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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현 과학칼럼]혈액형보다 정확한 MBTI, 믿어도 될까?

김지완 기자I 2021.05.01 12:23:28

4편 MBTI 검사, 과학적인가. 심리학인가.
통계적으로 사람 16가지 분류...각각 특성 기술
"애초 사람 성격 유형 나눈다는 것 불가능"
박종현 과학커뮤니케이터

과학지식을 그저 알기만 하고, 실생활에 사용해보지 못한다면 너무 아깝지 않은가. 본 칼럼을 통해서, 과학지식을 우리가 어떻게 실생활에 편리하게 적용할 수 있는지 알려주고자 한다.

박종현 과학커뮤니케이터는 ‘생명과학을 쉽게 쓰려고 노력했습니다’, ‘과학을 쉽게 썼는데 무슨 문제라도 있나요’ 등의 과학교양서를 저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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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현 과학커뮤니케이터] 요즘 MBTI 성격 유형 검사가 인기다. 처음 만난 사람에게 본인의 성격 유형을 이야기하며 자기를 소개하는 건 이제 일상이 됐다. 인터넷에서도 MBTI 성격유형별 카페나 커뮤니티를 쉽게 찾아볼 수 있고, 같은 성격 유형들끼리 모여 고민을 나누거나 조언을 구하기도 한다.

MBTI 성격 유형 검사가 왜 이렇게까지 인기가 많은 걸까? 아마 남들과는 다른 본인만의 개성과 특징을 확인시켜주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타인과 나 자신을 서로 다른 특별한 존재로 구분해 주면서도 특정한 유형에 소속되어 사회 안에서 정체성을 갖추게 되는 것이다.

박종현 과학커뮤니케이터


사람들은 한때 이런 욕구를 해소하기 위해 혈액형 성격설에 의존했다. 그런데 이제 혈액형 성격설이 유사과학이라는 사실이 널리 알려졌으니 혈액형 성격설보다 훨씬 근거 있어(?) 보이는 MBTI 성격 유형 검사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한 것이다. MBTI 성격 유형별로 어느 정도 유의미한 상관관계를 보이는 건 사실이기 때문이다.

그럼 MBTI 성격 유형 검사는 얼마나 신뢰도 있는 검사일까? 요즘 MBTI 성격 유형 검사에 대한 사람들의 시선을 보면 대부분 절대적으로 신뢰하고 있는 듯하다. 그런데 아쉽게도 현대 심리학에서는 MBTI 성격 유형 검사를 전혀 인정하지 않는다.

평소에 MBTI에 크나큰 관심을 가지는 독자분들에게 청천벽력 같은 소식일 것이다. 왜일까? 몇 가지 이유가 있다. 가장 큰 이유는 MBTI 성격 유형 검사가 실험이나 과학적 근거에 의해 만들어진 게 아니기 때문이다.

단순히 통계적으로 사람들을 16가지로 분류하고 각각의 대표적인 특성을 기술한 것이다. 애초에 근거도 없고 그냥 통계로 만들어진 거니까 과학자들이나 심리학자들은 MBTI 성격 유형 검사가 틀렸다고 반박조차 할 수 없습니다. 반박할 근거조차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런 문제가 생긴 이유는 MBTI 성격 유형 검사가 만들어졌을 때가 심리학이 과학의 범주에 포함되기 이전이었기 때문이다. 심지어는 MBTI 성격 유형 검사를 만든 마이어스와 브릭스도 정식으로 심리학을 공부했던 학자가 아니었다. 그냥 검사를 만들기 위한 기법과 각종 통계 분석 기술을 배워서 칼 융의 심리유형 이론을 바탕으로 성격 유형 검사를 만들었을 뿐이다.

이런 이유로 현재 MBTI 성격 유형 검사는 인기와는 별개로 심리학자들에게 비판받고 있다. 무엇보다 가장 큰 문제는 성격 유형이 외향성 아니면 내향성, 감정형 아니면 사고형처럼 2가지 중 하나로만 결정된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서 MBTI 성격 유형 검사에서는 판단을 내릴 때 사람들과의 관계와 감정에 초점을 맞추는 사람은 감정형(F)으로, 원리원칙에 초점을 맞추는 사고형(T)으로 분류한다. 하지만 감정형과 사고형 둘 중 하나로 단정 지어 버리는 게 과연 옳을까? 감정형의 비중이 좀 더 크지만, 적절히 사고형인 사람도 있을 거고, 감정형도 아니고 사고형도 아닌 중앙에 수렴하는 사람도 있을 텐데 검사 결과는 무조건 둘 중 하나다.

실제로 사람의 성격은 경계선을 나누기가 곤란할 정도로 연속적인 패턴을 보인다. 모든 사람들은 감정적이면서도 한편으로는 원리원칙적이다. 독자분들도 무언가 판단을 내릴 때 감정적으로 판단한 적도 있고, 원리원칙적으로 판단한 적도 있을 것이다.

이처럼 사람의 특성은 절대로 깔끔하게 둘로 나누어질 수 없다. 완전히 감정형이거나 완전히 사고형인 사람이 있다면 절대로 정상적인 사람이 아닐 것이다. 이런 이유로 사람의 성격 유형을 나눈다는 거는 애초에 불가능하다.

막상 나누자니 어디를 경계선으로 둬야 할지 결정하기 어렵고, 여차저차해서 경계선을 만들어도 경계선에 근접한 사람은 어떻게 또 따로 분류해야 할지 애매한 것이다. 사람은 너무나도 복잡한 사고와 감정을 가지고 있기에 어쩔 수 없다.

그래서 현대 심리학자들은 사람의 성격을 유형별로 나누는 것에 큰 한계가 있다고 지적하고 있습니다. 심리상담을 할 때도 환자의 성격 유형을 파악하는 경우는 절대 없다. 환자의 상황이나 상태를 파악하는 게 우선이다. 실제로 정신상담을 받을 때 성격 유형 검사를 한다는 얘기는 못 들었을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MBTI 성격 유형 검사를 어떻게 바라보아야 할까? 부담 없이 가볍게 자기 자신에 대해 알아보기에 딱 좋은 검사 정도로만 생각하면 좋을 것이라 사료된다. 그렇게까지 맹신하지는 말고, 대강 파악한다는 느낌으로 검사 결과를 고찰한다면 충분히 도움이 될 것이다.

무엇보다도 사람은 오직 16가지 유형만으로 나뉠 만큼 단순한 존재가 아니다. 이 사실을 잘 명심하고 자기 자신의 성격이나 진로를 한정 지어 버리거나 다른 사람의 성격을 MBTI 성격 유형 검사 하나만으로 섣불리 판단하지만 않는다면 적당히 즐겼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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