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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무부가 보고 있다”…베선트 개입에 美채권시장 긴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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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주원 기자I 2026.08.20 04:0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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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가 “유동성 아닌 장기금리 통제 목적” 해석
씨티, 20년물 매수 권고…“수개월간 강한 랠리 여건”
“재무부 고통선 드러나…시장이 다시 시험할 수도”

[뉴욕=이데일리 성주원 특파원] 미국 재무부가 장기 국채 바이백(조기환매)을 최소 두 배 확대하자 월가의 관심은 조치의 규모보다 그 안에 담긴 ‘신호’에 쏠리고 있다. 재무부가 장기금리 급등을 더 이상 방관하지 않겠다는 강력한 신호를 보냈다는 것이다. 장기채 매도에 베팅해온 투자자들에게는 재무부가 시장에 개입할 수 있다는 새로운 변수가 생겼다.

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부 장관 (사진=로이터)
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부 장관 (사진=로이터)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미 재무부가 19일(현지시간) 10~30년물 국채 바이백 확대를 발표한 직후 30년물 국채금리는 7bp(베이시스포인트, 1bp=0.01%포인트)가량 급락해 5.21%까지 내려갔다.

재무부는 공식적으로 장기물 시장에 ‘더 큰 유동성 지원’을 제공하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월가에서는 최근 급등한 장기금리를 진정시키려는 의도가 더 크다고 보고 있다.

씨티의 제이슨 윌리엄스 전략가팀은 “우리 판단으로 이번 조치는 시장 기능을 위한 것이 아니라 장기금리를 통제하기 위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씨티는 물가 압력 완화까지 고려하면 향후 수개월간 채권 가격이 강하게 반등할 여건이 조성됐다며 고객들에게 20년물 국채 매수를 권고했다.

“재무부가 보고 있다”…금리 급등에 경고장

시장이 특히 주목한 것은 발표 시점이다. 재무부는 불과 2주 전 정례 분기 국채발행 계획을 발표했다. 바이백 규모를 조정하려 했다면 당시 발표할 수도 있었다.

ING의 패드레이그 가비 뉴욕 지역 리서치 책임자는 “장기물 바이백 확대가 단순히 유동성을 높이기 위한 것이라면 2주 전 정례 발표 때 할 수도 있었다”며 “지금 발표했다는 것은 상승 압력이 커진 장기금리를 진정시키려는 다른 의도가 있음을 시사한다”고 말했다.

바클레이스도 보고서 제목부터 ‘재무부가 보고 있다(The Treasury is Watching)’고 붙였다. 바클레이스는 바이백 확대가 사실상 장기 국채 공급을 줄이는 효과를 낸다며 “최근 금리 상승이 재무부의 관심을 끌었다는 의미”라고 평가했다.

특히 투자자 입장에서는 재무부가 장기금리 상승에 대응할 준비가 돼 있다는 사실 자체가 중요하다. 바클레이스는 “랠리가 되돌려지면 재무부는 언제든 장기물 바이백을 더 늘릴 수 있다”고 분석했다.

블룸버그인텔리전스(BI)의 윌 호프먼과 아이라 저지도 발표 시점이 전략적이었다고 봤다. 주요 경제지표 발표가 없고 거래량이 줄어드는 여름철에 정례 일정 밖에서 발표함으로써 시장 반응을 극대화하려 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이들은 이번 조치를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국채 발행 정책에서 처음으로 꺼내든 주요 카드라며 향후 추가 조치 가능성도 열렸다고 평가했다.

미국 30년물 국채 금리 추이 (단위: %, 자료: 블룸버그)
미국 30년물 국채 금리 추이 (단위: %, 자료: 블룸버그)
“고통선 드러냈다…시장 다시 시험할 것”

그러나 이번 조치가 장기금리 상승 추세 자체를 뒤집을 수 있을지를 놓고는 의견이 엇갈린다.

가비 책임자는 바이백이 장기금리의 상승 압력을 “완화할 수는 있지만 중단시키지는 못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가이 밀러 취리히보험 수석전략가는 이번 조치가 장기금리를 낮추겠다는 재무부의 의지를 보여주는 효과적인 방법이었다고 평가하면서도 또 다른 문제를 지적했다.

그는 “재무부가 자신의 고통스러운 지점을 보여줬고 시장은 이를 다시 시험할 가능성이 있다”며 “행정부에는 다시 개입할 상당한 화력이 있지만 장기적으로 금리를 결정하는 것은 결국 정책”이라고 말했다.

이어 “우리는 다시 원인이 아니라 증상을 다루고 있다”며 “방만한 정책을 해결하지 않는다면 지속 가능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웰스파고 역시 장기금리가 계속 하락하려면 추가 동력이 필요하다고 봤다. 경기와 인플레이션 둔화, 연준의 보다 매파적인 정책, 재정 건전화, 투자등급 회사채 발행 감소 등이 장기금리를 추가로 떨어뜨릴 수 있는 변수로 꼽혔다.

“장기금리 누르면 달러 약세 압력 커질 수도”

재무부의 개입이 다른 시장에 예상하지 못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경고도 나온다.

조지 사라벨로스 도이체방크 글로벌 외환전략 책임자는 이번 바이백 확대를 장기금리를 억제하기 위한 일종의 ‘완화된 형태의 금융억압(soft-form financial repression)’으로 평가했다.

그는 미국 국채 가격이 시장에서 충분히 하락하지 못하도록 정책적으로 막는다면 외국인 투자자가 보유한 미 국채의 가치는 환율을 통해 조정될 수 있다며 이번 조치를 달러에 부정적인 요인으로 평가했다. 재무부의 시장 개입이 가격 형성을 왜곡하는 것으로 인식될수록 달러 약세 압력도 커질 수 있다는 설명이다.

BNP파리바는 더욱 회의적이다. 재무부가 이른바 ‘채권 자경단(bond vigilantes)’을 막기 위해 일련의 조치를 취하고 있지만 연준에 대한 신뢰 약화나 금리 상승 기대를 상쇄하기에는 한계가 있다고 평가했다. 장기채 약세 포지션도 유지했다.

결국 이번 조치의 가장 큰 효과는 바이백 규모 자체보다 ‘재무부가 어느 수준의 장기금리를 불편해하는지가 시장에 드러났다는 것’에 있다. 투자자들은 앞으로 장기금리가 다시 급등할 때 재무부가 바이백 확대나 장기채 발행 축소 등 추가 수단을 꺼낼 가능성까지 가격에 반영해야 한다.

다만 재정적자와 인플레이션, 연준에 대한 신뢰 등 장기금리 상승의 근본 원인이 해소되지 않는다면 재무부의 개입만으로 추세를 되돌리기는 어렵다는 게 월가의 대체적인 평가다. 베선트 장관이 시장에 경고장을 던진 만큼 이제 시장이 재무부의 ‘방어선’을 다시 시험할지가 다음 관전 포인트다.

사진=로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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