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자동차 `구제냐 파산이냐 그것이 문제로다`

피용익 기자I 2008.11.14 09:52:19

車업계 구제 둘러싸고 정치권 찬반 `격돌`
전문가들 "구제금융 받아도 단기 효과에 그쳐"

[이데일리 피용익기자] 위기에 처한 미국 자동차 업계에 대한 구제금융 여부를 놓고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경쟁력이 떨어진 만큼 파산하도록 놔둬야 한다는 의견과 구제해야 한다는 의견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

자동차 업계의 파산은 위기를 겪고 있는 미국 경제가 감당할 수 없을만큼 큰 충격을 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제너럴모터스(GM) 한 곳만 파산하더라도 당장 250만명의 일자리가 사라질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는 판이다.

그러나 경쟁력을 상실한 산업을 정부가 일일히 구제해 주는 것이 과연 옳은 정책인지에 대한 논란도 확산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일각에서는 자동차 판매가 회복되지 않는 한 구제금융의 효력도 단기에 그칠 것이란 전망도 내놓고 있다.

◇ 정치권 찬반 논란 가열

미 의회는 대선 전 자동차 산업에 대한 250억달러 규모의 저리 대출 지원안을 승인한 바 있다. 그러나 GM과 포드, 크라이슬러 등 `디트로이트 빅3`는 자동차 업계 회생을 위해서는 최소한 추가 250억달러는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이는 정치권의 논란으로 이어지고 있다. 부시 행정부와 공화당은 자동차 업계 구제에 미온적인 입장이다. 반면 버락 오바마 대통령 당선자와 민주당은 즉각적인 자금 투입을 요구하고 있다.

민주당은 7000억달러 구제금융 자금 가운데 250억달러를 자동차 업계에 직접 지원하는 방안을 허용하는 법안을 다음주 의회에 상정할 계획이다. 리먼브러더스 파산이 금융위기를 확산시켰던 사례를 보더라도 자동차 업계의 파산을 막아야 한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부시 행정부는 이같은 방안에 반대하고 있다. 고든 존드로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대변인은 "구제금융 자금은 결코 자동차 업계를 위한 것이 아니다"면서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다만 헨리 폴슨 재무장관은 "의회가 자동차 업계 구제를 위한 기금 마련에 나서야 한다"면서도 "7000억달러 구제금융 자금은 금융회사만을 위한 것"이라고 말했지만, 업계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밝혀 애매하게 여지를 남겨 두었다.

◇ 구제금융 받아도 효과는 일시적

GM은 3분기 25억4000만달러(주당 4.45달러)의 순손실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포드는 같은 기간 1억2900만달러(주당 6센트)의 적자를 냈다고 발표했다. 유동성도 급격히 말라가고 있다는 점에서 구제금융이 절박한 상태다.

그러나 정부의 구제금융이 자동차 업계로 확대되더라도 효과는 단기에 그칠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유동성 공급과 더불어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서는 위기가 계속될 것이란 지적이다.

이프레임 레비 S&P 애널리스트는 "GM을 살리기 위해서는 정부의 구제금융이 필수적"이라면서도 "그러나 250억달러를 투입한다고 해도 회생이 쉽지는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히만슈 파텔 JP모간 애널리스트는 "정부의 자금 직접투입 방식의 자동차 업계 구제금융이 성공할 것으로 보지 않는다"며 "GM은 내년 말이면 또 다시 돈을 달라고 손을 내밀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구제금융에는 단기적인 유동성 공급과 더불어 포괄적인 사업 축소가 수반돼야 한다"며 "정부는 또한 감세 등을 통해 자동차 판매를 촉진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 파산보호신청 후에는 회생 어려워

뉴욕타임스(NYT)는 자동차 업계가 경쟁력 있는 기업으로 거듭 나기 위해서는 정부 구제금융보다 파산보호신청을 하는게 오히려 낫다고 지적했다. 회생한다는 보장도 없는 업계에 혈세를 쏟아붓는 것이 해결책은 아니라는 주장이다.

실제로 일부 기업들은 파산보호신청을 한 후 법원의 회생절차를 통해 되살아나기도 한다. 과거 유나이티드에어라인, 델타, 노스웨스트에어라인 등의 경우가 그랬다.

그러나 CNN머니는 자동차 업체는 일단 파산할 경우 회생은 불가능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자동차는 항공사와 달리 소비자들의 선택의 폭이 넓기 때문. 소비자들이 `파산` 꼬리표를 단 업체의 제품을 구입하지 않을 것이고, 이에 따라 실적은 개선되지 못할 것이란 전망이다.

미국 최대 자동차딜러 회사인 오토네이션의 마이크 잭슨 최고경영자(CEO)는 "소비자들은 자동차를 구입할 때 선택의 폭이 매우 넓다"며 "그들이 파산한 업체의 자동차를 구입하는 도박을 할 필요가 있겠느냐"고 물었다.

피터 모리치 메릴랜드대학 교수는 "파산을 하게 되면 자금조달이 어려워지고, 따라서 회생절차는 실현 불가능한 일"이라며 "GM은 파산을 하든 안하든 어떠한 경우에서도 살아남을 수 없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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