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윤도진 기자]2000만 수도권 주민의 젖줄인 한강 변에 상식을 벗어난 친수구역 사업이 추진되고 있다. 친수구역이란 4대강 사업을 추진하면서 생긴 8조원 가량의 한국수자원공사 부채를 메우기 위해 정부 주도로 국가하천 주변 부지를 뉴타운으로 개발하는 사업이다.
이번에 추진하는 친수구역은 구리 월드디자인시티로, 이를 위해 그동안 한강 수계의 환경보호를 명분으로 재산권 행사를 가로막아왔던 개발제한구역 173만8814㎡(기타 조정지 2개소 3만2308㎡ 포함)가 해제된다.
국토해양부와 구리시가 부지조성에만 2조원 이상 들어가는 구리 친수구역 사업을 합리화하는 설명은 이렇다. 이 지역이 창고, 컨테이너, 비닐하우스 등이 많아 관리가 어렵고 향후 개발압력이 커져 난개발이 가속화될 수 있으며 수질과 수변경관 훼손이 가중될 우려가 높다는 것이다.
그러나 ‘월드디자인시티’라는 명칭으로 추진되는 이 사업에는 이름에서부터 환경에 관심을 둔 흔적은 잘 보이지 않는다. 사업 추진 방향도 유행처럼 도처에서 추진되는 마이스(MICE·회의전람)산업과 디자인에만 방점이 찍혀있을 뿐 환경과는 연관성이 크게 없다.
이곳에는 2016년까지 상설전시장과 엑스포시설을 비롯해 호텔 병원 학교 등과 주택 7558가구가 들어서 인구 2만여명을 새로 수용하게 된다. 사업지 바로 아래에는 수도권 시민의 상수원인 풍납취수장, 암사취수장, 자양취수장, 구의취수장 등이 있다. 공사과정이나 사업 완료 후 하류에 영향이 없다는 건 어불성설이다.
특히 이곳에 들어서는 분양아파트 4789가구 가운데 전용면적 85㎡를 넘는 중대형 아파트는 43%(2101가구)를 차지한다. 이는 최근 수도권 주택시장에서 중대형이 외면받는 것을 무시한 채 개발이익 확보를 위해 무리하게 사업설계가 이뤄졌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4대강 사업으로 생긴 나랏빚을 뉴타운 방식의 수변 개발사업으로 돌려막겠다는 친수구역은 태생부터 문제였다. 게다가 이제와서 ‘물과 친화적’인 환경 조성이라는 친수구역의 명분마저 뒷전으로 밀려난다면 남는 건 ‘토건 개발’ 밖에 없다. 수자원공사의 빚을 갚을 때까지 강변은 계속 파헤쳐질 것이다. 그 뒷감당은 또 누가할지 걱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