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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김미경 기자] “악장 사이에 박수 괜찮아요.” “졸리면 그냥 주무세요. 다음에 또 들으면 됩니다.”
지난 2015년 9월부터 매일 오전 9~11시 CBS FM ‘아름다운 당신에게’를 진행하고 있는 배우 강석우는 클래식에 대한 엄숙주의를 경계한다. 음악 형식·역사 같은 설명은 간단히 하되, 대신 음악을 들은 후의 감정, 청취자들의 추억, 사람 얘기, 음악적 경험담을 솔직하게 풀어내 클래식과 대중의 거리 좁히기에 나선다. 그가 DJ를 맡은 뒤 청취율도 5%를 넘기며 클래식 라디오 방송 역대 최고 기록을 세웠다.
최근 들어 중년의 TV 스타들이 클래식 애호가를 넘어 음악 전도사로 맹활약 중이다. 1년하고도 7개월째 클래식라디오방송을 진행 중인 강석우(60)를 비롯해 서울시립교향악단 음악극장장인 된 박상원(58)·지휘 퍼포머 개그맨 김현철(47)·콘서트 사회자로 영역을 넓힌 배우 김석훈(45)이 그들이다. 엄숙하고 재미없는 음악으로 치부됐던 클래식을 친숙하게 다가간 것이 이들의 주 무기. 중후한 외모와 위트는 덤이다.
클래식계도 TV 스타 기용에 적극적이다. 장보라 서울시향 홍보담당자는 “잘 알려진 배우를 연주회 일부에 등장시킴으로 관객의 기대치를 높이는 동시에 공연 홍보에 도움이 된다”며 “검증된 배우의 해설과 연기는 스토리 전달력을 높일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고 귀띔했다.
△클래식 대중화, 어렵지 않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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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석우는 자타공인 클래식 애호가다. 음악을 좋아해 초등학교 때 주일학교 성가대에 섰다. 친구들과 의기투합해 삼중창 멤버로도 활동했다. 대학 시절에는 학교 방송국에서 클래식음악 PD를 맡았다. 그가 클래식과 본격적인 인연을 시작한 때다. 최근엔 라디오에서 나온 얘기를 엮은 책 ‘청춘 클래식’도 냈다. 강석우는 “클래식 음악을 어렵게 느끼지 않게 하는 게 내 일”이라고 말했다. 평소 “(클래식에) 지배 당하지 말고, 지배하라. 도와드리겠다”고 설파한다.
개그맨 김현철은 최근 지휘자로 제2의 삶을 살고 있다. 자칭 ‘지휘 퍼포머’다. 현재 샤롯아마추어오케스트라 단장과 은평 국제청소년·홀트학교오케스트라 명예지휘자도 맡고 있다. 23년차 개그맨이지만 어릴 적부터 클래식 마니아였다. 김현철은 “초등학교 음악책을 보면 번안가곡들이 종종 실린다. 원가사에 직접 독음을 달아 지휘를 했더니 반 친구들이 까르르륵 웃으며 좋아하더라. 신바람이 나서 클래식 라디오 채널을 찾아 듣고, LP음반을 사서 듣다 보니 어느새 클래식에 푹 빠져 있더라”고 말했다. 이어 “후에 클래식을 개그 소재로 활용해 큰 사랑을 받았고, 클래식 애호가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덜컥 객원 지휘까지 맡게 된 것”이라고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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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철은 “지휘를 한 뒤로 대중이 클래식에 벽을 느낀다는 것을 절감했다”면서 “나는 정식 클래식을 표방하지 않는다. 클래식이 어렵다는 편견이 있는데 이 곡이 왜 나왔는지 쉬운 해설을 하는 게 목표다”고 말했다. 김현철은 이어 “개그 코드라도 섞어서 온 가족이 웃고 즐길 수 있는 클래식을 전달하는 게 목표”라고 했다.
김석훈은 클래식 콘서트 진행자로 주목받고 있다. 2015년부터 성남아트센터에서 최수열 서울시향 부지휘자와 함께 마티네 콘서트(오전이나 낮에 열리는 콘서트)를 진행 중이다. 최근에는 광복절기념음악회, 평창동계올림픽 성공기원 음악회 등 각종 기념 콘서트의 사회자로도 나섰다. 클래식에 대한 조예도 깊어 자신이 추천한 클래식 레퍼토리를 엮어 컴필레이션 앨범을 내기도 했다.
△클래식계 왜 TV스타 찾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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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원은 지난해 서울시향의 ‘음악극장4-돈키호테’에서 내레이션을 맡으며 클래식에 본격적으로 발을 내디뎠다. ‘음악극장’은 표제가 있는 관현악 작품을 선정한 뒤 각본을 재구성하고, 배우의 독백과 연기, 오케스트라의 밀도 있는 연주가 함께 어우러지는 게 특징이다. 지난 3일 ‘음악극장1-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에서 아버지 역할과 내레이션을 맡은 박상원은 올해부터 음악극장장을 맡아 공연 제작에 깊이 관여하고 있다.
노승림 평론가는 “강석우·김석훈 등 TV 스타들이 클래식에 대해 지식을 쌓고 음악적 경험을 축적해 대중과의 중간적 매개자 역할을 하는 것은 긍정적”이라면서도 “다만 클래식 입문자에 한정된 음악 프로그램은 아쉽다. 새로운 관객층 발굴 이후의 고민이 있어야 한다. 심도 있는 감상으로 넘어가는 과정의 교육도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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