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빠다'에 눈 휘둥그레 "푸틴 만세" 외쳤다가...北수재민 끌려갔다

김혜선 기자I 2024.08.25 11:20:20


[이데일리 김혜선 기자] 러시아의 수해 구호 물품을 받은 북한 수해민이 “푸틴 만세”라고 발언했다가 국가보위부에 끌려가는 사건이 있었다고 미국 자유아시아방송(RFA)이 지난 23일(현지시각) 보도했다.

지난 8~9일 평안북도 의주군 수해 현장을 찾은 김정은 노동당 총비서. (사진=노동신문/뉴스1)
RFA에 따르면, 최근 러시아는 대규모 수해 피해를 입은 북한에 식량과 버터, 식용유, 설탕 등 구호 물자를 보냈다. 구호 물자는 북한 라선시 두만강역을 통해 들어와 지역에 공급됐고, 국가보위부는 주민 동향 단속에 나섰다.

평안북도의 한 소식통은 RFA에 “의주군 수재민들에게 한 달 분 가족 식량으로 쌀과 밀가루가(4인 가족 기준 약 50~60kg) 공급됐다”며 “지난 10일부터 이틀간 러시아 하산과 연결된 라선시의 두만강역을 통해 기차 빵통(화물칸)으로 들어와 다시 기차로 각 수해 지역으로 운송돼 의주 수해민들도 공급받은 것이라고 철도 간부에게 들었다”고 전했다.

이 소식통은 “‘8.15명절 물자’로 한 세대 당 콩기름 1kg과 빠다(버터) 200g씩 공급했다”며 “이 특별공급 물자 역시 러시아에서 들어왔다는 말이 간부들을 통해 주민들 속으로 퍼졌다”고 부연했다. 그런데 한 40대 여성 수해민이 공급품임 버터를 보고 임시 숙소 천막 안에서 “푸틴 만세다”라고 외쳤다고 한다. 소식통은 “이것이 적발돼 의주군 보위부로 끌려갔다”며 “이 여성은 보위부에서 비판서를 쓰고 하루 만에 나왔지만, 수해민들은 당국이 임시 숙소 안에 주민들을 감시하는 스파이를 심어 놨다며 불편한 기색을 드러내고 있다”고 전했다.

북한 주민은 버터가 서양에서 빵에 발라 먹는 음식인 것을 알고 있지만, 극소수의 부유층을 제외하고는 한 번도 접하지 못한 음식이라고 RFA는 설명했다. 북한에 버터가 공급 물자로 나온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또다른 소식통 역시 북한 주민들이 보급품으로 버터가 나온 것에 대해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가 아닌 러시아에 고마움을 느끼고 있다고 전했다. 소식통은 “나눠주는 밀가루 지대(포장마대, 자루)에 러시아 글자가 써있어서 수해민들은 해당 물자가 러시아에서 온 것으로 알았다”며 “수해민들이 이번 지원에 특별히 고마운 감정이 드는 것은 외국 영화나 드라마에서만 보던 ‘빠다(버터)’를 자녀들에게 먹일 수 있게 된 게 최고 존엄의 사랑이 아니라 러시아 덕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 소식통 역시 “보위부가 수재민들의 임시 숙소인 천막마다 심어놓은 스파이를 통해 ‘뿌찐(푸틴) 만세’라고 말을 한 여성을 색출해 보위부로 끌고가 ‘사상 검토 비판서’를 쓰게 하고 ‘다시 그런 말을 하지 않겠다’고 다짐하게 했다는 소식이 수해민들이 밀집되어 있는 천막 숙소에 널리 퍼졌다”며 “주민들 속에서는 러시아 지원 물자 덕분에 숨통이 트이는데 ‘뿌찐 만세’라고 한 게 무슨 죄냐는 말들이 나온다”고 덧붙였다.

한편, 북한 수해민은 중국에서 수입한 야외용 천막으로 세운 임시 숙소에서 머무르고 있다. 각 천막에 2~3세대 6~9명이 지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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