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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요즘 남자들은 바지를 안 입고 스타킹을 입고 다녀?

조선일보 기자I 2008.09.24 09:54:00

"자신감을 버려라 자신을 알아라"
''디올 옴므'' 수석 디자이너 크리스 반 아쉐 인터뷰
같은 옷이라도 어떤 사람들은 절대 입어선 안돼
자신의 한계를 아는 것 그게 우아한 일이다

▲ 사진작가 낸 골딘. /Gaetan Bernard
[조선일보 제공] 디올 옴므 스타일. 한때 패션에 민감한 남성들이 다이어트에 돌입하면서 변명처럼 내세웠던 이유 중의 하나가 '디올 옴므 바지를 입기 위해서'였다. 지난해까지 에디 슬리먼이 이끌었던 디올 옴므의 스키니(skinny) 스타일은 전세계 남성복 메이커에 영향을 미쳤고, 우리나라에서도 마찬가지 상황이 나타났다. "왜 요즘 남자들은 바지를 안 입고 스타킹을 입고 다녀?"

그 디올 옴므가 좀 달라졌다. 바지 폭이 좁은 건 여전하지만, 전체 실루엣은 전보다 한층 여유로워지고 세심한 디테일이 살아있다. 화이트 셔츠의 목 주변에 촘촘한 주름을 집어넣었고, 재킷에 슬릿(갈라진 곳)을 여러 군데 잡아 모양도 좋고 입기도 좀 편해졌다.

디올 남성복이 이렇게 변한 건, 수석 디자이너가 에디 슬리먼(Slimane·40)에서 크리스 반 아쉐(Van Assche·32)로 바뀌었기 때문이다. 반 아쉐는 벨기에 앤트워프 왕립 미술학교를 졸업한 1998년부터 에디 슬리먼과 '관계'가 형성됐다. 98년 당시 입 생 로랑의 수석 디자이너였던 에디 슬리먼의 권유에 따라 입 생 로랑에 입사했고 2000년 슬리먼이 크리스챤 디올 옴므의 수석 디자이너로 자리를 옮기자 역시 그를 따라 디올 옴므로 향했다. 2004년엔 자신의 이름으로 브랜드를 만들었다. 스승 슬리먼의 뒤를 이어 지난해 4월부터 디올 옴므 수석 디자이너를 맡고 있다.

▲ 2004년 자신의 이름이 담긴 브랜드를 열었을 때 그의 어머니는“미쳤냐”고 말했다고 한다. 힘든 일에 왜 뛰어드냐고. 하지만 크리스반 아쉐는 현재 디올 옴므와 자신의 브랜드를 보란 듯이 이끌고 있다.“ 힘들지 않냐”고 물었더니“투잡(two job)이 뭐가 새삼스럽냐”며 웃었다. /크리스챤 디올 제공. 포토그래퍼 Jeff Burton

얼마 전 도쿄에서 열린 사진작가 낸 골딘(Goldin·55) 사진전에서 만난 그는 "패션은 현실성"이라고 강조했다. 에디 슬리먼이 14세의 연약한 소년과 로커 보이 이미지를 추구했다면 그는 좀 더 현실적인 20세 청년 이미지를 표방하는 것도 다 그런 이유다. 1m90㎝에 육박하는 큰 키, 화이트 셔츠에 그레이 진과 흰색 하이탑 운동화를 신고 나타난 그는 모델 같은 모습을 하고, '현실적 패션'을 강조하고 있었다. 그는 고향 얘기로 시작했다. "벨기에를 대표하는 디자이너인 마틴 마르지엘라나 앤 드뮐미스터, 드리스 반 노튼 같은 경우는 어떤 옷이 '입을 만한지(wearable)'를 정확히 파악하고 있죠." 그렇다면, '웨어러블(wearable)'은 대체 무엇일까. '입을 만한 옷'과 그렇지 않은 것에 대한 판단기준은 뭘까.
그는 "자기 주제 파악을 먼저 하라"고 했다. 같은 옷이라도 어떤 사람은 소화할 수 있지만, 어떤 사람은 '절대 입어서는 안 된다'(should not wear)는 것이다. "저쪽에 있는 세퀸(sequin·반짝이는 금속 조각) 바지를 예를 들죠. 저건 일부만 입을 수 있는 옷이에요. 디자이너 브랜드라며 무조건 몸을 맡기는 건 절대 좋지 않아요. 그만큼 옷을 많이 입어봐야 하고, 주변의 의견도 참고해야 하죠. 난 디자인을 할 때 누군가가 내 옷을 입고 길거리를 돌아다니는 상상을 해요. 그게 바로 '웨어러블'이죠."

사람은 또 자신의 한계(limit)를 알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게 바로 '우아한(elegant)' 일이죠." 그는 30여분의 인터뷰 동안 'elegant'라는 말을 무려 17번이나 반복했다.

▲ 지난 7월 파리에서 열린 디올 옴므 패션쇼. 강한 블랙 컬러를 기본으로 골드와 핫 핑크 등을 포인트 컬러로 썼다. 상의는 다소 넉넉해진 실루엣이 눈에 띄지만 팬츠는 역시 몸에 딱 맞는 스키니가 대세였다. /크리스챤 디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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