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이연호 기자] 전 세계적으로 가장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 받는 스포츠라고 한다면 뭐니 뭐니 해도 축구일 것이다. 이런 이유로 4년 마다 열리는 월드컵은 일찌감치 전 세계인의 축제로 자리매김했다.
특히 국내에서도 유럽 3대 리그에 대한 관심이 높아져 주말이면 새벽 늦게까지 축구경기를 보느라 밤을 새웠다는 말을 주위에서 심심찮게 들을 수 있을 정도다.
이렇게 축구경기 중계를 보다 보면 흔히 해설자나 캐스터들이 “축구 지능이 뛰어난 선수”라는 표현을 하는 걸 들을 수 있다. 그렇다면 과연 축구 지능이라는 뭘까. 뛰어난 축구 선수들은 일반인과 다른 뇌 구조를 갖고 있는 걸까.
축구선수들은 순식간에 공을 뺏길 수 있기 때문에 빠른 판단력이 매우 중요하다. 즉 현재 상황을 빠르게 판단하고 패스 혹은 드리블을 통해 상대방을 따돌려 자신의 팀에 유리한 상황을 만들어 내는 것이 중요하다. 이런 능력이 실제 뇌와 어떤 관련을 맺고 있는지에 대한 연구가 진행되기도 했다.
스웨덴의 한 뇌과학자는 스웨덴 여자 1부리그 선수들과 2부리그 선수들을 대상으로 뇌를 제어하는 능력을 판단하기 위해 ‘디자인 플루언시 테스트(Design Fluency Test)’라는 것을 시행했다. 이 테스트는 작업기억, 반응 억제력, 창의성의 세 가지 능력을 측정한다. 작업 기억은 인간이 실질적으로 뇌에 저장해 사용할 수 있는 기억의 용량을, 반응 억제력은 하던 행동을 멈추고 다음 행동으로 빠르게 전환할 수 있는 능력을 의미한다. 창의성은 여러 경우의 수를 미리 파악하는 능력으로 표현된다.
이 테스트에서 스웨덴 1부리그 선수들은 2부리그 선수들에 비해 더 높은 점수를 받았다. 상위리그에 속해 있는 선수일수록 단순히 신체적 능력이 뛰어날 뿐만 아니라 인지적 판단 능력 즉 게임 지능 또한 상대적으로 뛰어나다는 것을 확인한 실험이다. 또 축구에서 게임 지능이 높은 선수들은 대체로 어릴 때부터 여러 다양한 환경에서 축구를 많이 한 경우가 많았다. 즉 완벽히 갖춰진 경기장에서가 아니라 여러 지형지물을 피해 골대로 향해야 하는 소위 동네축구를 지속적으로 한 경우 축구 지능이 잘 발달돼 있었던 것이다.
21세기 최고의 미드필더로 평가되는 전 스페인 국가대표 축구선수 사비 알론소에 대해 같은 방식으로 진행된 실험에서도 사비는 스캔 및 분석 능력, 상황에 대한 시뮬레이션 창출 능력이 매우 뛰어났다. 스페인의 또 다른 월드클래스 축구선수인 안드레스 이니에스타 역시 인류 상위 0.1%에 해당하는 뇌 제어 능력을 갖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드필더는 같은 팀은 물론 상대편의 위치를 실시간으로 파악해야 하고 공을 점유하기 위해 수시로 판단을 바꿔야 하기 때문에 행동 전환이 신속해야 한다. 이들이 실제 이 같은 능력을 평가하는 테스트에서 매우 높은 점수를 받았다는 점은 흥미로운 부분이다.
‘디자인 플루언시 테스트’가 축구선수들의 뇌적 능력을 파악할 수 있는 적합한 테스트인지에 대해선 논란이 있지만 현재 연구계에서는 사비나 이니에스타 같은 명품 미드필더를 배출하기 위해 어떻게 축구선수의 인지능력을 향상시킬 수 있을 지에 대한 고민을 계속하고 있다. 도움말=과학커뮤니케이터 케니 리(Kenny Lee)
*편집자주: 수학, 화학, 물리학, 생물학 등 기초과학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특히 인공지능(AI), 사물 인터넷(IoT), 빅데이터 등 첨단 정보통신기술(ICT)이 이끄는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그 중요성은 점차 더 커지고 있다. 하지만 대개의 경우 기초과학은 어렵고 낯설게만 느껴져 피하고 싶은 것도 사실이다. 기초과학의 세계에 쉽고 재미있게 발을 들여 보자는 취지로 매주 연재 기사를 게재한다. 과학 유튜브 채널 ‘펑키 사이언스(Funky Science)’ 운영자이자 팝핀(Poppin)을 통한 과학대중화에 매진하는 케니 리(Kenny Lee)와 매주 인터뷰를 진행하고 그 중 재밌는 내용들을 간추려 독자들에게 제공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