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장 위기의 직격탄을 맞은 곳은 재정난에 처한 국가들의 은행들이다. 시장 불안으로 핵심 자금원인 채권 발행이 여의치 않으면서 자금 조달이 어렵게 된 것. 최근 이탈리아 중앙은행은 자국 금융권의 자금 조달에 이상 신호가 발견되고 있다며 깊은 우려를 표시했다.
이탈리아 은행권의 자금 조달 문제에 대해 수키 만 소시에테제네랄 신용담당 애널리스트는 "유럽 은행들이 자금 조달에 심각한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신호"라며 "이는 앞으로 점점 더 심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유럽 은행들이 7월부터 발행한 유로화 표시 채권이 고작 105억유로어치 밖에 되지 않는 점은 우려스럽다고 덧붙였다.
시장조사업체 딜로직에 따르면 유럽 은행들은 올 들어 자본시장에서 2950억유로의 자금을 조달했다. 하지만 내년에 만기가 돌아오는 4850억유로 규모의 채권을 상환하기엔 턱없이 부족하다. 이에 더해 그리스와 이탈리아 등 재정불량국 은행들은 혹시 모를 국가 부도 사태에 대비해 유동성을 추가 확보해야 하는 상황. 이들 은행은 `진퇴양난`에 빠진 꼴이다.
이런 와중에 유럽연합(EU) 회원국이면서 유로존에는 속해 있지 않은 영국 은행들은 위기 확산을 우려, 유로존 재정불량국 은행권 익스포저를 줄이는데 속도를 내고 있다. FT는 영국 은행들이 지난 6~9월 그리스와 스페인, 이탈리아 등 재정불량국 은행권 익스포저를 24% 축소했다고 전했다.
비단 유럽 금융권뿐만 아니다. 유럽 재정위기의 충격은 미국과 일본 등의 전 세계 금융권과 경제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를 반영하듯 시라카와 마사아키 일본은행(BOJ) 총재는 11월 금융정책결정회의를 마친 뒤 가진 기자회견에서 "유럽 재정불량국 부채 문제와 해당 국가 은행들에 대한 시장의 우려가 여전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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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또 "유럽 재정위기는 글로벌 경제에 상당한 영향을 주고 있고 유럽뿐만 아니라 전 세계의 경제성장을 저해할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이미 일본은 엔화 강세와 더불어 유럽 재정위기로 경제에 타격을 입고 있다는 설명이다.
미국 자동차업계를 대변하는 제너럴모터스(GM)의 댄 애커슨 최고경영자(CEO)는 유럽 재정위기 여파가 미국 경기 후퇴를 부추길 수 있다고 경고했다. 애커슨 CEO는 "확산일로를 걷는 유럽 재정위기의 충격은 2008년 미국발 금융위기를 능가할 수 있다"며 미 경제에 미칠 영향에 우려를 나타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