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보리 기자] “따르릉” “정성을 다하는 외환은행 oo지점 ooo입니다.”
“ooo계장님 은행장입니다.”
“네?....어머, 행장님...”
“ooo계장님께서 적립식 상품, 신용카드 등을 열심히 판매해줘서 고맙습니다. 여러분들이 열심히 해주셔서 저도 더 열심히 하고 있습니다.”
8일 금융계에 따르면 윤용로 외환은행장이 직접 직원들에게 예고 없이 전화를 걸어 격려를 하면서 화제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윤 행장의 격려 전화는 내부 직원들 사이에서는 ‘깜짝 선물’로 통한다. 윤 행장은 바쁜 일정 중에서도 시간을 쪼개 많게는 한 달 영업일 중 절반 가까이, 하루에 많게는 10곳 정도 직원들에게 직접 전화 거는 것을 잊지 않는다. 직원들도 행장이 보내주는 행운의 메신저에 더욱 힘이 난다는 후문이다.
윤 행장은 지난해 4월부터 직원들의 전화 격려를 시작했다. 그는 올 들어 금융 업황이 어려워지자 오히려 횟수를 더 늘렸다. 전국 곳곳에 있는 지점 구석 구석까지 직원들을 보기가 어려우니, 전화를 통해서라도 힘을 북돋아주기 위해서다.
은행장들이 어려운 금융 여건에 직원들 기살리기에 나섰다. 저금리에 대기업 부실 여신까지 은행업을 옥죄다 보니, 어려울수록 직원들의 마음을 어루만져야 한다는 생각에서다.
신한은행은 서진원 행장을 비롯한 전 임원이 영업점을 직접 찾아가 직원들과 소통하는 ‘행복한 아침 밥상(賞) 이벤트’를 실시하고 있다. 이미 지난달 행장과 10명의 부행장이 10개 지점을 방문했으며 12월까지 각자 매월 1개 영업점을 방문할 예정이다.
김종준 하나은행장의 ‘재택경영’도 화제다. 김 행장은 지난 2월에 이어 7월 말 주요 영업본부장 10여 명을 집으로 초대, 서울 노량진수산시장에서 사온 회와 그동안 보관해왔던 중국 술을 대접하며 격려했다는 후문이다.
취임 두 달 여가 지난 임종룡 농협금융 회장도 현장 스킨십 경영에 시간을 할애하고 있다. 그는 지난달 7일 농협은행 서울 가락시장지점과 가락공판장지점을 시작으로 매월 2회 영업점을 방문하고 있다. 임 회장은 지점 직원들과 밥 한 끼 하면서 이야기를 듣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그는 플래카드, 지점 설명 자료를 한 장이라도 준비하는 등 조금이라도 격식을 차린다면 그 점포는 방문하지 않겠다고 엄포를 놓기도 했다.
농협은행은 정규직 직원 뿐만 아니라 비정규직 직원 껴안기에 나섰다. 신충식 NH농협은행장도 지난달 30일 여직원들의 임신·출산에 따른 휴직으로 한시적으로 고용한 대체 직원 2명을 정규직으로 채용한다고 발표했다. 신 회장의 이번 결정으로 500명에 이르는 산전후대체 직원들은 업무 성과에 따라 정규직으로 채용될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된 셈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금융업황이 어려울수록 경쟁력을 키우기 위해 내실을 다지고 직원 간 소통이 중요하다”면서 “은행들의 스킨십 경영은 하반기로 갈수록 더욱 강화되는 분위기”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