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마 9% 찍을까…美 소비자물가 관전포인트 [이정훈의 증시이슈]

이정훈 기자I 2022.07.13 08:40:03

6월 소비자물가 전년비 8.8% 예상…일부 9% 전망
백악관까지 나서 "6월 물가 상승률 높을 것" 예고
"상승률 예상보다 높아도, 낮아도 피크아웃 해석"
유가부터 항공·운송요금까지 하락…"물가 진정세"
근원물가 석달째 하락할 듯…기저적 물가도 안정

[이데일리 이정훈 기자] 13일(현지시간) 미국에선 단기적인 시장 방향성을 결정하게 될 6월 소비자물가지수가 발표된다.

현재 경제 전문가들은 6월 소비자물가가 41년 만에 최고였던 5월 상승률을 넘어설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7월부터 국제유가와 미국 내 휘발유 가격이 하락하고 있는 만큼 `물가 피크아웃(정점을 찍고 내려옴)`에 대한 기대도 싹트고 있다.



이날 미국 경제전문매체인 CNBC에 따르면 6월 미국 소비자물가는 전월대비 1.1%, 전년동월대비 8.8% 각각 상승할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이는 1981년 이후 최고였던 지난 5월의 1.0%와 8.6%를 앞서는 수준이다. 특히 유럽계 투자은행 UBS와 도이체방크는 상승률이 9%대를 찍을 수도 있다고 본다. 카린 장 피에르 미국 백악관 대변인은 지난 12일 정례브리핑에서 이례적으로 “6월 CPI 상승률이 높을 것”이라며 예고하기도 했다.

그러나 톰 사이먼스 제프리즈 머니마켓 이코노미스트는 “만약 시장 전망치보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더 높게 나온다면 시장은 확실히 물가가 피크아웃됐다고 생각할 것”이라며 “반면 예상치보다 낮게 나와도 물가 상승세가 다소 꺾였다고 받아들일 것이라 어느 쪽이든 증시에서의 안도랠리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도 향후 에너지 가격 향방이 불확실한 만큼 낙관할 순 없겠지만, 6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연중 가장 높을 것으로 예상하면서 조심스럽게 물가 피크아웃 가능성을 점치고 있다.

우선은 국제유가 오름세가 진정되고 있다. 7월 들어 서부텍사스산원유(WTI) 선물 가격은 9%나 하락했고 휘발유 선물가격도 7.6% 내려갔다. 실제 주유소에서의 무연 휘발유 가격도 6월14일에 갤런당 5.016달러의 피크를 기록한 뒤 현재 4.65달러까지 내려가 있다.

마이클 개펜 뱅크오브아메리카(BoA) 미국경제부문 대표는 “하반기에 가장 큰 고민은, 이것이 절대적인 정점이 아니라 단기적인 정점에 불과하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 하는 것”이라며 단기 정점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봤다.

그러면서 “유럽의 러시아산(産) 원유에 대한 금수조치에 시장이 어떻게 반응할 것인지 짐작할 수 없다”며 “또한 유럽인들이 금수조치 시한을 얼마나 철저하게 지킬 지도 알 수 없다”고 했다. 현재 유럽 국가들은 올 연말까지 러시아산 원유 사용을 중단하기로 합의한 바 있다.

미국 소비자물가 상승률 추이


다음으론 공급망 차질이 일부 해소되는 조짐을 보이고 있다. 개펜 대표는 “최근 들어 컨테이너 운송이나 항공 운송 등과 같은 운송비용이 하락하는 징후가 뚜렷한 만큼 공급망 문제가 다소 풀리고 있는 듯하다”고 진단했다.

이에 변동성이 큰 에너지와 음식료품을 제외한 근원 소비자물가가 먼저 안정되면서 인플레이션 피크아웃 전망에 힘을 실어줄 것으로 보인다.

6월에 에너지 가격이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0.7%포인트, 음식료 가격이 1%포인트 각각 높일 것으로 예상한 사이먼스 이코노미스트는 이를 제외한 근원 소비자물가가 예상보다 더 내려갈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그는 “4월부터 항공요금 같은 항목들이 근원 소비자물가를 크게 끌어 올렸는데, 6월에는 그만큼 오르지 않았을 것”이라며 “가구와 전자제품 등도 가격 오름세가 둔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유통업체들이 재고를 잘못 계산한 결과로, 이제는 가격을 내리거나 적어도 더 이상 인상하진 않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실제로도 시장에서는 근원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낮아질 것으로 보고 있다. 6월 근원 소비자물가는 전월대비 0.5%, 전년동월대비 5.7%로, 앞선 5월의 0.6%와 6.0%에 비해 낮아질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올 3월 근원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6.5%에 이르렀고, 이후 이번 6월까지 석 달 연속으로 근원 물가 상승률은 하락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높은 물가로 인해 소비경기가 꺾일 수 있다는 우려는 여전하다. 개펜 대표는 “물가지표와 이달 말 발표될 소매판매지표를 연계해서 봐야할 필요가 있다”며 “높은 인플레이션은 소비자들에게 피해를 끼치고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 시장에서는 6월 소매판매가 전월대비 0.9% 증가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앞서 5월에 0.3% 하락했던 소매판매가 다시 반등할 것으로 보는 것인데, 소매판매 호조의 상당 부분은 치솟은 휘발유 가격으로 인해 휘발유 구매액이 늘어난 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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