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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이 미국, 뉴욕시장으로 간다?[이근면의 사람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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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은영 기자I 2025.08.28 05:00:00

트럼프의 압박, 사모펀드의 노골적 야욕
국내 경제 중심축 삼성 보호방안 절실
반도체특별법으로 투자·세제 환경 개선
외국 자본 공격 방어할 제도적 장치 필요

[이근면 초대 인사혁신처장] 해프닝일까. 해외발 뜬금포에 다들 화들짝 놀라 설왕설래가 점입가경이다. 미국발 삼성전자 이야기이다. 삼성전자가 한국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절대적이다. 시가총액으로 코스피의 약 15%, 국민연금 보유 지분 약 7~8%, 국가 수출의 18~19%를 차지한다. 500만 개미투자자, 국민연금의 노후자금, 한국 증시의 안정성, 수출 손익계산서가 모두 삼성과 연결돼 있다. 그래서 사람들은 삼성전자를 두고 “한국 경제의 심장”이라고 부른다.

그런데 지금 삼성전자가 미국으로 무대를 옮길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지분투자 검토설, 뉴욕 증시 상장 압박 가능성은 글로벌 패권 경쟁 속에서 충분히 일어날 수 있는 시나리오다. 상상해 보자. 코리아 디스카운트가 현존하는 국내 생태계에 트럼프 대통령이나 다국적 자본의 개입으로 지분 전쟁 또는 뉴욕 증시 상장이 진행된다면 개미는 오히려 환호하지 않겠는가.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때 외국 자본에 넘어간 기업들이 끝내 돌아오지 않았던 역사, 일본 도시바가 국가적 보호를 받지 못해 몰락했던 사례를 떠올리면 삼성의 미래를 결코 가볍게 볼 수 없다. 그래서 삼성전자를 잃는다는 것은 단순히 대기업을 하나 잃는 것이 아니라 한국 경제의 버팀목과 성취, 자부심이 송두리째 흔들리는 일이다.

첫째, 한국의 투자 환경이 휘청인다. 지금도 외국인 지분율이 50%를 넘어섰다. 삼성전자가 만약 뉴욕으로 무대를 옮긴다면 주식시장에서 외국인 자본이 떠나고 원화 가치는 흔들리고 국민연금도 직격탄을 맞는다. 아닐 수도 있다. 오히려 주가가 올라간다면 여타 기업과 국가 경제, 국내 증시는 미증유의 시대를 맞이할 수도 있다.

둘째, 삼성의 미래가 미국 중심으로 재편된다. 연구개발(R&D)의 무게 중심이 한국이 아닌 미국으로 옮겨가고 일자리와 투자도 그쪽으로 쏠린다. 우리가 “삼성이 잘 돼야 한국이 산다”라고 믿어왔던 등식이 깨진다. 이것도 달리 보는 시각이 존재하지만 기업 활동을 통칭하는 표현으로는 맞는 말이다. 반도체 패권을 노리는 미국이 삼성의 주인이 된다면 한국 정부는 전략적 산업의 운전대를 잃게 된다.

셋째, 우리의 자존심이 무너진다. 위기 때마다 온 국민이 함께 지켜낸 기업이 결국 한국을 떠난다면 경제의 문제를 넘어 나라의 정체성과도 직결된다.

물론 지금 당장은 가정일 뿐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할까. 답은 단순하다. 삼성이 미국보다 한국을 선택할 수밖에 없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다. 이것이야말로 생태계 전환이고 항구적 대책이며 여타 세계적 기업이 한국을 진정 매력적인 투자처로 인식하게 할 핵심 솔루션이다.

이를 위해선 첫째, 투자·세제 환경을 바꿔야 한다. 특별법 제정이 필요하다. 미국은 반도체 지원법(CHIPS Act)으로 세금 감면, 보조금 지급, 규제 완화를 내세우며 글로벌 반도체 기업을 끌어들이고 있다. 한국도 이에 맞서야 한다. R&D 투자, 첨단 반도체 시설 투자에 대해 세계 최고 수준의 세액 공제를 제공하고 기업 활동을 옥죄는 각종 규제를 걷어내 신속한 인허가 절차를 보장해야 할 것이다. 또 전력·용수·부지 등 대규모 반도체 생산에 필요한 국가 차원의 인프라를 적극 뒷받침해야 한다.

둘째, 지분 안정화 장치를 마련해 외국 자본의 경영권 위협을 차단해야 한다. 외국인 지분율이 이미 50%를 넘어선 상황에서 한국 정부와 사회는 경영권을 방어할 제도를 마련해야 한다. 국부펀드와 같은 형태로 산업안보펀드를 조성해 전략산업 기업에 투자, 외국 투기 자본의 경영권 위협을 차단하는 것도 방법이 될 것이다. 이중 의결권 등 제도적 장치도 필요하다. 핵심 창업가·국가 전략기업이 외국인 지분 과반이 넘어도 경영권을 유지할 수 있도록 법적 틀을 마련해야 한다.

셋째, 인재·기술 생태계를 구축하는 것이다. 삼성이 세계 최고 기술을 유지하는 이유는 결국 사람이다. 대학·연구소·기업이 협력하는 국가 차원의 인공지능(AI)·반도체 인재 육성 시스템을 구축하고 세계 어디서든 한국에 오고 싶도록 글로벌 인재 비자·거주 지원을 확대해 외국 인재 유치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반도체·AI 기술을 국가 전략기술로 지정해 기술 보호·안보 강화에도 나서야 할 것이다.

그다음으로 필요한 것은 사회적 인식 전환이다. 삼성이 떠날 수 있다는 위기감의 근본 원인 중 하나는 한국 사회의 이중적 태도다. 위기 때는 “삼성 덕분에 나라가 산다”고 말하면서 평소에는 ‘반기업 정서’에 사로잡혀 불필요한 규제와 정치적 압박을 가해 왔다. 이제는 기업을 국가 자산으로 바라봐야 한다. 삼성만 잘되는 것이 아니라 삼성을 통해 중소기업·청년·지역이 함께 성장하는 상생 모델을 제도화해야 한다. 삼성이 “한국에 있어야만 최고의 인재를 확보할 수 있다”라고 느끼게 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국가의 힘은 어디에서 나오는가’를 미래 한국의 좌표로 삼아야 한다. 신세계질서 속에 ‘할 말 하는 나라’는 더 이상 국내 정치용 수사가 아니다. 그런 실력과 능력은 경제력과 인재경쟁력에서 나온다. ‘싸우지 않고 이기는’ 신국가전략이 필요한 때다.

이제 ‘삼성 없는 한국’을 상상하지 말자. 미래는 국민 모두의 선택에 달렸다. 정치인에게 요구하고 정부를 감시하며 기업에도 더 투명하고 공정한 책임을 요구해야 한다. 우리 모두 삼성의 주인이다. 투자자 500만 명의 희망을 잃지 말자. 삼성이 한국을 떠나지 않도록 지켜내는 힘은 결국 국민의 단합된 목소리에서 나온다.

감히 떠올리기도 싫지만 삼성이 떠나는 날은 한국의 자존심, 우리의 미래, 그리고 우리 아이들의 희망이 함께 떠나는 날이 될 것이다. 우리는 그날을 막아야 한다.

기업도 국가를 선택할 수 있는 글로벌 시대다. 한국 기업도 다른 나라에 투자나 철수를 결정한다. 물론 일자리도 함께 움직인다. 온전히 생태계 변화에 따른 생존 전략이다. 한국은 어디로 진화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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