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날 많은 정치인의 발길이 이어졌습니다. ‘YS키즈’로 불리는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와 서청원 최고위원은 첫날 상주를 자처하며 온종일 조문객을 맞이했습니다. 전남 강진 흙집에서 칩거 중인 손학규 전 새정치민주연합 상임고문도 빈소를 찾았습니다. 여야를 막론하고 조문행렬이 이어졌습니다. 이명박 전 대통령도 차남 현철씨와 손을 맞잡았습니다. 서거 첫날 조문객 수만 해도 3200여명에 달했습니다.
빈소는 고인의 유훈처럼 ‘통합과 화합’의 장이었습니다. “민주주의를 지킨 마지막 인물이 사라졌다” “민주화의 선봉에 섰던 유일한 분” “폭압적인 군부독재를 물리치는 데 헌신한 분” 등등 애도 메시지 또한 한결 같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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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 전 의원은 백씨를 잘 안다고 했습니다. 백씨는 전남 보성에서 농사를 짓고 있는 농민이지만 젊은 시절 유신 독재 반대와 5·18민주화 운동에도 참여했다고 합니다. 김 전 대통령처럼 대한민국의 민주화를 위해 노력한 국민 중 한명입니다.
그런데 수천여명의 추모객이 김 전 대통령의 빈소를 찾아 고인의 넋을 기렸지만 백씨가 있는 중환자실은 썰렁했습니다. 민주화를 완성시킨 대통령이라는 찬사 이면에는 지금도 민주화를 부르짖는 백씨가 있었습니다. 저도 이날 아침 빈소를 달려갈 때만 해도 백씨의 존재는 까맣게 잊고 있었습니다. 200여명이 몰린 빈소와는 180도 다른 모습이었습니다.
강 전 의원은 “국민이 주인이 되고 민생들이 복되게 사는 세상이 됐으면 한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이제 상생의 정치가 됐으면 하는 염원과 소망이 있다”고도 했습니다. 그는 김 전 대통령의 빈소로는 발길을 옮기지 않았습니다. 갈지 말지 고민 중이라고 했는데 결국 그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습니다.
포스트 양김 시대. “통합과 화합이야말로 그분의 이루고자 했던 우리 사회의 이상”이라던 손 전 고문의 말처럼 누군가 이루고자 했지만 이룰 수 없는 먼일처럼 느껴집니다. 그래서 ‘이상’이라는 표현을 쓰지 않았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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