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신 민족주의 반대…저소득국가에 1억회분 백신 지원"

[이데일리 정수영 기자] “전 세계 모든 이에게, 모든 곳에 코로나19 백신이 공급돼야 한다. 보건 민족주의에 단호하게 반대한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의 21일(현지시간) 발언이다. 그는 이날 열린 화상 ‘글로벌 보건 정상회의’에서 “올해 말까지 중·저소득 국가에 최소 1억 회분의 백신을 기부하겠다”고 밝혔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예방 백신 제조사들과 주요국들이 앞다퉈 저개발국에 대한 백신 지원을 약속했다.

Italian Prime Minister Mario Draghi and European Commission President Ursula von der Leyen attend a news conference at a virtual G20 summit on the global health crisis, at Villa Pamphilj in Rome, Italy, May 21, 2021. REUTERS/Remo Casilli/Pool

AFP·dpa 통신 등에 따르면 폰데어라이엔 집행위원장이 밝힌 1억 회분 백신 기부는 세계보건기구(WHO)가 주도하는 백신 공동구매·배분 국제프로젝트인 ‘코백스 퍼실리티’(COVAX Facility)를 통해 이뤄질 예정이다.

여기에는 프랑스와 독일이 제공하기로 약속한 각 3000만회분의 백신 물량이 포함돼 있다. EU는 아울러 아프리카의 백신 생산 공장 건설을 지원하고자 10억 유로(약 1조4000억원)를 투입하기로 했다.

EU만이 아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도 국제사회의 코로나19 공동 대응을 지원하고자 향후 3년 이내에 30억 달러(약 3조4000억 원) 규모의 국제 원조를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아울러 할 수 있는 한 외국에 더 많은 백신을 제공할 것이라고 공언했다.

백신을 생산하는 글로벌 제약사들은 내년까지 저개발국에 최대 35억 회분의 백신 물량을 배정하기로 했다. 화이자는 코백스 등을 통해 올해 10억 회분을 포함해 내년까지 총 20억 회분을 저개발국에 공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모더나도 올해 9500만 회분, 내년 9억 회분 등 약 10억 회분을 저개발국에 제공하겠다고 약속했다.

존슨앤드존슨(J&J)도 올해 코백스와 2억 회분의 백신 공급 계약을 체결했고 3억 회분의 추가 공급 여부를 협의하고 있다고 알려졌다. 이들 제약사는 해당 물량을 원가 또는 그 이하 가격으로 공급한다는 방침이다.

국제통화기금(IMF)은 2022년 말까지 세계 인구의 60%를 대상으로 백신을 접종하겠다는 목표 아래 500억 달러(56조3000억원) 규모의 기금 조성을 제안했다.

이는 전 세계 백신 공급의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심각해 이를 해결하지 못할 경우 코로나19 종식이 어렵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외신에 따르면 저개발국이 밀집해 있는 아프리카의 경우 백신 접종 인구가 전체 2%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다. 이는 전체 국민의 40% 이상이 백신을 접종한 미국, 20% 이상이 최소 1회 이상 백신을 맞은 유럽과 대조적이다.

이날 하루 일정으로 치러진 글로벌 보건 정상회의는 올해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의장국인 이탈리아와 EU가 코로나19 사태 극복을 위한 국가간 협력 강화 및 미래 팬데믹 예방 대책을 강구하고자 공동으로 개최한 행사다. G20 회원국 정상 또는 고위 정부 관계자와 세계보건기구(WHO)를 비롯한 12개 국제기구 수장들이 참석했다. 회의 종료 후 기부와 생산 물량 확대, 수출 금지 해제 등 국제사회 공동의 방역 대응과 팬데믹 예방을 위한 5쪽 분량의 공동 선언문을 채택했다.

다만 독일 등 일부 유럽국이 반대하고 있는 백신 지식재산권의 한시적 면제는 공동선언문에 포함하지 않았다. 폰데어라이엔 집행위원장은 회의 종료 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모든 참석자는 지재권이 기술 발전을 더욱 추동할 수 있다는 점에 동의했다”면서 “백신 지재권 문제에 대한 ‘제3의 길’을 세계무역기구(WTO)에 제안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