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마켓in 김연지 기자] "인공지능(AI)은 투자자였던 나를 창업자로 다시 돌아가게 했다. 그만큼 (AI가) 큰 변화를 가져왔다."
제임스 리우(James Liu) 오크퍼시픽인베스트먼트 최고운영책임자(COO) 겸 데이지벨 최고경영자(CEO)는 최근 이데일리와 만나 음성 인공지능(AI) 스타트업 창업에 뛰어든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과거 창업자이자 투자자로 활동해온 그는 생성형 AI 전환기를 맞아 다시 사업을 직접 꾸리는 길을 택했다. 그 결과물은 아시아 언어권 콜센터 자동화 시장을 겨냥한 음성 AI 스타트업 데이지벨이다.
데이지벨은 기업의 콜센터 업무를 AI 음성 에이전트로 자동화하는 기술을 개발하는 스타트업으로, 고객 문의 응대와 예약·주문 확인, 상담 연결 등 반복적인 전화 상담 업무를 AI가 처리하는 솔루션을 개발했다. 단순 음성 인식이나 챗봇을 넘어 기업별 상담 프로세스와 지식체계를 반영한 기업 맞춤형 음성 AI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특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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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자에서 창업자로…커지는 AI 콜센터 시장 정조준
투자자로 성공 궤도에 오른 리우 대표가 다시 창업자의 자리로 돌아온 데에는 손정의 소프트뱅크그룹 회장과의 오랜 교류로 쌓은 기술투자 감각과 'AI는 직접 뛰어들어야 할 시장'이라는 확신이 맞물려 있다. 리우 대표는 중국에서 소셜네트워크 사업을 키우던 시절 손 회장이 이사회에 참여하면서 수년간 매달 한두 차례 도쿄를 찾아 사업 현안을 논의했다. 이후 핀테크와 바이오테크 등 기술 기업 투자로 영역을 성공적으로 넓혔지만, 생성형 AI는 단순한 투자 테마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그는 "나는 투자자이기 전에 사업을 만드는 빌더(builder)"라며 "AI는 투자자보다는 창업자 입장에서 직접 뛰어들 만큼 큰 변화"라고 말했다.
실제 그가 뛰어든 음성 AI는 생성형 AI 확산 이후 콜센터와 고객 응대 자동화 시장에서 빠르게 상업화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그랜드뷰리서치에 따르면 글로벌 콜센터 AI 시장은 2024년 19억9000만달러에서 2030년 70억8000만달러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대화형 AI 시장 역시 같은 기간 115억8000만달러에서 413억9000만달러로 확대될 전망이다.
미국과 영국에서는 이미 관련 기업에 대규모 자금이 몰리고 있다. 오픈AI 이사회 의장인 브렛 테일러가 창업한 '시에라'는 고객 응대 AI 에이전트 분야에서 기업가치 100억달러를 인정받았다. 콜센터용 AI 음성 비서 기업 폴리AI도 2024년 5000만달러를 유치하며 약 5억달러에 가까운 기업가치를 인정받았다.
다만 리우 대표가 주목한 시장은 미국이 아닌 아시아다. 일본과 한국은 고령화와 인건비 상승으로 콜센터 운영 부담이 커지고 있지만, 영어권처럼 상담 업무를 해외로 쉽게 이전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리우 대표는 "실리콘밸리의 음성 AI 기업들은 대체로 미국과 영어권 시장 중심"이라며 "일본어와 한국어, 광둥어처럼 언어적 난도가 높고 현지화가 중요한 시장은 아직 충분히 서비스되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바로 그 지점에 데이지벨의 기회가 있다"며 "영어권 범용 모델이 깊게 들어오지 못한 시장에서 현지 언어와 기업 업무 환경에 맞춘 음성 AI를 제공하는 것이 우리의 전략"이라고 덧붙였다.
데이지벨은 처음부터 아시아 언어와 현지 기업 환경에 맞춰 서비스를 개발했다. 지난해 6월 일본어 서비스를 출시했고, 같은 해 8월 첫 유료 고객을 확보했다. 현재 일본 내 20여개 기업 고객을 두고 있으며 올해 7~8월까지 고객사를 50곳 수준으로 확대하는 것이 목표다. 홍콩에서도 대형 외식·물류 기업 등을 대상으로 서비스를 제공하거나 도입 논의를 진행 중이다.
한국 투자자 확보…韓 시장 공략 박차
데이지벨은 지난해 12월 한리버파트너스로부터 전략적 투자를 유치하면서 한국 시장 공략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현재는 국내 온라인 교육 업체를 대상으로 첫 실증사업(PoC)을 진행 중이며 여행·금융·리테일 기업과도 도입을 논의하고 있다.
리우 대표는 한국 시장에서 초기 고객 확보를 위한 핵심 요소로 현지 기업 환경에 맞춘 적용 능력을 꼽았다. 그는 "한국 대기업과 중견기업은 신기술 도입에 비교적 신중한 만큼, 단순히 음성 AI 모델의 성능을 보여주는 것만으로는 실제 계약으로 이어지기 어렵다"며 "도입 검토까지는 시간이 걸리지만, 한 번 내부 시스템에 통합되면 장기 고객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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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지벨은 이 과정에서 기업별 커스터마이징 역량을 핵심 경쟁력으로 내세우고 있다. 기업마다 상담 절차와 고객 확인 방식, 내부 지식체계가 다른 만큼 범용 음성 모델만으로는 현장 도입에 한계가 있다는 판단에서다. 리우 대표는 "같은 보험사라도 보험금 청구 절차와 보장 범위는 회사마다 다르다"며 "기업별 지식 기반을 구축하고 상담 흐름을 세밀하게 조정하는 작업이 실제 도입의 핵심"이라고 말했다. 이러한 역량을 바탕으로 데이지벨은 올해 하반기 안으로 10~20곳의 기업 고객을 유치하겠다는 계획이다.
AI 상담에서 오류가 날 경우에는 어떻게 대응하느냐는 질문에 그는 "대규모언어모델(LLM)의 특성상 오류 가능성을 완전히 제거하기는 어려운 만큼, AI가 처리하기 어려운 상담은 사람에게 넘기고 모델이 허용된 범위를 벗어나지 않도록 관리하는 구조가 중요하다"고 답했다. 실제 데이지벨은 상담원 전환 체계와 모델 가드레일, 기업별 지식베이스, 후학습 체계를 적용해 실제 상담 과정에서의 정확도를 높이고 있다.
리우 대표에게 앞으로의 목표를 물었다. 그러자 그는 "데이지벨의 목표는 범용 AI 기업과 정면 경쟁하는 것이 아니라 아시아 기업 현장에서 실제로 작동하는 음성 AI 인프라를 구축하는 데 있다"며 "모든 사람에게 모든 것을 제공하는 회사라기 보다는 일본어와 한국어, 광둥어처럼 충분히 서비스되지 못한 언어와 시장에서 고객이 실제로 필요로 하는 문제를 해결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