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PPA 기획]日잃어버린 20년 극복 'TPPA'에 달려있다

김유성 기자I 2013.05.05 17:35:08

한국의 대외진출 자극, 잘라파고스 우려
아베노믹스로 만들어진 자신감으로 TPPA 돌파

[이데일리 김유성 기자]다자간 무역협상 ‘TPPA’는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rans-Pacific Partnership Agreement)의 약자로 아시아·태평양 지역 경제통합을 목적으로 지난 2005년 6월 출범했다.

당시에는 뉴질랜드, 싱가포르, 칠레, 브루나이 4개국 체제였지만 2008년부터 미국, 호주 등이 참여해 아시아·태평양 지역을 아우르는 경제공동체 모습을 갖추게 됐다.

아·태지역의 맹주를 자부하는 일본은 그동안 TPPA에 대해 유보적 입장을 보여왔다. 일본은 TPPA에 합류할 경우 자국 농업의 붕괴를 우려했기 때문이다. 이를 반영하듯 일본은 TPPA를 비롯해 다른 나라와 자유무역협정(FTA)을 협상 때마다 쌀 시장 등 농산물 시장 보호 논리를 빼놓지 않았다.

◇‘잃어버린 30년’ 위기감 불거져..대외 개방 확대

그러나 일본의 장기 불황이 일본을 밖으로 향하게 만들었다. 2011년 3월 대지진으로 경기부양 효과가 반짝 있었지만 3분기 이후부터 이마저도 사라져 본격적인 침체 국면으로 들어갔다.

실제 대지진 복구 수요로 회복세를 보이던 일본 경제는 2011년 3분기 전년동기대비 마이너스(-)3.5% 성장률을 기록해 4분기만에 마이너스로 돌아섰다.

▲일본 실질 GDP 성장률과 민간소비 증가율. (괄호안은 해당기간 평균치) (출처 : 일본 내각부)
2008년 이후 계속된 글로벌 금융위기로 선진국 경기가 침체에 빠진 가운데 일본은 대지진과 원전사고라는 내환마저 겹쳐 일각에서는 ‘잃어버린 20년’이 아닌 ‘잃어버린 30년’이 시작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미국과 유럽 등 주요 선진국과 FTA를 맺어 적극적인 무역개방에 나선 한국의 행보도 일본에는 자극제가 됐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에 따르면 지난해 일본과 FTA를 맺은 국가와의 무역 비중은 18.6%에 지나지 않았다. 반면 미국은 37.8%, 한국은 33.9%였다. 중국도 일본보다 높은 23.9%로 집계됐다.

일본 정부는 한국이 미국, EU 등과 FTA를 맺고 있어 일본이 미국 등 주요국과 FTA에 나서지 않을 경우 경제적 불이익을 당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실제 일본경제산업성은 한국이 미국, 유럽, 중국 등과 FTA를 체결해 오는 2020년에는 일본의 실질 GDP가 10조5000억엔(약 118조원) 감소할 것이라고 추정했다. 특히 경제산업성은 한국과 직접 경쟁하고 있는 전기·전자, 기계산업의 경쟁력은 더욱 나빠질 것으로 보고 있다.

◇日 TPPA 참여로 권토중래 꿈꾼다

아베노믹스(일본 아베 정권의 양적완화 정책)로
일본기업의 수출 경쟁력이 개선된 점도 일본이 문호를 활짝 개방하는 데 촉진제 역할을 했다.

노다 요시히코(野田佳彦) 전(前) 총리가 중의원 해산을 선언한 지난해 11월 17일 이후 강력한 경기부양을 내세운 자민당 정권의 집권이 확실해지자 일본 증시 닛케이225 지수는 연일 상승하며 지난달까지 무려 50% 넘게 급등했다.

일본은행(BOJ)이 펼칠 강력한 통화정책에 대한 기대감도 커지면서 달러화 대비 엔화 환율은 다섯달만에 종전 80엔에서 99엔으로 20% 뛰어올랐다. 이는 일본 기업들의 수출 가격 경쟁력으로 이어졌다. 일본 대표 수출기업 도요타 자동차는 작년 11월 이후 주가가 75% 뛰었고 소니와 파나소닉 주가도 80% 급등했다.

일본 다이와증권은 엔화 약세가 일본 수출기업에 호재로 작용해 올 회계연도 200대 기업의 세전 순익이 종전보다 75% 증가한 16조900억엔에 달할 것으로 추산했다.

이에 따라 일본의 TPPA 참여는 회복 조짐을 보이고 있는 일본 경제에 날개를 달아줄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 피터슨연구소에 따르면 일본이 올해안에 TPPA 협상을 타결하면 2025년께 1046억달러(약 114조5893억원) 규모의 GDP가 더 늘어날 것으로 예상됐다. 수출은 1397억달러(11.2%)가 더 늘어날 전망이다. 이에 비해 한국은 오는 2025년에 수출액이 28억달러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일본의 TPPA 참여시 기대 효과 (출처 : 美 피터슨연구소)


일본은 TPPA 참여로 아시아 경제중심국가로 부상한 중국을 견제할 수 있는 효과도 거둘 수 있다. 또한 동아시아를 둘러싼 경제 패권을 놓고 일본은 더욱 긴밀해진 미국과의 관계를 토대로 중국과 치열한 경쟁을 벌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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