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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용익의 록코노믹스]오지 할아버지의 마지막 콘서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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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용익 기자I 2019.02.16 09:09:09
[이데일리 피용익 기자] 록 스타도 우리와 똑같이 경제 활동을 하는 사람들이다. 젊은 시절에 밤낮을 잊고 일하며 돈을 벌다가 나이가 들면 은퇴해 가족과 함께 노후를 보낸다.

그런데 최근에는 60~70대 고령의 나이에도 공연을 통한 경제 활동을 하는 뮤지션들이 많다. 디지털 스트리밍 음원 탓에 과거에 비해 음반 판매와 로열티 수입이 줄면서 나타난 현상이다.

문제는 고령 로커들의 건강이다. 젊은 시절 음악 활동을 도와주던 술, 담배, 마약, 섹스는 노년에 이르러 이들의 건강을 위협하고 있다. 심지어 한 연구에 따르면 록 뮤지션들은 같은 나이의 일반인들에 비해 사망할 확률이 1.7배 높다고 한다.

나이가 든 이후 술 대신 차를 마시고, 섹스 대신 요가를 하며, 심지어 과거의 무절제한 삶을 반성이라도 하듯 교회에 다니는 로커들도 있지만, 이미 늦을대로 늦은 후인 경우가 많다.

노구를 이끌고 몇 달 동안 전 세계를 돌며 공연을 하다보니 종종 건강 상의 이유로 콘서트가 취소되는 경우도 생긴다. 이는 공연기획사의 손해로 고스란히 돌아온다. 이 때문에 미국에서는 뮤지션의 ‘노쇼(non-appearance)’에 대비한 보험 상품도 판매되고 있을 정도다.

지난 6일(현지시간)에는 헤비메탈 뮤지션 오지 오스본이 폐렴으로 의심되는 인플루엔자 합병증 진단을 받고 입원하면서 유럽 공연 일정을 취소했다. 그는 중환자실에서 산소호흡기에 의지해야 할 정도로 병세가 심각했으나, 12일부터 일반병동으로 옮겨 자가호흡을 하며 회복 중이라고 한다.

아직까지 안심할 수는 없다. 만 70세인 오스본은 지난달에도 상기도 감염증으로 인해 공연을 취소했다. 지난해 10월에는 손가락 두 군데가 포도상구균에 감염돼 수술을 받았다. 무대에서 박쥐 머리를 물어뜯을 정도로 혈기왕성하던 ‘어둠의 왕자’는 이제 병들고 허약한 할아버지가 됐다.

오스본이 지난 2017년 11월 ‘노 모어 투어스(No More Tours) 2’라는 이름의 투어 계획을 발표하자 일각에선 그가 ‘마지막’을 내세워 팬들의 돈을 뜯어내려고 한다고 비난했다. 실제로 오스본은 1992년에도 ‘노 모어 투어스’ 이후 더 이상 순회공연이 없다고 해놓고 번복한 바 있다. 물론 당시와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 1992년에 마지막 투어 계획을 발표한 것은 그가 다발성 경화증에 걸렸다는 진단 때문이었는데, 얼마 후 오진으로 판명됐다.

오스본은 지난해 12월 한 인터뷰에서 ‘노 모어 투어스 2’가 끝난 뒤에도 투어를 계속하겠다는 뜻을 밝히기도 했다. 그는 “투어 제목 때문에 오해가 있다. 고별 투어가 아니라 속도를 조금 줄이겠다는 것”이라며 “나는 계속해서 투어를 하겠지만, 지난 50년 간 해온 것처럼 집중적으로 하진 않는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나에겐 손주도 있고, 내 나이는 70살이다. 어딘가의 호텔에서 죽은 채로 발견되긴 싫다”며 “앞으로는 느긋한 속도로 투어를 하고, 라스베이거스에서도 공연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정초부터 전해진 오스본의 입원 소식을 계기로 이번 투어가 정말 마지막이 될지도 모른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오스본은 오는 3월 호주와 일본 공연을 통해 투어를 재개할 계획이지만, 최근 입원이 잦아지면서 투어를 예정대로 진행하기 어렵지 않겠느냐는 우려가 제기된다. 한국 팬들 입장에선 지난 2014년 8월에 있었던 ‘현대카드 시티 브레이크’ 무대가 오스본을 접한 마지막 공연이 될 가능성도 있다.

지난 몇 년 동안 우리는 많은 뮤지션들을 떠나보냈다. 은퇴한 아티스트들도 있었고, 세상을 떠난 음악인들도 있었다. 현재 오지 오스본 외에도 밥 시거, 엘튼 존, 키스 등 많은 록 뮤지션과 밴드가 마지막 투어를 하고 있다. 록 음악의 역사를 장식한 이들의 은퇴 소식은 아쉬움을 넘어 슬픈 감정마저 느끼게 만든다.

한편에선 신곡도 없이 과거의 히트곡으로 우려먹기를 한다는 비판도 제기한다. 은퇴를 번복하고 곧 다시 등장할 것이란 의혹도 있는 게 사실이다. 하지만 이들의 나이를 고려하면, 그리고 데이빗 보위, 톰 페티, 프린스가 예고없이 세상을 떠난 점을 생각해보면, 고령 록 스타의 마지막 콘서트는 관람할 만한 가치가 있어 보인다.

오지 오스본이 2018년 10월 손가락 수술 후 아이스크림을 먹고 있다. (사진=오지 오스본 인스타그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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