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돋보기] ‘조선의 4번타자’ 이대호와 여의도 꽃가마

김성곤 기자I 2016.02.06 09:00:00
[이데일리 김성곤 기자] 스포츠와 정치의 본질은 어떻게 보면 도전입니다. 아무리 어려운 환경일자로도 이를 극복해내는 모습은너무나 매력적입니다. 특히 올림픽이나 아시안게임에서 인간승리를 보여준 선수들의 도전은 감동 그 자체입니다. 최근 메이저리그행을 선언한 ‘빅보이’ 이대호 선수의 도전도 좋은 사례입니다. 반면 정치분야 특히 선거에서는 도전보다는 안정을 선택하는 경우가 많은 것 같습니다.

◇이대호, 거액 연봉 포기하고 험난한 가시밭길 도전

부산에서 자라서 그런지 야구를 좋아합니다. 다만 ‘롯데’ 아닌 ‘자이언츠’를. 자이언츠 소속으로는 불세출의 무쇠팔 고 최동원 선수가 있습니다. 후계자로는 누가 적당할까요. 이대호 선수라면 나무랄 데가 없지 않을까요. ‘조선의 4번 타자’라는 별명이 아깝지 않습니다. 이대호 선수는 2010년 프로야구 무대를 평정한 적이 있습니다. 타격 7관왕. 이대호 선수의 덩치를 감안하면 도루왕은 불가능했기 때문에 사실상 타격 모든 부분을 석권했다고 봐야 합니다. 일본무대에 진출해서도 그의 활약은 엄청납니다.

한국을 거쳐 일본무대를 평정한 이대호 선수가 ‘꿈의 무대’ 메이저리그에 도전한다는 소식이 들려왔습니다. 다만 아쉬운 것은 시애틀 매리너스와 1년 마이너리그 계약을 맺었다는 점입니다. 우리 나이로 35세. 지금이 아니면 메이저리그에서 뛸 수 없다는 절박감이 느껴집니다. 이대호 선수의 친정이었던 소프트뱅크가 제시한 연봉은 3년 18억엔. 우리 돈으로 180억원이 넘는 거액입니다. 거액의 연봉과 주전 4번타자 보장이라는 달콤한 조건을 뿌리치고 도전에 나설 수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요. 그의 선택은 아름다운 도전입니다. 박수를 보냅니다.

주판알 튕기며 꽃가마 선택…험지 선택한 이단아들

고개를 돌려서 서울 여의도를 바라다보면 한심합니다. 이대호 선수처럼 밑바닥에서 시작하겠다는 도전정신을 가진 사람을 찾아보기가 쉽지 않습니다. 이른바 꽃가마를 타고 여의도에 무혈입성해서 금배지를 달겠다는 사람들이 가득합니다. 여기에는 여당도 야당도 없습니다. 모두 마찬가지입니다. 실제 역대 총선을 살펴보면 유력한 영입인재들은 비례대표 공천을 보장받거나 지역구 출마 역시 상대적으로 수월한 곳을 선택했습니다. 국민들에게 이름을 잘 알려진 여야 거물들도 다를 바 없습니다. 여의도로 가는 가장 쉬운 길을 선택하며 주판알을 튕깁니다. 총선 때마다 이리저리 지역구를 옮겨다는 것은 예삿일입니다. 국회의원이 된다면야 그깟 당적을 옮기는 것은 아무것도 아닙니다. 이번 총선에서도 새누리당은 유독 대구 지역이, 야권의 경우 호남지역이 시끄러운 것도 다 비슷한 이유입니다.

물론 꽃가마 대신 도전을 선택한 사람들도 있습니다.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이 대표적입니다. 그는 3당합당을 거부한 이후에도 부산민심을 끊임없이 노크했습니다. 특히 2000년 16대 총선에서는 상대적으로 당선이 수월했던 서울 종로를 버리고 부산 북·강서을에 출마하는 바보같은(?) 선택을 합니다. 물론 패배했지만 이는 노사모 탄생으로 이어졌고 2년여 뒤에는 대선에서 승리합니다.

4.13 총선에서도 꽃가마를 버린 이들이 눈길을 사로잡습니다. 새누리당의 험지 전남 순천·곡성에 도전하는 이정현 의원, 더불어민주당의 정치적 불모지인 대구 수성갑에 도전하는 김부겸 전 의원의 도전이 대표적입니다. 이들의 도전은 처음이 아닙니다. 이정현 의원은 여러 차례 호남민심을 두드려왔고 김부겸 의원도 마찬가지입니다.

이대호 선수가 미국에서 실패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그래도 그의 도전을 나무라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 같습니다. 달콤한 유혹을 뿌리친 도전 그 자체가 아름답기 때문이죠. 선거에서도 꽃가마를 거부하고 힘든 도전을 선택하는 여야 정치인들이 늘었으면 좋겠습니다. 승리하면 대박, 혹 패배하더라도 재기의 발판 정도는 충분히 마련할 수 있습니다. 꽃가마를 거부하는 정치인들이 많아질수록 우리네 정치도, 삶도 한 걸음 더 앞으로 가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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