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부터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23)에서 유럽의 통신사들은 잇따라 넷플릭스와 구글 등이 망 이용대가를 지불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기조 연설자로 나선 스페인 통신사 텔레포니카(Telefonica)의 호세 마리아 알바레즈 팔레테 CEO 겸 회장은 “네트워크 혁신이 기술과 경제 성장을 가져올 수 있지만 이는 통신사가 네트워크에서 가장 많은 트래픽을 발생하는 사용자로부터 공정한 몫을 받는 데 달려 있다”고 말했다.
네트워크를 가장 많이 사용하는 넷플릭스와 구글 등 콘텐츠 사업자(CP)로부터 망 이용대가를 받아야 5G와 6G와 같은 네트워크 혁신이 가능하다는 얘기다.
프랑스의 통신사 오렌지(Orange)의 CEO 크리스텔 하이데만은 “수익화하기 어려운 대규모 투자를 해야 하는 역설적인 상황에 처해 있다”며 “전체 산업이 기로에 서 있고 지속 불가능한 상황”이라고 주장했다.
통신사 등 인터넷 서비스 사업자(ISP)들은 네트워크 고도화를 위해 투자를 지속하고 있지만, 수익은 넷플릭스와 같은 CP에 돌아간다며 이들이 투자의 부담을 함께 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ISP가 투자한 네트워크를 가장 많이 사용하고 있지만, 정작 대가를 지불하지 않는다는 이유에서다.
이 같은 통신사들의 주장에 더해 유럽연합(EU) 내부에서도 망 이용대가에 대한 논의가 시작됐다. 티에리 브르통 EU 내부시장담당 집행위원은 MWC23 첫날 기조연설자로 나서 “유럽이 디지털 혁신을 이어가려면 네트워크에 대한 막대한 투자를 공정하게 분배하기 위한 자금 모델을 찾아야 한다”며 “EU 내부에서 빅테크가 대가를 지불하는 방안을 포함해 여러 논의를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라이스 퍼 유럽통신사업자협회(ETNO) 사무총장은 MWC23에서 열린 ‘MWC23 바르셀로나 포럼’에 토론자로 나서 “ISP와 CP 간 관계가 현재 불균형하고 유럽의 통신사 중 다수가 작은 규모”라며 “이 관계를 재조정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 같은 유럽의 통신사와 EU의 공세에 넷플릭스는 망 이용대가가 결국에는 통신사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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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WC23을 계기로 유럽에서는 망 이용대가 논의가 더 활발하게 진행될 것으로 보이지만 이 같은 움직임이 국내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국회에 망 이용대가를 다룬 법안이 7개 상정돼 있지만, 최근 들어서는 이에 대한 논의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채 제자리걸음에 머물러서다.
지난해 구글이 유튜버 등을 앞세워 입법을 저지하기 위한 영상을 게재하면서 여론이 돌아선 탓에 국회에서도 적극적인 논의가 이어지지 못하고 있다.
다만, 정청래 위원장을 비롯해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의원들이 MWC23 현장을 찾아 유럽 통신사, EU 등과 망 이용대가에 대해 이야기를 나눈 만큼 국내에서도 불씨가 살아날 수도 있다.
조승래 의원(더불어민주당)은 MWC23 바르셀로나 포럼에 참석해 “EU 집행위원들을 만나 망공정사용 관련 정책에 공감대를 형성했다”며 “메타와 분쟁을 벌이고 있는 도이치텔레콤 등과도 논의를 진행하려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