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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던에서 온 편지-안갯 속 금융업]①중동·신흥 아시아 구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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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정선 기자I 2018.02.05 08:27:47
영국 런던 대표 금융지역인 시티 지역(사진=이민정)
[런던=이데일리 이민정 통신원] 영국이 지난 2016년 6월 유럽연합(EU) 탈퇴(Brexit)를 결정하고 난 이후 가장 관심과 우려를 받는 분야 가운데 하나가 바로 영국 금융산업입니다. 영국이 2019년 3월 유럽연합을 탈퇴하고 나서도 과연 런던이 국제 금융허브로서의 위상을 유지할 수 있을까라는 의문이 점차 커지고 있는 것이죠.

금융산업은 고부가가치 서비스산업입니다. 돈이 돈을 벌어들이는 곳이죠. 보험, 채권, 주식, 외환, 선물 옵션 등 금융파생상품 등의 거래 및 판매 수수료, 자산운용 수수료 등등 유형의 제품생산 없이도 각종 수수료 수입만으로도 금융산업이 벌어들이는 돈은 엄청납니다. 여기에 회계 및 법률자문 서비스 등 금융산업 연계 전문서비스까지 가세해 돈을 불립니다.

특히 금융산업 제도의 토대가 대부분 영국에서 만들어졌을 정도로 전통적 금융산업 강국인 영국의 금융 중심지인 런던 시티와 카나리워프 지역은 모든 최첨단 금융기술과 탄탄한 금융인프라, 영국 엘리트 인력이 집결된 곳입니다.

이들 지역에 가면 모건스탠리, 골드만삭스, 시티은행, 바클레이즈, USB, 소시에떼제네랄 등 전 세계 금융회사들의 유럽 본사가 즐비해 있습니다. 금융서비스산업은 영국 국내총생산(GDP)에서 약 12%를 차지하고 있으며 영국 내 다른 어떤 산업보다도 세금을 많이 내면서 영국 경제를 지지하고 있죠.

그런데 영국에 들어와 있는 이들 글로벌 금융기업들이 영국이 EU탈퇴로 회원국 지위를 상실할 것이 분명해지자 런던 사무실 몸집을 줄이고 독일 프랑크푸르트, 프랑스 파리 등 다른 유럽 지역으로 이동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습니다.

영국이 더이상 EU 회원국 간 저비용 금융거래 등이 보장되는 EU 단일 금융시장 접근권을 갖지 못하게 되면 다른 유럽지역보다 임대료가 몇 배나 비싼 런던을 근거지로 유럽을 상대로 한 금융사업을 할 이유가 없는 것이죠.

회계법인 언스트영(EY)이 브렉시트 국민투표 이후 추적 조사한 222개 글로벌 금융회사 가운데 31%가 지금까지 영국 내 사업을 줄이고 유럽 다른 지역으로 사무실이나 인력을 이동하는 것을 고려하거나 확정했다고 답했습니다.

앞서 EU 금융기관인 유럽은행감독청(EBA)도 브렉시트 이후 EU 회원국이 아닌 영국을 떠난다고 밝혔고요. 영국중앙은행(BOE)은 만약 영국과 EU가 금융서비스산업에 대한 상호 호혜적인 새로운 협약을 맺지 못할 경우 영국 금융산업이 향후 3~5년간 7만5000개의 일자리를 잃게 될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습니다.

런던 금융업계가 멀어지는 유럽 대신 새로운 돈벌이 지역으로 구애하는 곳이 중동과 신흥 아시아입니다. 특히 사우디아라비아와 중국에 엄청난 공을 들이고 있죠. 사우디는 현재 기업가치가 2조달러(약 2175조6000억원)에 달하는 국영석유기업 아람코 지분 5%를 해외시장에 상장할 계획을 세우고 있습니다. 사우디는 석유에 의존하는 경제구조를 다변화하기 위해 ‘비전2030’이라는 경제 개혁을 진행하고 있는데 이 계획의 일환으로 아람코 해외 증시 상장을 추진하고 있죠.

영국은 아람코가 런던 증시에 지분을 상장하도록 사우디에 적극적으로 구애를 펼치고 있습니다. 아람코가 뉴욕, 도쿄 등 다른 증권시장을 뿌리치고 런던 증시를 선택한다면 어마어마한 규모의 각종 거래 수수료와 자문료를 챙길수 있을 뿐만 아니라 런던이 국제 금융허브로서의 위상을 유지하는데도 도움이 되기 때문입니다.

당장 영국 재무부는 아람코에 20억 달러의 신용보증을 제공하고 영국 금융감독청은 런던증권거래소 상장 기준까지 변경하면서 아람코의 런던 증시 상장이 수월하도록 혜택을 주고 있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중국 역시 유럽이 멀어져가는 현재 영국 산업과 경제에 필요한 존재입니다. 얼마 전 필립 해먼드 영국 재무장관은 중국 베이징으로 날아가 영국과 중국의 금융산업 협력증진 방안에 대해 논의했죠. 최근 테레사 메이 영국 총리의 중국 방문으로 양국은 런던과 상하이 간 교차 거래(후룬퉁) 계획을 본격화하기로 했고요.

후룬퉁은 영국이 브렉시트 이후 국제 금융허브 지위를 유지하기 위해 기대하던 프로젝트입니다. 중국 입장에서도 증시 연계로 위안화 거래를 위한 새로운 채널을 하나 더 확보하면서 위안화 국제화 등에 도움되기 때문에 양국의 이익이 맞아떨어진 셈이죠. 양국은 채권 시장 연계까지 구상하고 있습니다.

메이 총리는 또 이번 중국 방문에서 중국이 유럽 등 중국과 무역하는 지역을 항만, 도로, 철도 네트워크로 잇는 사업인 ‘일대일로(一帶一路, 육상 및 해상 실크로드)’ 프로젝트와 금융, 첨단기술, 원자력 분야 등에서 90억파운드(약 13조6000억원)에 달하는 경제협력을 체결했습니다.

일대일로 사업 등에 대한 런던 금융계의 기대도 큽니다. 영국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16년 영국이 금융서비스와, 관련된 법률 및 회계 전문 서비스 등에서 중국으로부터 벌어들인 돈은 4060억달러에 달합니다. 중국이 같은 기간 같은 분야에서 영국으로부터 벌어들인 돈은 765억7538만달러에 그치고요.

일찌감치 국제 금융허브로 자리잡은 영국은 확실히 금융 분야에서는 중국보다 우위에 있는 것이 분명합니다. 영국 금융계는 일대일로 프로젝트에서 자금 조달과 운용에 적극적인 역할을 하거나 금융 관련 전문 서비스 등을 제공하면서 새로운 수익 창출의 모멘텀으로 만들기 위해 분주한 모습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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