혈액병원은 다른 국내외 대학병원 등 3차 의료기관에서 의뢰한 환자들이 몰려 ‘혈액암의 4차 병원’으로 인식되고 있는데, 6개의 전문센터 중 소아혈액종양센터는 무균실 병동 36병상을 비롯해서 총 46개 병상을 갖춘 국내 최대 규모의 어린이 혈액암 치료센터로 백혈병을 비롯한 혈액질환 치료율에서 세계 최고 수준이다. 소아청소년과, 영상의학과, 외과, 진단검사의학과, 병리과 의사들과 전문 간호사의 협진 시스템이 정평이 나있으며 정 교수가 센터를 책임지고 있다.
소아청소년기에 가장 많이 발생하는 암은 백혈병으로 이중 대부분은 급성림프모구백혈병이다. 현재 국내에 소아청소년백혈병을 앓는 환자는 5000여 명으로, 연간 약 350명의 소아에게서 백혈병이 새로 발병한다. 전체 소아암의 4분의 1을 차지할 정도로 소아에게서는 흔하다.
소아청소년백혈병은 종류도 다양하다. 크게는 급성과 만성으로 나뉘고, 급성의 경우 림프모구성 · 골수성으로, 만성의 경우 골수성 · 연소기골수단구백혈병으로 다시 나뉜다. 급성이면서 림프모구성인 경우가 전체의 75%로 가장 많고, 급성골수백혈병 환자가 20%, 나머지는 만성백혈병 환자이다.
백혈병 진단은 다양한 증상이나 말초혈액검사를 통해 의심되는 경우 골수조직검사로 확정되는데 골수 내 세포를 현미경으로 관찰한 결과로 판단한다. 과거에는 백혈병을 일으키는 세포의 모양에 따라 백혈병을 분류했는데, 환자의 나이와 성별, 백혈구 수, 변이 세포 종류 등이 중요한 예후 인자였다.
하지만 2000년대 이후 유전자 분석기법이 발전하면서 백혈병 세포의 유전자적 특성을 기준으로 백혈병의 종류를 세분화 하였다.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다양한 유전자 변이와 예후와의 연관성을 분석하여 진단부터 예후까지를 판단해 치료의 강도를 결정하는 방식이다.
백혈병의 치료는 항암치료와 방사선치료, 조혈모세포이식이 이용된다. 조혈모세포이식은 보통 재발 위험이 높을 때 실시하며, 소아청소년의 경우 조혈모세포이식까지 필요한 환자는 많지 않다. 10명 중 8명은 항암화학요법으로 완치가 되는데, 성인에 비해 좋은 예후특성을 갖는 비율이 높고 항암치료의 어려움을 잘 극복하기 때문이다.
급성림프모구백혈병의 경우 항암치료로 혈액세포 수치가 정상으로 회복되고 골수기능이 정상화되면 추가적인 항암치료를 2년 반에서 3년 정도 진행하는데 2년 동안은 주로 경구약을 복용하는 유지요법을 진행하며 학교생활이나 일상생활에 크게 제한을 받지 않는다. 치료를 끝나면 정기적인 검사를 하지만, 2년 이후에 재발하는 케이스는 거의 없다.
정 교수팀의 백혈병 치료는 환아 개개인의 최적의 맞춤 치료법으로 정평이 나 있는데, 최근 백혈병 세포의 특성을 더욱 세밀하게 분석할 수 있는 마이크로어레이나 차세대염기서열분석법과 같은 첨단 유전자 분석기술을 도입하여 백혈병 세포의 발생, 세포주기의 조절, 백혈병 발병의 억제와 촉진에 관여하는 다양한 세포 내 경로와 수용체 · 전달물질을 밝히는 정밀의료가 가능해졌다. 이를 바탕으로 환아별로 백혈병 세포의 유전적 특성에 맞는 표적치료제를 적용해 치료 성적을 높일 수 있는 단계까지 발전했다.
항암치료가 시작된 후에는 미세하게 남아있는 백혈병 세포를 확인하고, 남은 양에 따라 치료 계획을 조정한다. 서울성모병원에서 사용하고 있는 유전자 분석기술은 정상세포 100만개 중 한 개의 백혈병 세포를 알아낼 수 있을 정도로 정밀하여 치료 후 남아있는 질환을 파악하고 이후 계획을 수립하는데 가장 중요한 지표이다. 최근에는 약물유전체 검사를 추가로 도입하여 환아 개개인의 체내 약물 대사 능력을 예측하고 항암치료제 효능과 부작용을 미리 분석하여 약물 용량을 조절하는 등 환자 개개인에 맞춘 정밀의료가 가능해졌다.
정 교수는 정확한 치료 외에도 환아들은 물론 부모님들과의 소통도 잘하는 의사로도 유명하다. 많은 부모들이 아이의 질환을 두고 빨리 발견하지 못한 점이나 본인들로부터 유전된 것이 아닌지에 대하여 자책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러한 부분에 대해서도 대부분 후천적으로 발생하는 질환이라는 상세한 질병 설명과 치료 경과, 예후 등은 물론 부모가 챙겨야 할 부분, 음식, 감염 등 아이들 치료와 관련한 작은 부분에 대하여도 많은 대화와 상담을 통해 환아와 부모들이 질병을 극복하는데 도움을 주고 있다.
“아이들과 소통을 잘 하는 의사가 되고 싶다”고 말하는 정 교수는 “환아에게 최적의 치료를 제공하는 것은 물론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춰서 다양한 대화를 통해 서로에 대해 소통할 때 행복을 느끼고, 아이들과 따뜻한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의사가 되고 싶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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