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멱칼럼]‘폭풍 전 고요’와 숨고르기

선상원 기자I 2017.10.16 08:15:22
[고유환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 긴 추석연휴 기간 우려했던 북한의 추가 도발은 없었다. 10월 10일 북한 조선노동당 창건일을 전후한 무력시위나 미국을 겨냥한 중장거리탄도미사일 발사도 하지 않았다. 북한이 도발을 선택하지 않은 대신 제7기 2차 당중앙위원회 전원회의를 개최하고 여동생 김여정을 정치국 후보위원으로 선출하는 등 엘리트 충원과 체제결속을 다지는 정치행사를 가졌다. 숨고르기에 들어간 것이다.

브레이크 없는 핵·미사일 고도화를 빠른 속도로 추진해왔던 북한이 한 달여 동안 잠잠한 배경을 찾아보자. 우선 일련의 중장거리미사일 시험발사와 6차 핵실험의 성과를 분석하고 성능개선과 신무기 개발에 시간이 필요하여 추가 실험을 하지 못하는지도 모른다. 김정은 시대에 들어 북한은 핵·미사일과 관련한 기술적 진보가 이뤄지면 곧 바로 실험해 성능을 확인하는 행태를 보였다. 어느 특정 기념일에 맞춰 실험을 하기도 했지만 협상을 위한 여지를 남겨두지 않고 빠른 속도로 ‘국가핵무력완성’을 위한 실험을 다그쳐 왔다는 점을 볼 때 아직 추가 실험을 할 기술개발이 이뤄지지 못한 것으로 추론해 볼 수 있다.

다음으로 미국 트럼프 행정부의 대북 군사옵션 사용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작용해 추가 도발을 미루고 있는지도 모른다. 트럼프 행정부는 미국 본토를 위협하는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완성을 사실상의 금지선으로 인식하고 이를 저지하기 위해 모든 옵션을 테이블 위에 올려 넣고 선택을 저울질하고 있다.

최근 트럼프 대통령이 미 국방부에 물리적 옵션을 포함해 모든 대북 군사적 옵션을 검토할 것을 지시하는 등 군사적 옵션 쪽으로 선택지를 좁히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유엔연설에서 북한에 대한 ‘완전 파기’를 공언하고, 군 수뇌부를 모아 놓고 ‘폭풍 전 고요’를 언급하는 등 대북 압박수위를 높이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0월 7일 대북 대화·협상 무용론을 제기하며 “단 한 가지 수단만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완전파괴 발언 직후인 9월 21일 김정은이 국무위원회 위원장 명의의 성명을 발표했다. 북한 최고지도자가 자신의 명의로 성명을 발표한 전례가 없었다는 점에서 그만큼 현 상황을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는 반증이다. 성명에서 김정은은 “공화국을 없애겠다는 역대 가장 포악한 선전포고를 해온 이상 우리도 그에 상응한 사상최고의 초강경 대응조치 단행을 심중히 고려할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지금까지 초강경 조치대신에 내부결속에 주력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북한의 추가 전략도발이 없었다고 해서 핵·미사일 고도화를 중단한 것은 아니다. 내부적으론 국가핵무력완성을 위해 매진하면서 대외적으로 충격을 주는 실험을 하지 않고 있을 뿐이란 점을 간과하서는 안 된다. 북한은 트럼프 행정부의 무력사용의 빌미를 주지 않기 위해 도발을 자제하고 있지만 “미국의 늙다리미치광이를 반드시, 반드시 불로 다스릴 것”이라고 하면서 핵을 탑재할 수 있는 ICBM 완성에 주력하고 있다.

북한이 핵무력완성을 눈앞에 두고 숨고르기에 들어간 지금이 북핵문제의 외교적 해결의 마지막 기회인지도 모른다. 북한이 미국을 타격할 수 있는 ICBM을 완성하게 되면 비핵화는 물 건너가고 ‘공포의 균형’ 전략으로 패러다임을 바꿔야 하기 때문이다. 존 켈리 백악관 비서실장이 “현재는 북핵위협이 관리 가능하다고 생각한다”고 하면서 “외교적 해법이 작동하기를 기대해보자”고 말했다. 11월에 있을 트럼프 대통령의 아시아 순방기간에 외교적 해법에 관한 활발한 논의가 기대되는 대목이다.

지금은 북한 핵무력 완성을 저지할 마지막 기회다. 북핵문제는 외교적 해결이냐 아니면 군사적 해결이냐의 선택의 기로에 서 있다. 잠시 숨고르기에 들어갔지만 북·미 양자 간 치킨게임이 자칫 전쟁으로 비화할지도 모르는 불안정성은 여전하다. 임계점에 도달한 북한 핵·미사일문제의 평화적 해결을 위한 해법마련은 우리의 생존과 직결된 사활적인 과업이다. 숨고르기에 들어 간 지금 우리 정부가 창의적인 북핵해법을 마련해 관련국가들 사이에 협상이 이뤄질 수 있도록 주도적 역할을 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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