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일경의 바이오 돋보기]주총 마무리·달라진 분위기…사법 리스크에도 ‘정면돌파’

박일경 기자I 2020.03.28 10:30:00

삼성바이오, 김태한 사장 재선임
코오롱, 이우석 ‘각자 대표’ 전환
메디톡스, 정현호 창업주 재신임
“2년 이상 법정투쟁…장기戰 전망”

[이데일리 박일경 기자] 주요 기업 정기 주주총회가 마무리된 가운데 사법 리스크를 대하는 재계 분위기도 예전과 많이 달라졌다. 삼성바이오로직스(207940)를 비롯해 코오롱생명과학(102940)메디톡스(086900) 등 최고경영자(CEO)가 검찰 수사를 받고 있거나 재판 중인 회사들이 예외 없이 논쟁의 중심에 서 있는 현직 CEO를 재신임했다.

지난 20일 인천글로벌캠퍼스 공연장에서 실시된 삼성바이오로직스 제9기 정기 주주총회가 주주 512명이 출석한 가운데 오전 9시 시작해 30분 만에 종료됐다. 삼성바이오 주주총회장 입장에 앞서 참석자를 대상으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방지에 대비한 사전 온도측정이 이뤄지고 있다. (사진=삼성바이오로직스)


제약·바이오업계에서 가장 먼저 사법 리스크 `정면 돌파` 의지를 보인 곳은 삼성바이오다. 삼성바이오는 지난 20일 정기주총을 개최하고 김태한 대표이사 사장을 재선임했다. 2011년 창립 멤버로 10년째 삼성바이오를 이끌어온 선장에게 연임 임기 동안 ‘분식회계’ 사태를 해결하는 데 힘을 실어줬다.

이어 24일에는 코오롱생명과학이 정기주총에서 이우석 단독 대표를 이우석·박문희 공동 대표로 변경했다. 박 신임 대표는 ㈜코오롱(002020) 인사실장(전무)을 역임했으며 올해 1월부터 코오롱생명과학 최고운영책임자(COO)로 근무하고 있다. 이 대표는 지난 2월 골관절염 유전자 치료제 ‘인보사 케이주’ 성분 논란으로 검찰에 의해 구속 수감됐다. 업무 수행이 불가능해진 이 대표를 해임하는 대신 각자 대표 체제로 전환해 의사결정 공백을 메우는 조치를 취했다.

메디톡스 역시 27일 정기주총을 열고 정현호 현(現) 대표이사를 재차 선임했다. 정 대표는 검찰 수사를 받고 있지만 주주들은 이날 안건으로 상정된 `사내이사 정현호 선임의 건`을 원안대로 통과시켰다. 정 대표는 보툴리눔 톡신 제제 ‘메디톡신’ 원액 성분과 약효 실험 결과를 조작해 국가 출하 승인을 획득했다는 의심을 사고 있다. 지난 24일 청주지검은 정 대표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으나 26일로 예정됐던 청주지법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이 연기된 상태다.

‘인보사 케이주(인보사)’ 제품. (사진=코오롱생명과학)


◇ ‘슈퍼 甲’ 식약처 vs ‘사즉생(死卽生)’ 코오롱…결말은

산업계에선 이례적인 현상으로 평가한다. 대표적인 사례로 `코오롱 인보사`가 꼽힌다. 사실 주무부처인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제약·바이오업계에 있어 ‘슈퍼 갑(甲)’의 위치에 있다. 식약처 처분에 불복해 취소소송을 제기한 업체는 거의 전무하다. 공정거래법상 불공정 거래행위로 과징금 및 시정명령을 받은 기업들이 공정거래위원회를 대상으로 행정소송을 다수 내는 것과 상반돼 있다.

한국제약바이오협회가 지난달 18일 2020년도 제1차 이사회에서 식약처 초대 차장 출신 장병원 부회장을 임명하자 업계와 식약처 간 원활한 소통을 위한 인선이란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때문에 코오롱생명과학이 인보사 품목 허가를 취소한 식약처 결정에 반발해 법률적인 시시비비를 가리자고 나선 일은 극히 드문 대응이라는 견해가 많다. 법조계 관계자는 “코오롱이 인보사 문제를 여기서 밀려나면 끝이란 배수진을 치고 사활을 건 법정 투쟁을 벌이고 있다”고 말했다.

(그래픽=이데일리 이동훈 기자)


2006년 최초 국산 보툴리눔 톡신 A형 제제, 이른바 보톡스 제품으로 품목 허가를 받은 뒤 출시 10여년 만에 국내 보톡스 시장 점유율 40%를 넘어서며 업계 1위로 올라선 메디톡스를 향한 검찰 수사는 식약처에 의해 시작됐다. 지난해 5월 메디톡스 전 직원은 공익대리 변호사를 통해 `메디톡스의 메디톡신 제조와 품질 자료 조작` 의혹 등을 국민권익위원회에 신고했다. 식약처는 권익위 신고와 관련해 약사 감시를 진행한 후 청주지검에 수사를 의뢰했다.

메디톡신®주 50단위. (사진=메디톡스)


◇ 창과 방패의 대결…“예단은 금물”

삼성바이오 고의 회계부정 사건은 서울중앙지검 경제범죄형사부(부장검사 이복현)가 담당하고 있다. 지난 1월 특수 수사 기능을 4곳에서 2개만 남기는 ‘반 토막’ 중앙지검 직제 개편에도 기존 특수4부가 맡아왔던 삼성바이오 수사팀은 그대로 유지되고 있다.

검찰은 지난 19일 최치훈 삼성물산 이사회 의장을 소환 조사했다. 지난달 11일 첫 조사 이후 한 달여 만이다. 앞서 검찰은 지난달 최지성 전 삼성 미래전략실장, 장충기 전 미래전략실 차장, 김종중 전 미전실 전략1팀장, 김신 전 삼성물산 대표 등 삼성 전·현직 고위 임원을 줄줄이 불러 추궁했다.

(그래픽=이데일리 이동훈 기자)


작년 5월과 7월 두 차례에 걸쳐 검찰은 김 대표의 구속영장을 청구했지만 모두 기각됐다. 하지만 이복현(사법연수원 32기) 경제범죄형사부장은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을 상대로 세 차례나 영장을 청구한 끝에 구속시킨 장본인이다. 원세훈 전 국가정보원장, 박영수 특별검사팀의 ‘최순실 국정농단’ 수사에 이어 우 전 수석의 민간인 사찰까지 이명박·박근혜 정부 적폐청산 수사에 전부 참여했다. 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한 이 부장은 1998년 공인회계사 시험에도 합격했다. 경제·회계전문가의 수사부장 발탁과 사건 배당은 삼성바이오 분식회계 규명을 염두에 둔 인사로 풀이된다.

업계 한 관계자는 “제2 황우석 케이스로 결론 내려질 경우 바이오산업 전체가 위축될 수 있다”고 우려하면서 “연루된 회사 및 임·직원들이 검찰 수사 단계를 넘어 1·2심 법원 재판과 3심 대법원 상고까지 다툴 것”이라고 예상했다. 최소 2년 이상 소요되는 장기전이 치러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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