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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일경의 바이오 돋보기]김태한 재신임한 삼바…‘분식회계’ 사태 정면돌파

박일경 기자I 2020.03.21 10:30:00

‘장하성 라인’ 김유니스경희 사외이사 선임
봉욱 前 대검차장, 삼성 준법감시위원 영입
“준법감시실 신설” 부영 회장 감형 재판부
이재용 파기환송심도 맡아…‘준법경영’ 요구

[이데일리 박일경 기자] “2011년 30여명이 허허벌판에서 경험도 없이 시작한 회사는 지금 3300여명의 인력과 36만4000ℓ에 달하는 세계 최대 생산 규모를 갖추게 됐습니다. 10년 전에 뿌린 신사업의 작은 씨앗이 안정되게 뿌리를 내려 견실한 묘목으로 자랐습니다.”

지난 20일 열린 삼성바이오로직스 제9기 정기 주주총회에서 발언하고 있는 대표이사 김태한 사장. 김 대표는 이날 연임에 성공했다. (사진=삼성바이오로직스)


삼성바이오로직스(207940)가 지난 20일 정기 주주총회를 개최하고 김태한(63) 대표이사를 재신임했다. 김 대표는 주주들에게 감사 인사를 전하며 이같이 소회를 밝혔다. 창립 멤버로 10년째 삼성바이오를 이끌어온 선장에게 연임 임기 동안 `분식회계` 사태를 마무리하는 데 힘을 실어준 것으로 해석된다.

앞으로 삼성바이오는 사법 리스크를 극복하기 위해 `준법 경영`에 나설 전망이다. 김 대표 역시 이 자리에서 “사회적 책임과 소명감을 가슴에 안고 글로벌 기업윤리와 신뢰를 중시하며 경영 투명성을 강화하겠다”고 약속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 창립 10년 만에 첫 여성 이사로 선임된 김유니스경희 이화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사진=이데일리 DB)


김 대표보다 더 눈길을 끄는 사람은 같은 날 삼성바이오가 사외이사로 신규 선임한 김유니스경희(61) 이화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다. 여성 이사는 설립 이래 처음이다. 사실 이 점보단 그녀의 경력에 주목해야 한다. 금융권 준법감시 전문가로 통하는 김 교수는 하나금융지주 준법감시인(부사장), KB금융지주 사외이사를 지냈다.

특히 2016년 KB금융 지배구조 연차보고서를 보면 김 교수를 KB지주 사외이사로 최초 추천한 인물은 장하성(67) 전 청와대 정책실장이다.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2017년 5월 초대 정책실장을 맡아 소득주도 성장 정책 틀을 짰다. 현재 주중(駐中) 한국대사다.

(그래픽=이데일리 이동훈 기자)


◇ 現 정부 실세 입김에…‘분식회계’ 수사 때 檢 2인자까지

검찰에 따르면 김 대표 등은 2015년 말 삼성바이오가 삼성바이오에피스에 대한 지배력을 상실했다며 종속회사(단독지배)에서 관계회사(공동지배)로 회계처리 기준을 바꿔 장부상 회사 가치를 4조6000억원 가까이 늘린 혐의(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위반 등)를 받는다.

검찰은 삼성바이오가 2014년 회계처리 당시 합작사 바이오젠의 콜옵션으로 인한 부채를 감췄고 2016~2017년에도 종전 분식회계를 정당화하고자 삼성에피스 회사 가치를 부풀리는 회계부정을 저질렀다고 의심한다. 삼성에피스 분식이 결국 2015년 9월 제일모직과 삼성물산 간 합병으로 탄생한 ‘통합 삼성물산’ 분식회계로 이어졌다는 게 검찰 판단이다.

봉욱 전 대검찰청 차장검사가 지난달 5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초동 삼성생명 서초타워에서 개최된 ‘삼성 준법감시위원회 제1차 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삼성 준법감시위는 삼성그룹 주요 7개 계열사가 설치·운영하기로 합의한 독립 위원회로 삼성의 준법 경영을 감시한다. (사진=이데일리 이영훈 기자)


결과적으로 삼성바이오 고의 회계부정 사건은 삼성그룹 지배구조 문제로 연결되는데, 김 교수는 한국기업지배구조원 기업지배구조위원을 겸임하고 있다. 게다가 삼성이 법원 요구로 만든 삼성 준법감시위원회 위원에는 대검찰청 차장검사 출신 봉욱(55·사법연수원 19기) 변호사가 활동하고 있다.

봉 변호사는 2017년 5월부터 지난해 6월까지 대검 차장검사로 재직했다.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현 반부패수사2부)는 2018년 12월 삼성바이오 본사와 회계법인 압수수색을 시작으로 작년 7월까지 삼성 주요 임원들을 소환하고 구속영장을 청구하는 등 전(全)방위적인 수사를 벌였다. 시기가 겹쳐 부정부패 수사 보고라인 최상층에 있었던 전직 대검 차장이 퇴임 7개월 만인 올해 1월 삼성 내부 위원회의 외부위원 5명 가운데 1명으로 합류한 처신이 과연 적절한지 논란이 일고 있다.

법조계 관계자는 “앞서 검찰은 김 대표에 대해 두 차례 청구한 구속영장을 법원이 모두 기각하자 세 번째 영장 재청구 방침을 세웠다”면서 “검찰 수사 선상에서 완전히 배제된 상태는 아니라는 뜻”이라고 강조했다.

(그래픽=이데일리 문승용 기자)


◇ 삼성, 사법부 이례적 요구 들어줘…“갈길 간다”

삼성 준법감시위 역할을 두고 이재용(52) 삼성전자 부회장의 `감형용`이란 비판이 나온다. 실제 수천억원대 횡령·배임 등 혐의로 1심에서 징역 5년을 선고받은 이중근(79) 부영그룹 회장이 “외부 준법감시인과 위임계약을 체결하는 등 준법감시를 위한 노력을 하고 있다”는 이유로 2심에서 감형 받았다.

지난 1월 서울고법 형사1부(재판장 정준영)는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 위반으로 기소된 이 회장에게 징역 2년 6월을 선고했다. 1심과 비교하면 선고 형량이 절반으로 줄었다. 법원은 “최대 주주와 경영진의 횡령 범행을 방지하고자 2018년 준법감시실을 신설했다”고 감형 사유를 설명했다. 서울고법 형사1부는 이 부회장 ‘국정농단’ 연루 파기환송 심리를 담당하는 재판부이기도 하다.

삼성바이오는 최근 열린 증거인멸 관여 임·직원 2심 재판은 물론 증권선물위원회를 상대로 제기한 행정소송에서 일관되게 분식회계 의혹을 강하게 전면 부인하고 있다. 삼성바이오는 각종 수사·재판 등 법률 리스크에 상관없이 갈 길 가겠다는 입장이다. 김 대표는 “2019년 회계 이슈 등 어려운 경영환경에도 전 임직원이 전사적 혁신 활동을 전개하며 생산성 제고와 원가 절감 그리고 수주 역량 강화를 통한 흑자경영 구조를 안착시켰다”고 평가했다.

삼성바이오는 국내외 46곳에 이르는 고객사로부터 총 87건의 위탁개발 및 생산 프로젝트를 누적 수주했고, 20개국 글로벌 인증기관으로부터 제조품질승인 51건을 획득했다. 작년 한해 삼성바이오는 매출과 영업이익이 각각 전년 대비 30.9%, 64.8% 증가한 7016억원과 917억원을 기록하면서 최대 실적을 달성했다. 자회사 삼성에피스는 창설 8년 만인 지난해 첫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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