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플레 파이터되라" 윤석열에 주문한 이코노미스트

최훈길 기자I 2022.03.26 19:39:57

김형태 이코노미스트, 인수위 워크숍서 8대 제언
①인플레 잡아야 ②국가부채, 가계부채 챙겨라
③삼성-TSMC 격차 줄여라 ④中 의존경제 안돼
⑤국방비 증액 필요 ⑥금융·빅테크 분쟁 풀라
⑦MSCI 편입하라 ⑧한미통화스와프 체결하라

[이데일리 최훈길 기자] “성장을 못하면 국민이 용서하지만, 인플레이션을 못 잡으면 국민이 용서를 못합니다. 이런 걸 신경 써야겠습니다.”

김형태 김앤장 수석 이코노미스트. (사진=김앤장)


김형태 김앤장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26일 서울 마포구 서울창업허브 콘퍼런스홀에서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워크숍에서 이같이 말했다. 그는 국제통화기금(IMF), 세계은행, 자본시장연구원장 등을 거친 경제 전문가다. 이날 워크숍은 차기정부 국정과제 등에 대한 의견을 교환하는 취지로 마련됐다. 인수위 멤버(총 184명) 전원을 대상으로 한 워크숍은 이번이 처음이다.

◇“인플레 이기는 정부 없다”

김 이코노미스트가 윤 당선인에게 ‘인플레이션 파이터’ 역할을 주문한 것은 미국 연방준비제도의 금리인상, 한국은행 총재 인선과 맞물려 주목된다. 미 연준은 올해 기준금리를 7회 인상하기로 하는 등 ‘긴축 신호탄’을 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등으로 물가 고공행진이 우려되기 때문이다.

오는 31일 물러나는 이주열 한은 총재의 후임으로 지명된 이창용 국제통화기금(IMF) 아시아태평양 국장도 금리 인상에 나설 전망이다. 이 후보자는 최근 인터뷰에서 “가계 부채 문제도 금리인상을 통해 조정해야 한다”며 금리 인상 가능성을 내비쳤다.

이에 김 이코노미스트도 “(정권을 무너뜨린) ‘아랍의 봄’도 식료품 값 등 물가가 올라간 게 원인이 됐다”며 “인플레이션이 무서운 것은 인플레이션을 이기는 정부는 없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바이든 정부도 중간선거에 진다고 생각하는 이유는 인플레이션 때문”이라며 선거에 미치는 인플레이션 위력도 강조했다.

김 이코노미스트는 인플레이션 이외에도 7가지 한국경제 리스크에 대한 제언도 했다. 우선, 그는 “정부부채, 가계부채를 합하면 우리가 결코 낮은 편이 아니다”고 우려했다.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우리나라 부채는 1985조3000억원에 달한다. 이는 공무원연금·군인연금 관련 연금충당부채를 포함해 2020년 기준 재무제표상 국가부채다. 한은에 따르면 민간신용(민간부채)은 작년 말 4540조원으로 사상 최대치였다.

이어 김 이코노미스트는 “대만 TSMC가 삼성전자 시가총액을 2020년부터 추월하기 시작했고 격차가 더 벌어지고 있다”며 “미국 입장에선 옛날엔 삼성전자가 없으면 미국이 힘들 것이라 생각했는데 이제는 굳이 삼성 없어더라도 유지할 수 있다는 것”이라고 우려했다. TSMC 시총은 700조원을 넘어섰는데 삼성전자 시총은 416조원(3월25일 장종료 기준)이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26일 서울 마포구 서울창업허브 콘퍼런스홀에서 열린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워크숍에 참석해 강연을 듣고 있다. (사진=당선인 대변인실)
◇“한미 통화 스와프 체결해야”

김 이코노미스트는 ‘중국 경제에 의존하는 한국경제’ 상황도 우려했다. 그는 “중국으로의 수출 비중이 우리나라 전체 수출에서 23% 정도인데 외환·주식 시장 의존도는 훨씬 높다”며 “글로벌 인베스트먼트에선 ‘한국이 중국의 동북 4성 중 하나가 아니냐’는 말까지 나온다”고 지적했다. 그는 “새 정부는 중국 경제에 많이 귀속한 것을 해결하는데 힘을 기울였으면 한다”고 당부했다.

아울러 김 이코노미스트는 “(우크라이나 사태가) 일본이 공격용 군비를 확장할 수 있는 계기가 되고 그것을 미국이 용인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라며 국방비 관련 우려도 제기했다. 그는 “그동안 우리나라에서 제일 많이 늘어난 게 보건복지 예산이고, 사회간접자본(SOC)·국방 예산은 많이 줄었다”며 “신정부가 여러 가지 일을 하려면 (국방비 등의) 예산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김 이코노미스트는 “앞으로 5년간 한국의 가장 큰 분쟁은 금융그룹과 플랫폼 간 일어날 것”이라며 디지털 리스크도 거론했다. 그는 “네이버(035420), 카카오(035720)와 (KB·신한 등) 금융그룹 간에 어디까지가 뱅킹·증권·금융업인지를 놓고 논란이 벌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기존 금융권과 빅테크 간 시장을 놓고 격돌하는 상황이 벌어질 것이란 전망이다.

김 이코노미스트는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선진국지수 편입 불발 문제도 우려했다. MSCI는 미국의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이 작성해 발표하는 글로벌 주가지수로 세계적인 펀드들의 투자 기준으로 활용되고 있다. 정부는 2008년부터 MSCI 선진국지수 편입에 도전했지만 성과를 내지 못했다. 그는 “MSCI에 편입되면 들어오는 돈 퀄리티가 달라진다”며 “외환보유고가 많아지는 것보다 더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끝으로 김 이코노미스트는 “얼마 전에 한미 통화 스와프가 없어졌는데 이는 국가안보 못지 않게 중요한 것”이라며 체결 필요성을 제기했다. 한미 통화스와프는 지난달 31일로 종료됐다. 통화스와프는 서로 다른 통화(화폐)를 사전에 약정된 환율에 따라 교환(swap)하는 외환 거래다. 외환 추가 확보와 함께 국제사회의 우려도 덜 수 있어 ‘외화 안전판’으로 불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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