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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모델을 들여다보면 아티스트들이 먼저 보이고 다음으로 팬덤, 마지막으로 이 산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이 보인다. 그런데 좀 더 들여다보면 만드는 쪽이나 소비하는 쪽 모두 케이팝을 음악이 아닌 콘텐츠로 이해하고 있다는 걸 발견하게 된다. 이게 중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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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과 콘텐츠는 왜 다를까. 콘텐츠는 ‘네트워크에 올려진 멀티미디어’라고 정의할 수 있다. 다시 말해 콘텐츠는 인터넷이 등장하기 전에는 존재하지 않던 개념이다. 예전의 음악은 음악 그 자체로 문화가 되고 상품이 됐다. 그런데 지금은 음악이 문화와 상품일 뿐 아니라 ‘또다른 뭔가’다. 그리고 이 ‘또다른 뭔가’에 대한 정의는 지난 20여 년 간 수시로 바뀌었다고 생각한다. 케이팝은 바로 이 ‘또다른 뭔가’의 적절하면서도 이상한 사례다.
케이팝을 정확히 다루고 싶다
‘케이팝 제너레이션’을 처음 기획할 때부터 ‘케이팝을 정확히 다루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이때 ‘정확히’란 무엇일까. 케이팝이 ‘또다른 뭔가’라면 이것을 하나의 개념이나 현상으로 정의하긴 어려울 것이다. 케이팝은, 알다시피 매우 많은 모순을 갖고 있다. 우리가 이제까지 알던 싱어송라이터, 팝 스타와는 다른 방식으로 소비되고, 만들어진다.
케이팝 팬덤의 행동과 생각도 다른 분야의 팬덤과는 꽤 다르다. 그런데 또 비슷하다. 케이팝이 하나의 거대한 상자라면, 이 안에는 상상 이상으로 다양한 가치관과 비즈니스와 정체성이 충돌하고 뒤섞인다.
그래서 케이팝을 정확히 다루고 싶다는 방향성을 지키는 게 매우 힘들었다. 다만 특징적인 요소들, 팬덤이나 산업의 구조 혹은 그 안의 모순들을 비교적 자세히 보여주자는 아이디어는 모든 회차를 관통하는 목표였다. 팬의 목소리, 아티스트의 목소리, 업계 관계자의 목소리, 기획자와 실무자의 목소리가 중요했다. 8회 동안 이런 방향성은 점차 구체적인 지도로 그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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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5월, 홍대 인근 어느 카페에서 시작된 아이디어는 2023년 1월, 티빙(tving)에서 ‘케이팝 제너레이션’이라는 다큐멘터리로 구현되었다. 개인적으로도 많은 것을 확인했고, 새롭게 배운 것도 많다. 그 중 하나는 대다수의 사람들이 케이팝을 각자의 방식으로 정의하지만(나도 그 중 하나다) 사실은 정작, 이것이 새로운 세대의 문화라는 것을 간과한다는 점이었다. 말 그대로 케이팝은 뉴 제너레이션의 대중문화다. 이것을 전제로 해야만 케이팝을 정확히 이해할 수 있다고 본다.
같은 이유로 ‘케이팝 제너레이션’은 단지 케이팝의 면면을 보여주는 데 그치지 않는다. 이 시리즈는 콘텐츠 업계의 여러 문제와 이슈들을 조금씩 다양하게 건드린다. 팬덤 비즈니스를 고민하든, IP 비즈니스를 구상하든, 혹은 급속도로 경계가 사라지는 콘텐츠 업계에서 고군분투하는 사람들이라면 ‘케이팝 제너레이션’이 나름의 도움이 되리라고 본다. 그런 마음으로 이 다큐멘터리를 기획하고 만들었다.
△글=차우진(케이팝 제너레이션 스토리 총괄 프로듀서·음악평론가)
①‘케이팝 제너레이션’은 어떻게 시작되었나? / 차우진 스토리 총괄 프로듀서
②보이그룹은 언제까지 아이돌이야? / 김선형 머쉬룸 컴퍼니 대표
③케이팝 뒤에 사람 있어요 / 하박국 스토리 프로듀서
④상자를 부수는 사람들 / 이예지 머쉬룸 컴퍼니 대표
⑤“케이팝, 왜 하세요?” / 김윤하 스토리 프로듀서
⑥그래서, 케이팝은 어떻게 되나요? / 임홍재 제작 책임 프로듀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