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씨는 “칼질 도중 손가락 끝이 잘려 이식수술을 받고 2주간 병원 신세까지 졌는데 산업재해 처리조차 안 해 주더라”고 분개했다. 계약 당시 근로 조건을 ‘프리랜서 아르바이트’로 합의한 게 화근이었다. 업주는 “프리랜서는 근로자가 아니어서 4대 보험 가입이 안 돼 있다”고 맞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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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득세를 적게 뗀다’는 감언이설(甘言利說)에 속아 ‘프리랜서 아르바이트’로 계약했다 퇴직금도 못받는 등 사회초년생들의 피해가 속출하고 있다. 일반 근로자와 별반 다를 게 없이 근로 감독을 받고 계약 외 업무 등 가욋일에 시달려도 근로기준법상 보호를 받지 못하기 때문이다. 개인 사업자(1인 기업)로 분류되는 프리랜서는 법적 ‘근로자’가 아니란 이유로 4대 보험 가입과 근로 계약서 작성, 퇴직금 지급 등을 의무로 명시한 근로기준법 적용 대상에서 제외된다. 업무의 자율성은 보장되지만 임금 체불이나 산재에 따른 의료비 보전 등의 권리는 누릴 수 없는 셈이다.
일부 업주들은 경제적 부담을 피하려 이런 허점을 악용하고 있다. “프리랜서로 계약하면 소득세를 적게 낼 수 있어 실수령액이 많아진다”고 꼬드겨 프리랜서 계약을 유도하는 식이다. 프리랜서의 경우 근로소득세(일용근로자 기준 6%)보다 세율이 낮은 사업소득세(3.3%) 적용을 받는다.
하지만 말이 좋아 프리랜서이지 실상은 일반 근로자와 다를 바 없이 일을 하는 경우가 많다.
영상 제작업체에서 2년 3개월 간 근무하다 최근 퇴사한 장모(26·여)씨는 “‘업무 할당량만 채우면 원하는 때 자유롭게 퇴근할 수 있다’는 말에 아르바이트라고만 생각했었다”며 “퇴사 직전 퇴직금을 못 주겠다기에 항의하러 갔다가 뒤늦게 프리랜서 신분이었음을 알게 됐다”고 했다. 업무가 많아 주 5일 출근에 야근까지 하는 날도 잦았지만 퇴직금 한 푼 받지 못했다.
장씨는 “근로계약서도 작성하지 않아 고용부에 진정을 넣었는데 ‘프리랜서가 아닌 근로자처럼 일했다는 증거를 제출해야만 업주에 책임을 물 수 있다’는 답변이 돌아왔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계약 형태 보다 ‘근로자성’ 여부로 따져야
노동 및 법률 전문가들은 계약 형태 자체보다 ‘근로자성’ 입증 여부에 따라 근로기준법상 권리를 보장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이혜수 노동권익센터 법률상담팀장은 “출퇴근 시간이 정해져 있고 고정적으로 급여가 들어오는 경우 근로자에 해당한다”며 “프리랜서로 계약하는 것은 업주들의 세금 회피로 엄연한 불법”이라고 설명했다. 권성은 법무법인 전문 대표 변호사 역시 “만일에 대비해 사전에 근로자성을 입증할 수 있는 증거 자료들을 모아두는게 좋다”고 말했다.
고용부 등 정부 당국이 현장 감독을 소홀히 하는 점도 이런 ‘편법’이 기승을 부리는 데 한몫하고 있다.
최기원 알바노조 대변인은 “편법 관행이 미디어 제작 업계나 바이럴 마케팅, 파견물류 업체 등 여러 분야에서 광범위하게 이뤄지고 있지만 신고를 하지 않는 한 따로 현장 감독을 실시하지 않는 실정”이라며 “정부 당국이 나서 ‘편법 행위’를 근절하려는 의지를 보이지 않는 한 해결되기 힘든 문제”라고 강조했다.
고용부 관계자는 “한정된 인력 등 현실적인 애로사항 때문에 개인의 신고를 바탕으로 관리·감독을 할 수밖에 없는 실정”이라며 “보험 가입 내역 등 기록상 수상한 점 등을 수시로 점검해 문제를 방지하고 시정할 수 있게 노력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