀지지 않은 어떤 역할을 했는지는 아직 알 수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