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희원(사진)씨는 2009년부터 퇴근 후 틈틈이 해커의 죽음을 둘러싼 권력의 음모를 소재로 소설을 썼다. 출간이 임박한 시점인 지난 3월, 대규모 방송·금융사 해킹 사태가 터졌다. 최씨가 수석연구위원으로 일하고 있는 직장은 한국인터넷진흥원(KISA). 해킹 및 보안사고를 관장하는 주요 기관이다.
그의 두 번째 작품인 ‘해커묵시록’은 1인미디어 기자가 유명 해킹집단 ‘카오스’ 일원들의 잇다른 사망 사건을 추적하는 이야기다.
사건이 전개되면 여당 유력 대선주자가 대선을 앞두고 전직 국가정보원 요원과 결탁, 수퍼컴퓨터를 통해 주요 인사를 사찰하는 ‘민감한’ 이야기들이 나온다. 또 해커를 부패한 권력의 정보를 빼내 대중에 알리다가 권력에 의해 살해되는 인물로 그렸으니, 주변에서 걱정할 만도 하다.
최 수석은 “지난 대선 정국을 거치며 ‘유사’ 이슈가 있어 조금 놀랐지만 진짜 하고 싶었던 이야기는 기술 발전으로 인한 디스토피아를 경계하자는 것”이라며 “소설 속에서 중요한 테마로 나오는 ‘반인반수’처럼 우리는 이미 24시간 동안 스마트폰을 손에서 떼지 못하는 반인반수인 셈”이라고 말했다.
이 소설은 뇌파로 조종하는 온라인게임, 자살을 유도하는 ‘나노봇’, 생체칩을 사용한 민간인 사찰 등 머지 않은 시기에 가능할 지도 모르는 흥미진진한 설정을 통해 기술이 인간을 지배하는 음울한 세상을 경고하고 있다.
최 수석은 “힘과 돈을 가진 부패 세력들은 언제든 마음만 먹으면 첨단 기술을 이용해 평범한 사람들의 삶을 억압할 수 있다”며 “나쁜 해커들까지 좋게 그린 건 아니다. 다만 이들이 음지에서 양지로 나와 정보사회에서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최희원 수석은 연세대 국문과를 졸업한 뒤 스포츠지, 경제지 등에서 기자 생활을 했으며 KISA에서 7년째 일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