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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주 기업 국순당도 ‘2010 다보스포럼 건배주’로 사용된 국순당 생막걸리를 비롯해 떠먹는 막걸리인 이화주, 막걸리에 유산균을 더한 1000억 유산균 막걸리 등을 내놓으며 급변하는 주류 시장에 대응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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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축구장 65개 크기로 1년에 막걸리 3억병 생산
국순당의 전진 기지 역할을 하는 곳은 강원도 횡성에 위치한 횡성 양조장이다. 국순당의 사세가 커지면서 수원 양조장의 생산능력이 한계에 다다르자 2004년 지금의 자리를 양조장을 옮겼다. 해발고도 500m 남짓한 언덕 위에 위치한 양조장 옆으로는 맑은 술이 물로 변했다는 유래를 지닌 주천강(酒泉江)이 흐르고 있다. 국순당은 주천강 인근 지하 340m에서 뽑아낸 청정수로 술을 빚고 있다.
지난 14일 방문한 국순당 횡성 양조장은 일반적으로 상상하는 전통 양조장과는 다른 모습이었다. 양조장 밖 공원으로 조성된 공간에 늘어선 술독이 없었다면 이 장소가 술을 제조하는 곳이라고 짐작하기 어려울 정도였다. 그 술독마저도 실제로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관람객에게 양조장 느낌을 전달하기 위해 꾸며놓은 장식품이었다.
주정 제조에 사용할 쌀과 술을 담을 빈병들을 10t 트럭이 축구장 65개에 달하는 14만4367㎡(약4만3700평) 규모의 양조장 건물로 실어 날랐다. 술은 4만ℓ 용량의 대형 탱크에서 발효됐고, 발효 공정도 컴퓨터 시스템이 체계적으로 관리하고 있었다. 전통적인 제작 방식은 고수하되 사림이 하던 일을 기계가 대체하고 생산, 저장 시설 용량은 크게 늘린 것이 현재 국순당 횡성 양조장의 모습이었다.
이곳에선 국순당의 대표 약주인 백세주부터 유산균 막걸리까지 8가지 종류의 69개 품목 전통주를 생산하고 있다. 횡성 양조장에서 생산된 전통주는 우리나라를 비롯해 세계 50여개국에서 판매되고 있다. 1년에 이곳에서 생산할 수 있는 술의 양은 연간 21만6000㎘. 해마다 750㎖ 일반 페트 막걸리 기준 약 2억병을 생산할 수 있다.
양조장은 크게 양조파트와 제조파트로 구분한다. 양조파트에선 원재료를 분해하고 발효해 술을 만드는 과정이 이뤄진다. 양조파트는 다시 양조 순서인 △저장 △담금(원재료인 쌀을 세척 및 분쇄) △발효 △저온저장 △제정(술 원액에 첨가물 등을 추가)에 따라 공간이 나뉜다. 이 과정을 거쳐 만들어진 술은 제조파트로 넘겨져 각기 다른 처리방법을 거쳐 병에 주입해 상품으로 탄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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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특허 기술 다수 보유… 생막걸리 美 수출 쾌거도
전통주에서 가장 중요한 과정은 발효로 꼽힌다. 분쇄된 쌀이 불쾌한 악취를 풍기다 발효를 거쳐 향긋하고 시큼한 술로 거듭난다. 사실상 술의 맛과 도수를 결정짓는 과정이다. 일반적으로 막걸리는 발효를 보다 쉽게 하기 위해 쌀을 쪄 고두밥을 만드는 과정을 거친다. 하지만 횡성 양조장에선 옛 전통주 제조방법을 복원해 특허를 받은 ‘생쌀발효법’으로 고두밥을 짓는 과정을 생략하고 있다.
실제로 담금실에서 세척 및 분쇄한 쌀은 파이프를 타고 발효실로 직행했다. 허준원 국순당 생산본부 품질보증팀 팀장은 “국순당이 자체적으로 개발한 누룩은 일반 생쌀도 발효를 시킬 수 있을 정도로 강력하다”라면서 “고두밥을 만드는데 대량의 열 에너지가 필요한데, 이걸 건너뛴단 점에서 탄소량 배출량은 물론 비용과 시간도 크게 줄였다”라고 설명했다.
반면 생막걸리를 생산하는 유통하는 과정에서 발효는 골칫거리 중 하나다. 발효 과정에선 뜨거운 열과 함께 대량의 이산화탄소가 발생한다. 실제로 4만ℓ 용량의 발효 탱크 20여대가 모여있는 발효실에 들어갔을 때엔 술냄새와 높은 이산화탄소 농도로 살짝 어지러움이 느껴질 정도였다. 발효제어실에 산소농도를 관리하라는 경고 문구가 적혀있을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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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순당은 막걸리 발효제어기술로 이 문제를 극복했다. 특허받은 ‘발효제어 기술’을 이용해 효모가 일정 시간까지만 살아있을 수 있도록 해 내부 이산화탄소 증가량을 조절할 수 있다. 이에 따라 국순당은 경쟁사와 달리 완전 밀폐된 뚜껑을 사용한다. 박선영 국순당 생산본부 본부장은 “특허 기술과 함께 완전 밀폐캡을 사용함으로써 생막걸리 유통기한을 30일 이상으로 확보했고 미국 수출도 가능해졌다”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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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막걸리 검수’ 달인이 마지막까지 제품 점검
국순당은 양조장 입성에 앞서 철저한 위생 점검을 진행한다. 방문자는 반드시 일회용 위생모와 위생복, 덧신을 착용해야 했고 강력한 흡입기로 머리부터 발끝까지 훑어 먼지를 제거했다. 손 세척대도 의사들이 사용하는 것처럼 발로 버튼을 눌로 작동하도록 했다. 이후 최대 3인까지 입실할 수 있는 공기 샤워기를 거쳐 비로소 양조장 시설 안으로 들어설 수 있었다. 직원들도 이 과정을 거쳐야 양조장에 들어갈 수 있다.
완성된 술 또한 밀폐된 R·F·C실에서 포장한다. 병을 고온으로 세척(Rinser)해 술을 병에 담고(Filling), 뚜껑을 막는(Capping) 과정을 진행한다. 술을 주입하고 뚜껑을 막는 과정에서 이물질이 들어가는 것을 막기 위해 R·F·C은 라인을 따라 병과 병뚜껑이 들어갈 수 있는 공간을 제외하곤 사람이 접근할 수 없도록 투명 플라스틱 벽으로 감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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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안 검사는 전문가가 자동 검사기가 잡아내지 못한 제품 내 이물질 확인에 초점을 맞춘다. 실제로 육안 검사 전문가들은 패키지가 찌그러졌거나 뚜껑이 제대로 닫히지 않는 제품을 즉석에서 걸러내고 있었다. 국순당 관게자는 “전문성을 우려할 수 있겠지만, 대부분 오랜 경력과 연습을 거친 전문가들”이라면서 “10년 경력의 한 검수 직원은 ‘막걸리 검수 달인’으로 방송에 소개되기도 했다”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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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횡성 양조장, 우리 술 체험 문화장으로 거듭나
국순당 횡성 양조장에서는 우리 술 체험 공간 ‘주향로’를 운영하고 있다. 신라 귀족들의 술자리 놀이기구인 주령구 모형과 조선시대 술병부터 50여년전 막걸리 병, 누룩 틀 등 술을 빚던 옛 도구 등이 전시됐다. 또 작은 인형을 이용해 우리의 전통 음주 문화를 소개하고 있다.
과거 각 지역에서 생산된 전통주를 소개하는 전통주 지도도 벽 한 켠에 자리잡고 있다. 해당 지도는 우리나라 가양주 문화를 소개하고 각 지역의 전통주 및 이에 어울리는 안주를 소개하고 있다. 국순당이 2008년도부터 ‘우리술 복원사업’도 알리고 있다. 국순당은 지금까지 25개의 전통주를 복원하고 그 중 △송절주 △자주 △사시통음주 △청감주 △이화주는 제품으로 판매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국순당의 역대 모델과 출시한 술은 물론 건국 이후 우리나라 주류 기업들이 사용했던 술병, 캔을 전시해 우리나라 주류사를 알아볼 수 있도록 했다. 현재는 코로나19로 운영을 잠정 중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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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순당은 앞으로도 직원들이 주류 기업이 아닌 문화 기업에 다닌다는 자부심을 갖고 전통주 생산과 재해석에 박차를 가한단 설명이다. 박 본부장은 “연구원들은 항상 전통을 배우는 자세로 전통주를 재해석해 차별화된 가치를 만든다는 강한 자부심이 있다”라면서 “새로운 제품을 꾸준히 개발하는 것은 물론 자사 주요 제품인 국순당 생막걸리 또한 상반기 안에 리뉴얼하는 등 개선을 지속할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