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가 처음 기억하는 선배님은 저와 함께 강북경찰서 번동파출소에 같이 전입하면서 저에게 다가와 “영기씨 혹시 외근 조끼 빌릴 수 있어요”라며 한참 어려 보이는 저에게 장난끼 가득한 웃음을 한가득 지으시며 존칭을 쓰시는 그런 모습이셨습니다.
저희 팀이 힘들고 지칠 때에는 당신도 힘드셨을텐데 야간 근무 전에 집에서 손수 달걀을 쪄 와 팀원들에게 “힘내”라는 한 마디를 짤막이 던져주어 후배들의 웃음을 이끌어 내주셨습니다. 무엇보다도 선배님께서는 후배들도 하기 힘들어하는 수배자 검거 등을 위해 솔선수범하여 아무 말 없이 휴대폰 조회기를 이용해 운동으로 다져진 그 두꺼운 손가락으로 번호를 눌러 지역 치안을 위해 노력하시는 그런 모습이셨습니다.
이러한 선배님이기 때문에 저는 이 상황이 더욱 더 힘들고 와닿지가 않습니다. 출근해서 인사를 드리고 112신고를 접수 받은 뒤 출동하시면서 “고생하세요”라고 한 것이 마지막이었어요. 여느 때와 다름없이 정확하게 신고를 해결해 주시고 파출소에 들어와 제일 처음 저에게 보여주셨던 그 장난끼 가득한 웃음을 보여주실거라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무전기로 들려오는 내용은 저에게는 너무 힘들었습니다. 다른 사람에게는 미안하지만 선배님이 아니길 바랬습니다. 평소 의협심이 강하시고 제일 먼저 신고 현장에 도착하시는 선배님이시기에 그게 더욱 더 불안했습니다.
제가 예전에 회식자리에서 선배님에게 말씀드린 것을 기억하실 지 모르겠습니다. “존경합니다 선배님” 속으로 수없이 되뇌었습니다. “존경합니다. 존경합니다. 존경합니다 선배님”
“제발 부탁이에요. 그만 누워계시고 일어나세요 술 한잔 하기로 한 약속 지키셔야죠 제발 제발 일어나세요, 선배님….”
보내고 죽도록 미워지는 사람이면 좋았을 텐데 왜 하필 당신은 보내고 더욱 사랑하게 되는 사람입니까. 보내고 아무 미련 남지 않는 사람이면 좋았을 텐데 왜 하필이면 당신은 보내고 더욱 눈물나게 하는 사람입니까.
선배님, 너무도 아쉬운 우리 선배님. 우리 또 볼 수 있겠죠? 그냥 좋은 사람, 마냥 좋은 사람 다른 말로는 설명이 안되는 우리 선배님. 많은 시간 함께 하지 못해 아쉬움만 남아있었는데 선배님 생의 마지막을 저희 번동파출소 4팀과 하셨다는 것에 후배는 행복하고 고마운 마음으로 평생 간직하겠습니다.
평생을 국가를 위해 헌신을 하신 당신, 평생을 국민을 위해 헌신을 하신 당신, 평생을 가족을 위해 헌신을 하신 당신. 당신의 발자취를 따라 당신의 뒷모습만 바라보던 가족분과 후배들에게 진정한 용기를 보여주시고 모범이 되신 당신은 우리에게는 최고의 경찰관이셨습니다.
부디 하늘나라에서는 저희 후배들이 찾아가 다시 선배님의 장난끼 넘치는 그 웃음을 볼 수 있도록 그 동안 편히 쉬고 계십시오. 감사드립니다.
사랑합니다! 존경합니다! 김창호 선배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