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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악산 남대봉 일대에는 ‘신이 사는 숲’이라는 이름을 가진 곳이다. 성황림 마을이다. 치악산 상원사로 향하는 길목에 자리하고 있다. 이곳에는 마을 사람들이 대대로 모셔온 ‘성황림’이다. 나뭇가지가 도로까지 뻗어 나올 만큼 울창한 숲이다. 마을 사람들은 성황림을 마을 수호신을 모시는 당숲으로 여기고 100여년 동안 제를 지내며 보호하고 있다. 덕분에 느릅나무 90여종에 달하는 낙엽 활엽수종과 다양한 초본식물이 분포해 이 지역의 ‘허파’ 구실을 하고 있다.
한때 지난한 과거를 겪기도 했다. 숲을 가로지르는 도로가 뚫렸고, 나들이객의 유원지로 변모했다. 훼손을 막기 위해 80년대 후반 보호철책을 두른 뒤, 수십년을 웅크렸던 숲은 옛 모습으로 복원됐다. 당집, 신목(神木) 주변으로는 다시 금줄이 쳐졌다.
성황림에 들어서면 금줄 너머 당집이 있고 당집이 있다. 서낭당이다. 서낭신께 제사를 지내는 장소로, 내부에는 신목을 향한 제단만 있다. 서낭당 옆에 바로 숲의 신목인 전나무가 30m 높이로 쭉 뻗어 있따. 어른 서너명이 손을 잡고 에워싸야 닿을 정도의 둘레다. 이 전나무는 성황림 숲에서 유일한 침목수다.
신목 옆으로는 잡귀를 쫓는다는 가시 돋힌 음나무 군락이다. 여기에도 이유가 있다. 전나무는 남성과 양의 기운을, 음나무는 여성과 음의 기운을 상징한다. 이 둘이 조화를 이뤄 나무 신의 숲을 지키고, 인간이 사는 마을의 길흉화복도 보살핀다는 것이다. 서낭당 왼쪽은 신의 숲이고, 오른쪽은 인간의 숲이다.
상황림은 성황제를 지내는 딱 이틀만 일반에 숲을 개방했다. 올해 6월부터는 토요일에 사전 신청한 20명씩 단체 관람으로 두 차례 관람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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