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부터 3% 수준을 이어왔던 CP 91일물 금리는 지난달 31일 4.31%로 올라선 뒤 쭉 이를 유지하고 있다. 지난 9월 4%대로 올라선 뒤 단 한 번도 3%대로 내려오지 못했다. 올해 초 레고랜드 사태 영향으로 시장 불확실성이 컸던 당시 최고치인 5.18%에 아직 미치지 못하지만 차근히 우상향 기조를 이어가고 있다.
한 증권사 IB부서 관계자는 “AA급 이상 우량채는 민간채권평가사 평가금리 이상에서도 수요를 충분히 채우고 있지만 A급 비우량채는 이조차도 쉽지 않은 분위기”라면서 “이들 기업 중 대부분은 공모 회사채 시장보다 사모채, CP, 은행 대출 등의 방법을 활용해 연말을 우선적으로 넘기려 하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지난달부터 회사채 발행 시장 분위기는 차분해졌다. LG유플러스(032640)는 미국 국고채 금리가 고공행진을 이어가면서 발행 계획을 당초보다 한 달 미뤘다. 한 차례 미룬 뒤 진행한 지난달 수요예측에서 모집 수요는 모두 채웠지만 2년물을 민평사 평가금리 이하에서 발행하는데 실패하기도 했다. 이밖에 지난달 다우기술, 에코프로비엠 등이 회사채 발행을 추진하다 취소했다.
고금리가 이어지면서 공모 회사채 시장에 나서기 어려운 기업들은 CP 등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최근 효성화학(298000)은 3개월 만기 CP를 7%대 금리에 발행했다. 효성화학은 지난 1월 연초효과가 한창일 당시에도 수요예측에서 수요 ‘0’을 기록하는 등 시장의 외면을 받은 아픈 경험이 있다. 따라서 아예 공모채 발행이 아닌 CP로 자금 조달에 나서고 있는 것이다. SK온 역시 공모채 시장에서 일부 미매각을 기록한 뒤 CP 발행으로 투자자금을 확보 중이다.
김은기 삼성증권 수석 연구원은 “금리 수준이 아직 높은 상황에서 회사채를 발행하면 조달 비용이 부담스러우니 만기가 짧은 CP나 은행 대출로 상당수 옮겨가는 모습”이라면서 “일단 단기로 자금을 빌리고 금리가 낮아질 때 회사채로 다시 장기 자금을 조달하겠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금리 인하에 대한 기대감이 시장에 크기 때문에 이를 노린 전략이라는 설명이다. 따라서 일각에서는 이에 따른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예상보다 금리가 빨리 하락하지 않는다면 기업 입장에서는 부담 요인이 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일단 단기로 조달해두면 추후 다시 장기 조달에 나서야하는 부담이 있다”면서 “금리가 기대보다 빠르게 내려가지 않으면 버티기 쉽지 않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