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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은 "美 민간소비, 연준 긴축기조 속 증가세 둔화 전망"

최정희 기자I 2023.10.22 12:00:00

해외경제포커스 발간
임금상승률 완만한 둔화 흐름 전망
"잔여 초과저축의 상당 부분 고소득층 보유, 소비로 잘 안 나올 듯"
학자금 대출 상환 재개로 청년층 이자부담 커져

(사진=AFP)
[이데일리 최정희 기자] 한국은행은 미국 민간소비가 금리 급등세에도 호조세를 보였으나 앞으로는 완만한 속도로 둔화될 조짐이 크다고 평가했다.

한은은 22일 해외경제포커스를 통해 “지금까지는 양호한 노동시장과 초과저축 등이 견조한 민간 소비 회복을 견인해왔고 고정금리 대출 비중이 높아 고금리가 가계에 미치는 영향이 매우 점진적으로 나타났으나 앞으로는 점차 달라질 것”이라고 밝혔다.

출처: 한국은행
미국 소비증가세를 둔화시킬 요인은 △임금상승세 둔화 △가계 초과저축 소진 △가계 이자 부담 등 크게 세 가지 부문이다.

한은은 “고용 증가세, 임금 상승세가 최근 완만하게 둔화되고 있는데 이러한 흐름이 앞으로도 이어질 것”이라고 평가했다. 기업은 비용 상승, 고금리로 인한 신용 긴축, 재정지원 감소 등으로 수익 증가세가 약화되면서 추가 고용 확대에 신중한 모습을 보일 수 있다. 다만 자동차 회사들의 노조 파업 등에서 보듯이 제조업 등 최근 임금 상승세가 낮았던 부문에서 임금 추격에 나설 가능성이 있어 실질임금 상승률은 플러스를 유지할 전망이다. 그동안의 임금 상승은 주로 노동수급 불균형이 컸던 서비스업 중심으로 일어났다.

미국 내 소비를 이끌던 초과저축도 이전보다는 줄어들 전망이다. 한은 추정에 따르면 2021년 하반기 이후 최근까지 가처분소득의 약 5% 정도, 약 1조달러 내외의 초과저축이 소비지출에 쓰인 것으로 추정됐다. 그 결과 8월 현재 가계 저축률이 3.9%로 팬데믹 이전 수준(6.2%)을 상당폭 하회했다. 그러나 잔여 초과저축의 상당 부분을 소득 상위 20%가 보유하고 있는데 이들 고소득층은 한계소비성향이 낮고 미래를 위한 자산 축적 유인이 더 강하기 때문에 잔여 초과저축 소진이 더디게 나타날 수 있다.

고금리 장기화 전망이 나오면서 가계의 이자 부담이 증가할 전망이다. 특히 10월부터 학자금 대출 상환이 재개됐다. 한은은 “모기지대출 실효이자율의 경우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 인상 착수 이후 약 30bp(1bp=0.01%포인트) 상승한 데 그친 반면 소비자 신용 실효이자율은 이미 400bp나 급등했고 앞으로도 소폭 추가 상승할 여지가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청년층 중심으로 학자금 대출 상환 압박과 함께 카드 및 오토론 연체가 늘어나고 있다. 오토론 및 신용카드 대출 신규 금리는 8월 기준 작년 3월 대비 각각 350bp, 700bp 올랐다.

한은은 “최근 유가 상승 등으로 인한 고인플레이션 국면 지속 가능성과 통화 긴축 장기화 기대 강화, 장기 금리 상승 등으로 금융안정 측면의 리스크가 커질 수 있다”며 “이는 소비심리를 추가적으로 위축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미국의 소비가 빠르게 꺾일 가능성은 낮다는 평가다. 한은은 “견조한 노동시장 상황이 예상보다 오래 지속되고 가계 재무상황도 상대적으로 양호하다”며 “둔화 정도는 과거 대비 완만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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